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입법 실태 (중)] 쪼개고 또 내고 '묻지 마'
  • 오경희 기자
  • 입력: 2015.06.18 12:17 / 수정: 2015.06.18 15:51

묻지 마 입법 국회의원들의 실적 쌓기용 입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관련 법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서울신문 제공
'묻지 마 입법' 국회의원들의 '실적 쌓기용' 입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관련 법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서울신문 제공

최근 '메르스법(중동호흡기증후군)'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취지에 공감하지만 유사 법안과 이슈 중심의 법안 발의를 우려한다. '실적 쌓기용'으로 변질되거나 높은 발의 건수에 비해 가결률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더팩트>는 국회의원 '입법 실태'를 조명한다. <편집자 주>

국회의원들의 '묻지 마' 입법은 여전하다. '메르스법' 역시 예외는 아니다. 유형은 특정 표현만 살짝 바꾸거나, 같은 법안을 다시 제출하거나, 철회 후 재발의 등이다. '건수 늘리기'의 전형이다.

19대 국회 전반기 의원발의 건수는 1만2332건으로, 18대 국회 전체 회기(1만2220건)와 비슷한 수준이다. 무더기 입법에도 가결률은 11.9%(18대 13.6%)로 낮다. 다만, 세월호 특별법 처리 등을 놓고 150일간 '입법 제로' 상태였다.

◆ '단어'만 바꿔요

건수 늘리기 법안? 경제정의실천민연합은 지난 2월 19대 국회의원 전반기 법안 발의 및 가결 분석 평가를 발표해 동일 규정 적용 법안 제출, 개정안 반복 제출, 철회 후 재발의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경실련 제공
'건수 늘리기 법안?' 경제정의실천민연합은 지난 2월 '19대 국회의원 전반기 법안 발의 및 가결 분석 평가'를 발표해 동일 규정 적용 법안 제출, 개정안 반복 제출, 철회 후 재발의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경실련 제공

가장 손쉬운 법안 발의는 '자구수정'이다. 문자와 어구를 적절한 표현으로 바꾸거나, 잘못된 표현 등을 정정하는 것이다.

모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도로교통 안전'이란 문구를 '교통수단의 안전과 이용자의 통행안전'이라는 문구로 수정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표현이 너무 모호해 실제 각 도시철도 관리청별로 규정을 다르게 적용할 소지가 있다는 게 의원의 판단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여러 의원은 동일한 규정의 적용을 받는 수 개의 법안을 한꺼번에 제출한다. 경제정의실천민연합이 지난 2월 발표한 '19대 국회의원 전반기 법안 발의 및 가결 분석 평가'를 보면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이 가장 많은 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세종특별자치시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에 맞춰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도'를 인용하는 부분 등에 "특별자치시 또는 특별자치시장"을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39건 발의했고, 18대 국회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101건을 발의했다. 최동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금치산자와 한정치산자 등의 용어를 정비하는 법안을 24건이나 냈다.

이와 관련해 경실련은 '실적 부불리식 법안 발의"라고 꼬집었다. 이명수 의원실은 17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오해를 할 수 있지만 용어의 통일을 위해 관련법의 일괄 정비가 필요했다"면서 '실적 쌓기용'은 아니라고 밝혔다.

◆ '판박이' 개정안

판박이 법안 유사한 내용의 개정안이 우후죽순처럼 발의되고 있다./더팩트DB
'판박이 법안' 유사한 내용의 개정안이 우후죽순처럼 발의되고 있다./더팩트DB

개정 내용이 판박이인 법안도 있다. 17일 기준 발의된 12개의 메르스법은 내용 면에서 유사하다. 뼈대는 같되 '추가' 사항만 있을 뿐이다.

국가 및 지자체가 격리조치자와 그 가족의 생계유지에 필요한 생활보호조치를 하도록 하고, 의료기관에 발생한 유무형의 피해를 국가가 보상해 국내로 유입된 신종 감염병 확산 방지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 역시 같은 날 <더팩트>와 통화에서 "조문별로 정리했을 때 비슷한 내용이 많은 건 사실이다. 특히 손실보상의 경우엔 대부분 겹친다"고 말했다.

동일한 법률안에 1~2개 조항만 개정해 법안을 반복 제출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전반기에만 150건을 발의한 강창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9회에 걸쳐 제출했다.

경실련은 "19대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이 전문성과 성실성 면에서 모두 저조했다"면서 ▲의원입법 발의절차에 관한 세부규직 제정 ▲입법영향평가 의무화 ▲입법지원조직강화(외부전문가 영입) ▲입법공청화, 청문회 실효성 확보 등을 조언했다.

[TF기획-입법 실태 (상)] 너도나도 '품앗이' 메르스법

[TF기획-입법 실태 (하)] 정부 vs 의원, 차이점은?

[더팩트 | 오경희·서민지 기자 ar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