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국회 입성기] '실버폭스' 백군기 새정치연합 의원
입력: 2015.06.25 11:59 / 수정: 2015.06.25 11:59

실버폭스 백군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65·비례대표)은 35년간 군인의 삶을 살았다. 군 시절 미군으로부터 실버폭스(영민한 사람)란 애칭을 얻었다./백군기 의원실 제공
'실버폭스' 백군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65·비례대표)은 35년간 군인의 삶을 살았다. 군 시절 미군으로부터 '실버폭스(영민한 사람)'란 애칭을 얻었다./백군기 의원실 제공

울 여의도 1번지 국회. 시기와 성향은 다르지만 298명의 의원들이 입성했다. 큰 틀에서 소명은 같다. 민의를 대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삶과 고민은 천차만별이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 어떤 꿈을 가슴에 품었을까. <더팩트>는 이들의 '국회 입성기'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백발 휘날리며'

백군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65·비례대표)은 수백 명의 의원들 사이에서도 유독 눈에 띈다. 건장한 체격에 은빛 머리카락을 찾으면 그다. 애칭도 '실버폭스(silver fox, 은빛여우)'로, 그의 삶과 맞닿아 있다. 4성 장군 출신인 그가 군 시절 미군으로부터 얻은 애칭이다. '영민(英敏)한 사람'이란 뜻이다.

국회 입성 전, 백 의원은 35년간 군인의 삶을 살았다. 필연이었다. 이름부터 '군기'가 바짝 들었다. 그는 6·25 전쟁이 발발한 1950년 2월, 전남 장성에서 태어났다. 생후 8개월 만에 아버지를 여의었고, 어머니 홀로 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중학생 때부터 육군사관학교 진학을 결심했다. 어머니는 어려운 형편에도 어린 자식을 전남 장성에서 광주로 유학을 보냈다.

피난길 총알도 피했어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왼쪽)는 백 의원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어려운 형편에도 어린 자식을 전남 장성에서 광주로 유학을 보냈다./백군기 의원실 제공
'피난길 총알도 피했어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왼쪽)는 백 의원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어려운 형편에도 어린 자식을 전남 장성에서 광주로 유학을 보냈다./백군기 의원실 제공

"6·25전쟁은 아버지를 잃은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어머니는 강한 분입니다. 군대 생활하는 내내 모친께서 내게 많은 가르침을 줬습니다. 어머니께서 군 시절 '6·25 전쟁 피난길에 저를 업고 가시는데, 총알이 저를 피해갔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큰 사람이 될 것이라고 꿈을 심어주신 분이 바로 어머니였습니다."

그는 살레시오중, 광주고를 졸업한 뒤 육사에 입학했고, 졸업(29기) 후 군인의 길을 걸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특전사령관을 지냈고, 2006년 육군 인사사령관, 3야전군 사령관 등을 역임하며 쾌속 승진했고, 2008년 3월 예편했다. 군 내에서는 교육 훈련은 물론 특수 작전 분야에 능통한 야전 작전통으로 평가받는다.

놀라운 점은 군 시절 사진이다. 대령 전까지만 해도 머리카락이 까맣다. 알고 보니 대령 때부터 가족 내력으로 '반백'이었던 탓에 검은색으로 염색했고, 초대 인사사령관을 맡으면서 염색을 하지 않았다. 부드러운 인상을 갖기 위해서다.

4성 장성 그는 살레시오중, 광주고를 졸업한 뒤 육사에 입학했고, 졸업(29기) 후 군인의 길을 걸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특전사령관을 지냈고, 2006년 육군 인사사령관, 3야전군 사령관 등을 역임하며 쾌속 승진했고, 2008년 3월 예편했다./백군기 의원실 제공
'4성 장성' 그는 살레시오중, 광주고를 졸업한 뒤 육사에 입학했고, 졸업(29기) 후 군인의 길을 걸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특전사령관을 지냈고, 2006년 육군 인사사령관, 3야전군 사령관 등을 역임하며 쾌속 승진했고, 2008년 3월 예편했다./백군기 의원실 제공

2012년, 전장을 호령하던 군인은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주변에서 그에게 정치를 권유했다. 고심 끝에 국회 입성을 결심했고,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현 새정치연합) 비례대표 8번으로 당선됐다. 상임위원회도 특기를 살려 국방위원회 소속이다.

"35년 넘도록 국가의 혜택을 받았습니다.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의정활동은 권력이 아니라 봉사라 생각하고, 군림하는 자세가 아니라 머슴 같은 자세로 일할 생각입니다."

국회에서 직접 뛰어 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는 "군인은 그야말로 '상명하복'의 조직이다. 자기의 생각이 합리적이기만 하면 일사불란하게 잘 굴러가는데. 정치라고 하는 것은 국회의원 모두의 생각이 다 다르다. 유권자들의 생각도 다 다르다. 그것을 어떻게 잘 융합시키고 그것을 통해 나름대로의 중론을 하나로 모으고, 우리 유권자들의 가치로 종합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상임위도 국방위 국회 국방위원회가 지난 3월 7일 오전 경기도 이천 항공작전사령부를 방문해 한·미연합 FARP(전방지역 무장 장착 및 급유)훈련을 참관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식 항공작전사령관, 황진하 국방위원장, 백군기 의원, 권은희 의원./국회사진기자단
'상임위도 국방위' 국회 국방위원회가 지난 3월 7일 오전 경기도 이천 항공작전사령부를 방문해 한·미연합 FARP(전방지역 무장 장착 및 급유)훈련을 참관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식 항공작전사령관, 황진하 국방위원장, 백군기 의원, 권은희 의원./국회사진기자단

요즘 그에게 또 하나의 고민이 있다. 바로 '백발'이다. "손자들이 검은색 머리가 젊은 패기와 용기를 상징하기에 염색하라고 한다"며 웃음 짓는다. 하지만 그는 백발을 고수할 생각이다. '실버 폭스'답게 "위장된 것 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팩트 | 오경희 기자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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