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탐사] '성완종 행적' 풀 휴대전화 복원의 세계
입력: 2015.04.26 08:37 / 수정: 2015.04.27 15:58
휴대전화 복원 및 데이터 복구 과정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차명폰 2대의 복원 과정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24일 서울 교대 법원 주위에 몰려 있는 휴대폰 복구 업체를 찾았다. 복구 업체에서 데이터를 추출한 감정 결과 샘플이다./서초동=서민지 기자
휴대전화 복원 및 데이터 복구 과정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차명폰 2대의 복원 과정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24일 서울 교대 법원 주위에 몰려 있는 휴대폰 복구 업체를 찾았다. 복구 업체에서 데이터를 추출한 감정 결과 샘플이다./서초동=서민지 기자

두 개의 휴대전화…217 40 140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메모지를 남기고 숨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정치권을 강타한 이 파문을 풀 핵심 열쇠 가운데 또 하나는 그가 남긴 두 개의 휴대전화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도 지난 11일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행적을 좇기 위해 휴대전화 복원에 나섰다.

검찰은 복원 과정에서 성 전 회장의 휴대전화 착발신 내용과 문자 메시지, 음성 녹음 파일 등을 확보해 증거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이완구 국무총리와 통화 내용, 마지막 통화자, 성 전 회장이 정치권 인사 등에 구명 활동을 벌인 정황 등을 확인했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이 숨지며 몰고 온 이 파문의 '의혹'은 아직도 풀지 못했다. 검찰은 휴대전화에서 복원한 데이터 등을 정밀 분석해 다른 정황 증거와 대조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전화 복원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궁금했다. <더팩트>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인근 휴대전화 복원(복구)업체를 찾아, 복구과정, 소요시간, 데이터 왜곡 가능성 등에 대해 알아봤다.

◆ 휴대전화 복원 최소 5시간이면 끝?

휴대전화 복구업체의 입간판 휴대전화 데이터 복구업체에서는 일반적으로 통화 기록과 문자 메시지의 데이터를 복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데이터의 양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5시간이라고 밝혔다./서초동=서민지 기자
휴대전화 복구업체의 입간판 휴대전화 데이터 복구업체에서는 일반적으로 통화 기록과 문자 메시지의 데이터를 복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데이터의 양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5시간이라고 밝혔다./서초동=서민지 기자

휴대전화의 삭제된 데이터를 복구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불법으로 휴대전화를 복원하는 업체가 아닌 디지털 증거자료로 만들어 법적으로 내밀 수 있는 이른바 '디지털 포렌식 절차'로 휴대전화를 복구할 수 있는 업체는 우리나라에 몇 곳 되지 않는다.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휴대전화 복원 업체를 찾았다. 이들 업체는 법원, 선거관리위원회 등이 있는 서초동을 중심으로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언론 및 법조계의 (휴대전화 복구) 요청을 많이 받는다고 밝힌 A 업체의 신 모 팀장은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의 통화기록과 문자 메시지의 데이터를 복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5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밝혔다.

B 업체 김 모 소장 역시 신 팀장의 답변과 같았다. "물론 데이터의 양에 따라 다르겠지만 피처폰의 경우 시간이 더 단축되며 데이터가 많더라도 최대 10시간은 넘지 않는다"게 업체 관계자들의 얘기다.

휴대전화 복구는 어디까지 가능할지 궁금했다. A 업체 신 팀장은 "침수된 휴대전화도 메모리만 추출하면 하루 만에 가능하다"면서 "그래서 일반적 기업 수사에도 쓰이고 선거관리위원회, 채권단, 법원 등 협력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다양한 고객층이 있지만 최근에는 자녀가 학교 폭력을 당한 경우 휴대전화 데이터 복구가 실마리가 돼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이 업체를 찾은 민원인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업체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휴대전화 복구 비용은 문자와 통화 기록은 60만 원이고, 복구된 데이터는 엑셀 파일로 받을 수 있다.

◆ 복원과정 보니…문제는 '데이터 분량'

디지털 포렌식 감정 과정·결과 휴대전화의 삭제된 데이터를 복구하는 것을 비롯해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문서화 시키는 작업까지 최대 하루가 소요된다. B업체에서는 추출된 데이터의 분량이 많기 때문에 수사 과정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서초동=서민지 기자
디지털 포렌식 감정 과정·결과 휴대전화의 삭제된 데이터를 복구하는 것을 비롯해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문서화 시키는 작업까지 최대 하루가 소요된다. B업체에서는 추출된 데이터의 분량이 많기 때문에 수사 과정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서초동=서민지 기자

'최소 5시간에서 최대 10시간.'

업계 관계자들이 제시한 휴대전화 복원에 걸리는 시간은 이렇다. 그런데 왜, 성 전 회장의 휴대전화 복원하는 데 열흘이 넘게 걸렸을까. 더구나 성 전 회장의 휴대전화는 스마트폰에 비해 더 빠르게 복원 가능한 피처폰이다.

A업체 신 팀장은 "데이터는 만 건 단위의 분석시간도 사실상 최대 이틀이면 끝난다. 10일 이상 걸렸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대부분 사건이 많아 물량이 밀렸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성 전 회장이 지니고 있었던 휴대전화는 3G 방식의 국산 폴더형 제품으로 이른바 피처폰으로 알려졌다. A업체 신 팀장은 "성 전 회장의 피처폰 자체가 통화가 끝나면 '녹음을 하시겠습니까'라고 뜨는 기종"이라면서 "녹음 자료가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B업체 김 소장은 "사실 복구하는 과정은 얼마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복구된 데이터는 PC 기준으로 보면 1톤 트럭 8대에 해당하는 분량이 나온다. 이것들을 분류하고 정리하고 수사하는 과정이 오래 걸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즉 복원한 뒤 추출한 데이터 분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수사 과정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더팩트 | 서초동=서민지 기자 mj79@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