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줄 모르는 '블랙기업', 곧 부끄럽게 만들겠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더팩트'와 전화 인터뷰에서 "청년들의 불안정한 지위를 악용해 불합리하게 노동을 시키는 '블랙기업'들을 부끄럽게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청년유니온 제공 |
김민수 위원장, '회사의 가축'이 안 되는 비법 전수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은 11%에 육박하고 있다. 이 여파는 고스란히 취업을 준비하는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돌아와 '열정페이(열정을 빌미로 한 저임금 노동)'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수많은 청년들이 코딱지만큼 적은 임금을 받고도 일 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 때문에 오죽하면 '당신의 열정을 헐값에 삽니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에 '떼인 돈을 받아드립니다'를 외치는 한 청년이 있다. 그는 청년들의 고용안정과 노동권 보장을 위해 힘쓰는 단체 청년유니온 김민수(25) 위원장이다. 그는 '열정페이'가 합당하다고 주장하는 기업들을 향해 "부끄러운 줄 모른다. X 소리하지 말고 법대로 하자"라며 청년들을 대변해 화끈하게 말한다. <더팩트>는 지난달 28일 김 위원장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열정페이'의 문제점과 청년유니온 행동방향 등을 들어봤다.
◆ 법적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블랙기업'
아르바이트 '임금체불' 부당합니다! 청년유니온이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 앞에서 아르바이트생 임금체불에 관련해 시위를 하고 있다./청년유니온 제공 |
-'열정페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 익숙하게 스며들었다. 느낌으론 알겠는데 정확한 뜻을 모르겠다. '열정페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페이는 돈을 지불한다는 뜻이다. 노동에 대한 대가로 돈을 지불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있다. 청년들의 불안정한 지위를 악용해서 불합리하게 노동을 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하면 되겠다. 이렇게 '열정페이'를 지급하는 기업들을 '블랙기업'이라고 부르고 있다.
-'열정페이'의 기준은 무엇인가? 상대적인 것처럼 느껴지는데 최소한의 기준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할 것도 없다. '열정페이'를 지불한다는 건 기본적으로 법을 어기는 거다. '좋아하는 일, 하고 싶어하는 일을 가르쳐준다'는 명목으로 일한 몫에 대한 응당한 돈, 즉 '최저임금수준'을 지키지 않는 '블랙기업'들이 많다. 교육이라고 말하지만 어쨌든 기업이 이들의 노동으로 기업의 이윤을 창출하지 않았나.
-'열정페이' 과정을 '그러려니'하고 이겨내고 있는 청년들도 있다. 왜 이들은 힘든 줄 알면서도 일을 계속 하고 있으며, '열정페이'가 늘어나는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런 걸 일본에선 '사축의 양상'이라고 한다. 회사의 가축. 청년들이 처한 상황이 불안정한 취업 시장에 놓여 있다. 고용률은 계속 떨어지고 게다가 일 할 만한 괜찮은 일자리는 거의 멸종 상태다. 이렇게 심화되는 고용난이 일단 사회적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거기에다 법질서와 사회적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감독하거나 규제하지 못한 것도 한 몫 한다. 그러다 보니 청년들이 불합리하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다.
◆ 일을 한 만큼 그에 맞는 '페이'를 줘야
'최저임금 실태', 어디가 적정선? 김 위원장은 "유니온은 앞으로도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힘쓰고 블랙기업을 고발하는 작업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청년유니온 제공 |
-'열정페이' 신고, 한 달 기준 몇 건이나 들어오나?
청년유니온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블랙기업' 신고를 받기 시작했다. 6개월 동안 청년들에게 비합리적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이 200건 수가 넘었다.
-청년유니온에 노동상담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어떤 종류와 분야들이 있으며 어떤 문제가 가장 심각한가?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한 사례가 가장 많다. 법적으로 주 40시간 일하기로 정해져 있다. 추가근무를 하면 추가수당을 주는 게 정상인데 그러지 않고 있다. 일을 더 했으면 더 줘야 하는데. 단지 100만 원, 50만 원과 같이 정해진 일정 금액을 준다. 임금 관련 상담 이외에는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거나 압박을 줘 자진 퇴사 하게끔 하는 경우도 있고, 직장 내 성희롱, 폭력, 폭행 사례들이 접수되고 있다.
-청년유니온이 이러한 관행들을 없애기 위해 여러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로 패션노조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유가 있나?
일부러 중점을 둔 건 아니다. 아시다시피 패션업계는 비일비재하게 이런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이상봉 디자이너 사건으로 이미 많이 공론화됐다. 수습직원 10~20만 원을 주고 배우니까 참으라면서 밤도 자주 새우게 하고 밥도 제대로 안 주면서 하인 부리듯 했다. 패션업계 종사자들이 심각성을 깨닫고 제보가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조가 형성된 거다.
청년 노동문제, 함께 해결해 갑시다! 청년유니온에서 청년일자리에 관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청년유니온 제공 |
-인턴이라는 제도 차제가 '배움의 과정'이라고 알고 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착취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배우면서 돈도 주는데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겠다. 이런 기업 입장을 대변한다면?
말 좀 심하게 해도 되나? X 소리 하지 말고 법대로 하자고 말하고 싶다. 기업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기본 질서와 사회 약속을 잘 지키며 그런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기업들은 항상 "돈이 없고, 사정이 힘들고…"라고 뻔뻔하게 말한다. 우리가 다른 걸 바라는 게 아니라 "미안하다, 몰랐다"고 하고 다음부터 잘 지켜주면 되는데. 부끄러운 줄 모르는 기업들 저희가 곧 부끄럽게 만들 거다.
-그렇다면 기업-노동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 어떤 것들이 있나? 그래야 '열정페이'가 사라질 것 같다.
종전에도 말했지만 이건 법을 지키지 않아 생기는 문제다. 국회에서 우리가 뽑은 대표들이 입법 과정을 거쳐 법을 만들지 않나. 법을 잘 지켜준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느 정도가 적정선 이라고 생각하나?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와 실현 가능성은?
적정선, 정해진 정답은 없다. 다만 알바노조와 함께 주장하는 최저임금인 '만 원'은 상징하는 바가 있다. 밑바닥을 끌어 올리는 충격요법. 7~8%씩 조금 인상하는 것보다 한 번의 큰 충격을 주자는 거다.
◆'블랙기업' 퇴치법, 문제 인식이 우선돼야
'블랙기업', 청년유니온에 신고하세요! 청년유니온에서는 '블랙기업' 고발사이트(http://blackcorp.kr)를 운영하고 있다./청년유니온 제공 |
-청년들이 인턴이나 알바를 하기 전 꼭 챙겨야 할 사항은 어떤 것들이 있나?
일단은 근로기준법, 계약서 쓰는 요령, 대처하는 방향 등 알아두어야 할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걸 다 챙기기 힘들 뿐 아니라 법이라는 게 참 어렵다. 그래서 저는 이런 것보다 더 먼저 알아야 할 것들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 번째는 내 능력이 부족해서, 내가 못해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를 버려야 한다. 본인 탓이 아니다. 나라가 '개꼴'이라 그런 거지. 내 잘못이라고 자책하는 순간 게임 끝이다. 사회적 여건 마련이 제대로 안 됐다는 것, 즉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인지하고 자책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혼자 안고 가는 것은 금물이다. 문제를 함께 안고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사회에서 이런 청년들의 문제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며 우리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줬으면 한다. 가깝게는 바로 옆 친구가 힘든 일을 겪고 있다면 방법이 없는지 함께 마련하고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함께 고민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부당노동 행위를 당했을 때 구제받는 방법이나 절차를 알려달라.
노동청에 신고하면 된다. 그런데 이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마라. 청년유니온이 함께 해결해 줄 것이다. 상담을 받고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면 된다. 신고와 상담은 청년유니온 '블랙기업' 고발사이트(http://blackcorp.kr)나 02-735-0262로 전화로 가능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청년유니온은 캠페인이나 상담, 기업과의 교섭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문제가 된 패션 기업과 대토론을 벌여 우리의 의견을 전달했다. 앞으로도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힘쓰고 블랙기업을 고발하는 작업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한편 청년유니온은 지난 2010년 3월 창립한 청년세대들의 노동조합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내년에 적용한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으로 노동계의 추천을 받았다. 최저임금위원회같이 광범위한 제도권 기구에 참여하는 청년노동자 대표는 김 위원장이 처음이다. 그는 현재 5580원인 최저임금을 만 원으로 올리는 데 힘쓰고 있다.
[더팩트 | 서민지 기자 mj7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