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희의 P-STORY] 전두환 회고록과 "왜 나만 갖고 그래"
입력: 2015.05.20 05:00 / 수정: 2015.05.20 13:52

전두환 회고록, 어떤 내용 담겼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르면 내년 회고록을 출간할 예정인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지난 3월 24일 부인 이순자 여사의 생일을 맞아 서울시내 한 음식점을 찾은 전 전 대통령./남윤호 기자
전두환 회고록, 어떤 내용 담겼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르면 내년 회고록을 출간할 예정인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지난 3월 24일 부인 이순자 여사의 생일을 맞아 서울시내 한 음식점을 찾은 전 전 대통령./남윤호 기자

지난해 말 누런 수의를 입고 유언장을 쓴 적이 있다. 임종 체험을 하면서다. 수의 어디에도 주머니는 없다. 떠날 땐 빈 손이다. 세상에 남길 것은 종이 한 장에 쓴 지난날 기억과 후회 뿐이다. 유언장은 짧은 인생의 회고록이자 참회록이었다.

자기계발 컨설턴트 스티븐 코비는 인간은 4개 차원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살고(생존) 사랑하고(대인관계) 배우고(성장과 발전) 유산을 남기고(의미와 기여) 싶은 욕구다. 회고록은 인간의 '의미와 기여' 욕구를 잘 보여준다. 자신의 삶에 가치를 부여하고,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것이니 말이다.

권력의 정점에 섰던 역대 대통령들도 퇴임 후 회고록을 펴냈다. 회고록엔 자신의 생애와 재임기간 있었던 일, 국정 경험, 비화 등을 담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은 실패한 대통령"이라며 자기 성찰을 하기도 했다. 때문에 회고록이 세상에 나올 때마다 후폭풍이 일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소장은 지난 2월 "노태우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대선 후보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선거자금으로 3000억 원을 줬다는 내용을 담아 논란이 일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을 조목조목 비판해 파문이 일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대통령의 시간'이란 제목의 회고록을 펴낸 이명박 전 대통령도 MB 자원외교 국정조사 특위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는 점에서 '책임 회피용'이란 논란에 휩싸였다.

MB 회고록 이명박 전 대통령도 지난 2월 대통령의 시간이란 제목의 회고록을 펴냈다./더팩트DB
'MB 회고록' 이명박 전 대통령도 지난 2월 '대통령의 시간'이란 제목의 회고록을 펴냈다./더팩트DB

또 하나의 대통령 회고록이 세상에 나온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르면 내년 회고록을 출간할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5·18 민주화운동 제 35주년인 날에 이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일기 등을 토대로 회고록을 준비했지만 2013년 재산 환수 문제로 작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벌써부터 전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정가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당장 전 전 대통령이 보안사령관이었던 5·18 당시 비공개 일화나 12·12 사태 등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될지, 또 전 전 대통령이 이를 어떻게 자평할지 등 회고록이 세상에 나올 때까지 많은 사람들이 예의주시할 분위기다.

문민정부는 1995년 '5·18 특별법'을 제정했다. 이 법을 근거로 전·노 전 대통령을 비롯한 1980년 당시 신군부 측 핵심인사 11명을 군형법 상 반란 수괴죄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5·18 진실 밝히나 전 전 대통령은 5공 청문회 등에서 5·18 당시 계엄군 진압에 대해 좌파 세력의 공세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뜻을 밝혔다. 올해 초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인근 산행에 나선 전 전 대통령./이새롬 기자
'5·18 진실 밝히나' 전 전 대통령은 5공 청문회 등에서 5·18 당시 계엄군 진압에 대해 "좌파 세력의 공세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뜻을 밝혔다. 올해 초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인근 산행에 나선 전 전 대통령./이새롬 기자

전 전 대통령은 5공 청문회 등에서 5·18 당시 계엄군 진압에 대해 "좌파 세력의 공세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법원에서 1심 사형, 2심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풀려난 뒤에도 이 같은 뜻을 고수해 왔다. 1997년 무기징역 확정과 함께 2205억 원의 추징금을 부과 받았으나 미납했고, 2013년 검찰의 '전두환 일가 재산 환수'라는 수모를 겪었다.

전 전 대통령의 나이도 이제 여든 넷이다. 5·18 이후 35년이 흐른 지금에도 그의 생각은 변치 않았을까. 회고록(回顧錄)이란,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해 적은 기록이지만 필자에 따라 내용에 따라 '참회록'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5·18민주화운동 유족들은 오랜 시간 그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바라왔다. 단 한 줄이라도 참회록이길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전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선 재판 당시와 같은 말이 더는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왜 나만 갖고 그래."

[더팩트 | 오경희 기자 ar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