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현장 ⑥] "소통하고 싶어요" 2년째 잠자는 '수화법'
입력: 2015.06.17 09:33 / 수정: 2015.06.17 10:00

수화도 언어다 최근 한국농아인협회는 다음 아고라에서 국회는 한국수화언어법을 조속히 제정하라!는 제목의 이슈 청원 및 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3년 8월부터 수화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으나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서울신문 제공
'수화도 언어다' 최근 한국농아인협회는 다음 아고라에서 '국회는 한국수화언어법을 조속히 제정하라!'는 제목의 '이슈 청원' 및 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3년 8월부터 수화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으나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서울신문 제공

법(률)을 제정하는 기관은 국회다. 때문에 우리는 국회를 입법기관, 국회의원을 '로메이커(Law Maker·입법권자)'라 부른다. 그러나 법과 현실의 체감거리는 멀기만 하다. 법안을 발의했으나 낮잠을 자는가 하면 있으나마나한 경우가 수두룩하다. <더팩트>는 법안 취지를 조명하고, 시행 현장을 들여다본다.<편집자 주>

"국어와 동등한 언어적 지위를 인정해달라"

40만 농아인의 염원이다. 농아인들은 수화의 언어적 지위를 인정해달라며 2년째 싸우고 있다. 이들은 '국민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명시한 '헌법 제10조'를 근거로 삼는다.

최근 한국농아인협회는 다음 아고라에서 '국회는 한국수화언어법을 조속히 제정하라!'는 제목의 '이슈 청원' 및 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일 발의한 이 청원에 16일 현재 1280여명이 서명했으며, 다른 청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은 수치다.

이들은 국회에 계류 중인 수화 관련 4개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 "수화도 언어,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합니다"

수화도 언어로 인정하라 농아인들은 수화의 언어적 지위 인정을 촉구하며 관련 법안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한국농아인협회 제공
'수화도 언어로 인정하라' 농아인들은 수화의 언어적 지위 인정을 촉구하며 관련 법안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한국농아인협회 제공

'그동안 농아인들은 수화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차별받아 왔습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사회 곳곳에서 차별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법적인 권리를 가진 언어로서 수화'는 요원합니다(한국농아인협회 이슈 청원문 중).'

지난 2013년 8월, 농아인들의 권리를 찾아줄 수화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연이어 발의됐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수화가 공식적인 언어로 지위를 가지며, 교육·통역 지원에 있어서도 '필수 조항'이 된다.

처음으로 대표 발의한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한국수화언어 기본법안'은 한국수화언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의 공식적 언어라는 것을 밝히며 수화연구소, 심의회 등을 설치하고 수화 교육과 통역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같은 해 10월 비슷한 내용을 포함한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의 '수화기본법안', 이에리사 의원의 '한국수어법안'이 세상에 나왔다. 11월엔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농정체성, 농문화를 지원·육성하자는 내용을 담아 '수화언어 및 농문화 기본법'을 내놓았다.

현재 농아인들을 위한 수화통역센터가 있지만 인력이 부족하고, 국가 행사를 제외하면 크고 작은 행사에 대개 수화와 문자 통역이 지원되지 않는다. 방송사 뉴스에도 농아인들을 위한 수화가 제공되지 않아 정보력에서도 뒤처진다.

한국농아인협회 관계자는 15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농아인들은 일반적인 교육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농아인에 특화된 전문학교들이 몇몇 있지만 수화로 교육할 수 있는 교사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구화로 진행한다거나 수화보다 구화를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 장애인 관련 법안은 '뒷전?'…이번엔 통과할까

수화법안 내용 봤더니 수화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수화가 공식적인 언어로 지위를 가지며, 교육·통역 지원에 있어서도 필수 조항이 된다./법안 갈무리
'수화법안 내용 봤더니' 수화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수화가 공식적인 언어로 지위를 가지며, 교육·통역 지원에 있어서도 '필수 조항'이 된다./법안 갈무리

하지만 2년이 지나도록 이렇다할 성과를 얻지 못했다. 법안들은 여전히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에 머물러 있다. 4개의 법안은 지난 3월 공청회를 거쳐 병합심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4월 국회에서 관광진흥법 개정안 여파로 무산됐다.

한국농아인협회 관계자는 "발의된 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다"면서 "내년에 총선이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바뀌면 발의했던 내용들이 폐기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 안에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6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지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 관계자는 16일 "17일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리는데 아직 안건은 결정된 바 없고, 저희로선 조속한 통과를 바라고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매년 장애인 관련 법률안이 계속 국회에 제출되고 있지만 국회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장애인 관련 법안이 무더기로 폐기됐다. 수화 관련 법안도 이번 국회에서 폐기되면 또 한 번의 발의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때문에 한국농아인협회는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 '농아인의 날'인 지난 3일 전국의 농아인 400여 명이 가두행진을 벌이며 여야 당사를 방문해 '한국수화언어법 제정 요구서한'을 전달하고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지난해는 세월호 사건으로, 올해는 메르스 여파로 더디기만 한 상황에도 농아인들은 오늘도 국회의 움직임을 기다리고 있다.협회 회원인 박 모 씨는 "현재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협회 지부 회원들과 다음 아고라, 구글 포털사이트에서도 진행한다. 하루 빨리 시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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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서민지 기자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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