[TF이슈] 박근혜가 던진 ‘승부수’ 유승민은 ‘땡큐’?
입력: 2015.07.02 13:06 / 수정: 2015.07.12 15:10

박근혜 대통령의 돌직구 승부수 통할까?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로 촉발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퇴 여부가 여의도 정가를 흔들고 있다.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언급은 당내 친박 세력 확대를 위해 승부수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유 원내대표를 정치적 스타로 키우는 계기를 마련한 꼴이 됐다. / 임영무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돌직구' 승부수 통할까?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로 촉발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퇴 여부가 여의도 정가를 흔들고 있다.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언급은 당내 친박 세력 확대를 위해 승부수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유 원내대표를 정치적 스타로 키우는 계기를 마련한 꼴이 됐다. / 임영무 기자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로 촉발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퇴 여부가 여의도 정가를 흔들고 있다.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언급은 당내 친박 세력 확대를 위해 승부수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유 원내대표를 정치적 스타로 키우는 단초를 제공하는 예상치 못한 파장도 자아냈다. 일각에서는 유 원내대표를 여권의 잠룡으로 치켜세우기도 한다.

박 대통령의 “배신자 정치” 한마디에 친박(친박근혜)계가 움직였다. 친박계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했다. 그러자 비박계 의원들이 유 원내대표를 사수하고 나섰다.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으로 보이며 당내 계파 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공은 유 원내대표에게 넘어갔고 선택만 남았다.

◆“사퇴 이유 찾지 못하겠다”는 유승민…추경 처리 후 사퇴?

사퇴 이유가 뭐죠?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9일 오후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 후 자리를 떠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사퇴 이유가 뭐죠?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9일 오후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 후 자리를 떠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사퇴 논란의 중심에 선 유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나는 사퇴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또 친박계의 계속되는 사퇴 압박에도 유 원내대표는 1일에도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의정활동을 이어갔다.

당장 친박계는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6일을 유 원내대표 사퇴 날로 못 박았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가 6일 사퇴할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이는 유 원내대표의 발언에서도 6일 사퇴 가능성이 없음을 짐작할 수 있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은 원포인트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게 가급적 시간을 끌지 말아야 한다"는 대목과, 1일 비공개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될 수 있으면 이른 시일 내에 추경이 잘 처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가 추경이 끝날 때까지는 자리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이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유 원내대표 사퇴를 목 놓아 기다리는 친박계 의원들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당내 세력싸움으로 몰고 가기도 어렵다. 새누리당 내 구조상 친박계가 열세기 때문이다. 유 원내대표가 친박계의 계속된 사퇴 압박에서 버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정치권은 유 원내대표가 살아있는 권력인 박 대통령과의 싸움을 이어가기보다는 명분과 실리가 섰을 때 사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시점이 바로 정부의 추경이다.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배신의 정치’의 당사자가 됐지만, 지금 정부에서 가장 시급한 추경 문제를 매듭짓고 사퇴한다면 유 원내대표로서는 명분과 실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지 않을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새누리당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의 여론조사는 사퇴 의견이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이미 이번 논란으로 ‘유승민’이라는 이름을 전국에 알리는 계기는 충분히 마련했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 지역구인 대구만 놓고 본다면 박 대통령의 영향력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 그가 사퇴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철근 새정치전략연구소(동국대 겸임교수) 소장은 “유 원내대표가 지금 사퇴한다면 ‘배신자’ 낙인으로 그만두는 꼴”이라며 “이걸 피해야 하는 유 원내대표의 상황을 볼 때 친박계가 요구한 6일 사퇴는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특히 유 원내대표가 추경과 관련해 7월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서 처리하자고 한 대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 원내대표가) 추경을 처리하고 사퇴한다면 박근혜 정부의 급한 불을 꺼줌과 동시에 배신자라는 낙인을 벗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아마도 사퇴는 추경 이후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박 대통령은 왜 ‘배신의 정치’ 카드를 꺼냈나?

친박 세력이 너무 약해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배신자 정치라며 유 원내대표의 사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향해 돌직구를 던진 것은 차기 총선 등에서 친박계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 승부수로 해석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친박 세력이 너무 약해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배신자 정치"라며 유 원내대표의 사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향해 돌직구를 던진 것은 차기 총선 등에서 친박계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 승부수로 해석되고 있다. /임영무 기자

박 대통령이 친박에서 비박으로 돌아선 유 원내대표를 향해 ‘배신자’라고 낙인까지 찍은 이유에도 이목이 쏠린다.

박 대통령이 메르스로 국내 상황이 어수선한 가운데도 국무회의에서 여당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은 당내 친박 세력을 확대할 기회라고 보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현재 새누리당 내 구조를 보면 김무성 대표와 유 원내대표 등 이른바 비박이 친박보다 수적으로 월등하다. 이런 구조를 이어갈 경우 내년 총선 공천에서 친박이 수세에 몰릴 가능성은 불은 보듯 뻔하다.

김 소장은 “지금 이 상태로 간다면 총선 때 비주류 영향력이 커진다. 박 대통령이 이를 앉아서 두고 볼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으로선 이대로는 안 된다고 판단했고, 국회법 개정안을 고리로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한마디에 친박이 유 원내대표를 끌어내리려는 이유다. 살아있는 권력인 박 대통령의 힘을 빌려 당내에서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김 소장은 “(김무성 유승민) 투톱의 당내 영향력이 강했다면 이번 사태로 대통령의 영향력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 소장은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을 고리로 해서 당내 권력투쟁 정쟁을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 고리를 놓치면 기회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다음 정기국회가 끝나면 사실상 총선이기 때문”이라면서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면 차기는 친박계가 아니더라도 대통령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민주정책연구원은 1일 '여권 파워게임 상황인식 및 대응'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박 대통령의 최종 목표는 유승민이 아닌 김무성 교체. 안정적 대중기잡 없는 김무성은 대체가능하다고 생각. 완전한 '박근혜 정당'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분석을 내놓았다.

[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cuba20@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