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이재명 성남 시장, "세월호, 드러난 게 전부 아니다"
입력: 2015.04.16 11:46 / 수정: 2015.04.16 18:30

안타깝고 답답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진실규명을 하려는 태도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시장이 세월호 1주기 소회를 밝히고 있다. / 성남시청=문병희 기자
"안타깝고 답답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진실규명을 하려는 태도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시장이 세월호 1주기 소회를 밝히고 있다. / 성남시청=문병희 기자

"세월호 진실, 수면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지난해 4월 16일 아무도 몰랐고, 설마 했던 참사는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함께 울었고 진실을 규명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며 ‘잊지 않겠다’고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로했다. 정부는 진실을 규명해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약속했다.

승선자 476명(구조 172명) 중 295명이 사망했고, 현재 9명은 실종 상태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1년이 지난 그곳 진도 앞바다엔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9명이 잠들어 있다. 세월이 흐르며 뜨거웠던 세월호 참사에 대한 관심은 국민들의 뇌리에서 서서히 잊혀서 16일 1주기를 맞았다.

<더팩트>는 지난 3일 오후 성남시청 시장실에서 세월호 문제에 대해 유족 못지않은 관심과 함께 정부를 향해 날 선 비판, 그리고 의혹을 제기한 이재명(52) 성남시장을 만나, 세월호 1주기를 맞은 소회를 들었다. 정치적 스펙트럼 위치를 떠나 이재명 시장이 중앙정치인 이상으로 세월호에 대한 자기 주장을 강력히 펼치고 있다는 대목에서 그를 찾았다. 세월호 사건 발생 처음부터 지금까지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이 시장에게 세월호 1주기에 대한 소회를 묻자 그는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 진척 없는 세월호, 답답하고 안타깝다

이유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이 시장은 세월호에 대한 관심과 관련 드러난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문병희 기자
"이유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이 시장은 세월호에 대한 관심과 관련 "드러난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문병희 기자

-세월호 참사 1주기, 심정이 어떤가.

답답하고 안타깝다. 진척은 없고 유가족이 공감할 내용은 없다. 국민들의 안타까움과 슬픔만 더 커지는 것 같다. 300명이 넘는 생때같은 목숨이 생중계 속에서 죽어간 지 1년이 다 되도록 우리는 대한민국은 아직도 이러고 있다. 미안하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이 시장만큼 끈질기게 의혹을 제기하거나 관심을 보인 사람도 없는 것 같다.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특이한 사건이어서가 아니다. 시장의 역할은 단순히 시에 관한 부분에 국한하지 않는다.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켜야 하고 시민은 국가와 관련이 있다. 국가 경영으로부터 피해를 막는 것도 시장의 역할이다. 성남 시민들이 성남시장만 하라고 뽑은 것이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들) 진상을 규명하고 엄중한 처벌을 하는 것, 그리고 인간의 생명과 존중의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내는 것도 시장의 역할이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로서는 원통할 수밖에 없다. 이유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진실이 규명돼야 책임도 묻고 합리적인 대책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진상 자체가 규명이 안 된다. 세월호 침몰 과정을 전 국민이 생방송으로 지켜봤다. 국민들이 받은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내가 세월호에 지속해서 관심을 보이는 것은 드러난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성남시청에 세월호 깃발과, 커다란 플래카드가 외벽에 걸려 있다. / 문병희 기자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성남시청에 세월호 깃발과, 커다란 플래카드가 외벽에 걸려 있다. / 문병희 기자

-세월호 참사 1년 동안 정부가 한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하긴 했다. 국민을 둘로 나누는 일을 했다. 한쪽은 숨기고 한쪽은 밝히려고 하고…. 정부가 두 가지 입장의 균형을 막고자 하는 것 같다. 이럴 때 국민의 의지와 투지가 필요하다.

지금 정부를 보면 규제 완화로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 끊임없이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국민의 위험을 대가로 소수의 이익과 바꾸는 꼴이다. 사회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세월호 사건의 진상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하나의 마디다. 이 마디를 넘지 못하고 오히려 퇴행하고 있다. 퇴행의 근거가 바로 ‘종북’으로 모는 것이다. 옳은 행동을 해도 진영논리로 입을 틀어막고 있다.

돌아올거라 희망했는데…벌써 1년 지난해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제주도고 가던 세월호가 침몰해 승선자 476명(구조 172명) 중 295명이 사망했고, 현재 9명이 실종 상태다. / 임영무 기자
돌아올거라 희망했는데…벌써 1년 지난해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제주도고 가던 세월호가 침몰해 승선자 476명(구조 172명) 중 295명이 사망했고, 현재 9명이 실종 상태다. / 임영무 기자

-세월호의 실소유주는 국가정보원(국정원)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왜 이런 일이? 왜 방치됐을까? 왜 여전히 진상규명 노력은 부족하고 방해받고 있을까? 의문의 근원은 소유관계와 관리에서 파생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세월호 소유는 청해진 해운인데 왜 국과 기관에서 경영에 관여했을까. 그리고 왜 사고 당시 보고가 해경이나 회사가 아닌 국정원에 먼저 보고됐을까. 전국의 선박 중 국정원에 보고한 유일한 선박이 세월호다.

국정원 공제회 ‘양우공제회’가 선박에 투자했을 가능성이 있다. 국정원은 세월호 선박의 화장실 휴지에 직원 휴가까지 80여 가지 사항에 시시콜콜 관여했다. 국정원이 소유자가 아니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국정원이 ‘양우공제회’ 명의로 수천억대 자금을 운용하는데 선박, 항공기, 골프장 등 무제한으로 사업하고 있고 그 내용을 절대 밝히지 않고 있다.

◆ 정부, 진실규명 위해서라도 인양해야

잔인하다 이 시장은 세월호 희생자 보상금을 공개한 정부를 향해 유족을 위했다면 공개해선 안됐다고 지적했다. / 문병희 기자
"잔인하다" 이 시장은 세월호 희생자 보상금을 공개한 정부를 향해 "유족을 위했다면 공개해선 안됐다"고 지적했다. / 문병희 기자

-지난 1일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보상금액이 알려졌다. 유족들은 정부의 태도에 울분을 터뜨렸다. 보상금 발표 어떻게 생각하나.

보상금을 공개했다. 유족을 위했다면 공개해선 안됐다. 진상규명 후에 보상금 규모를 공개했어도 늦지 않다. 세월호 1주기가 다가오며 진상규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여기에 찬물을 끼 얻으려 한 거 아닌가? 정부의 보상금 공개를 보면서 ‘물로 죽게 하더니 돈으로 죽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족들에겐) 잔인하다. 그리고 보상금은 국민 성금이지 정부가 주는 게 아니다. 그런데 마치 정부가 주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힘없는 국민들은 세월호 희생자들이 왜 사망했는지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배상은 이후 문제다. 유족들 처지에서 볼 때 얼마나 황당하겠나. 유족들은 고통스러워하는데 거기다 대고 '얼마면 돼?' 같다. 이렇게 해선 안 된다. 세월호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진상규명특별법’ 시행령을 두고도 말이 많다.

정부의 의지가 없다. 정부의 태도를 보면 진상규명 자체에 호의적이지 않다. 시행령을 보아도 진상규명이 매우 어렵게 돼 있다. 만약 진상규명을 원했다면 더 쉽도록 만들었어야 했다. 시행령으로 볼 때 정부는 진실이 알고 싶지 않거나 알려지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유족들의 의견을 듣고 수정해야 한다.

국민들은 잊거나 외면하지 않을 것 이 시장은 진실은 결국 수면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런 확신을 했으면 좋겠다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 문병희 기자
"국민들은 잊거나 외면하지 않을 것" 이 시장은 "진실은 결국 수면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런 확신을 했으면 좋겠다"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 문병희 기자

-세월호 ‘인양’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先(선) 인양(진상규명) 後(후) 보상’이어야 한다. 수색 중단 시 ‘이제는 인양을 논의할 때’라고 밝힌 정부가 아직도 결정을 못 한걸 보면서 유족과 국민을 상대로 장난을 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안함의 경우 얼마나 신속하게 인양했나. 국민 295명이 희생되고 9명은 아직 시신도 찾지 못했다. 인양해서 확인해야 한다. 선박의 손상이 상당 정도 변형되길 기다리는 것 아닌가 의심을 한다.

-단장(斷腸)이 끊어진 고통을 살고 있을 유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유족들 힘들고 외롭더라도 결코 국민들이 잊거나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진실은 결국 수면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런 확신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부가 세월호 진실을 밝히는 데 시간을 늦출 수 있을지 몰라도 결코 피할 수는 없다. 진실을 증명하자. 그에 따른 고통과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

한편 14일 이 시장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어느새 1년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유가족들은 광화문을 지키고 있고, 아홉 명의 실종자 가족들은 차라리 유가족이 되길 바란다는 ‘슬픈 소원’을 간직한 채 팽목항의 차디찬 바닷바람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세월호는 바다 속 깊은 곳에 있습니다. 함께 침몰한 진실 또한 인양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실을 덮거나 묻으려는 사람들, 이 참사를 잊어버리려는 사람들…. 모두 비극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반드시 ‘기억’하겠습니다.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더팩트 ㅣ 성남시청=이철영 기자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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