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성완종 메모’와 이완구 총리의 ‘부패 척결’
입력: 2015.04.14 08:52 / 수정: 2015.04.14 09:03

청문회도 잘 넘기고 여기까지 왔는데…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정국을 흔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성 전 회장 쪽지에 이름을 올린 이완구 총리의 지난달 부패와의 전쟁 발표가 주목받고 있다./ 임영무 기자
청문회도 잘 넘기고 여기까지 왔는데…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정국을 흔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성 전 회장 쪽지에 이름을 올린 이완구 총리의 지난달 '부패와의 전쟁' 발표가 주목받고 있다./ 임영무 기자

"저는 '부패와의 전쟁'을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기필코 완수하고자 한다. 부패에 관한 한 철저한 '무관용 원칙'에 따라 다시는 부정부패가 우리 사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근절해 나가겠다."

지난달 12일 이완구 국무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했던 말이다. 백번 옳은 말이고 강한 의지가 느껴질 정도였다. 이 총리에게 박수를 보낸 지 채 한 달이 지나기도 전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되며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9일 자살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 전 회장의 주머니에서 한 장의 쪽지가 나왔다. '55자'가 적힌 이 쪽지에는 ‘김기춘, 허태열, 이완구, 홍준표, 이병기, 홍문종, 서병수, 유정복’ 등의 이름과 함께 10만 달러, 7억 원 등이 적혔다.

망자는 말이 없고 그가 남긴 한 장의 쪽지는 정국을 흔들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비서실장부터 현 비서실장, 그리고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한 이 총리까지. 실세 중의 실세를 정조준한 것이다.

정국을 흔드는 성완종 리스트 검찰은 12일 특별수사팀을 꾸려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수사를 시작했다. / 더팩트DB, 서울신문 제공
'정국을 흔드는 성완종 리스트' 검찰은 12일 특별수사팀을 꾸려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수사를 시작했다. / 더팩트DB, 서울신문 제공

안타깝게도 쪽지에 이름을 올린, 이 총리가 말한 ‘부패’는 무엇인가. 돈을 받고 비리를 눈감아 주거나 누군가의 부탁을 들어주는 그런 비리 또는 불법 정치자금 등이라 할 수 있다.

부패(腐敗)는 사전적으로 ‘정치적 부패’와 ‘화학적 부패’의 뜻을 동시에 가진다. 흔히 ‘부패’를 두고 사람들은 ‘썩은 냄새’로 표현한다. 이런 점에서 두 가지 의미를 가진 이 부패의 공통점도 ‘썩은 냄새’가 아닐까. 썩은 냄새가 진동할 때는 코를 막거나 피하는 게 상책이다.

음식이 부패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보관의 문제다. 부패한 음식은 아깝지만 버리면 그만이다. 정치적 부패는 음식과 달리 버리기도 참 모호하다. 정치적 부패는 '머니 머니(뭐니 뭐니)해도 머니(Money)'다. 정치권에 돈을 주는 이유가 올바른 정치에 이용하라는 정치자금 후원이라는 좋은 의미도 있다. 문제는 언제나 뒤에서 몰래 받아 챙기는 돈이 문제다. 부패한 돈을 받은 정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썩은 내가 나고 결국엔 이 썩은 내가 진동하면서 그 추악한 뒷거래는 탄로 난다.

부패를 없애는 데는 ‘척결(剔抉 살을 도려내고 뼈를 발라냄)’이 답이다. 부패한 음식을 아낌없이 버리듯이 정치적 부패는 척결해야만 한다. 성완종 리스트가 정국을 흔들고 이름이 거론된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받은 적 없다.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한다. 국민들은 그리고 박근혜 정부는 그 말이 사실이길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박근혜 정부는 말 그대로 자멸할 수 있다. 전직 비서실장과 현 비서실장 그리고 국무총리는 물론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던 인물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12일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이 총리가 밝힌 것처럼 “국가의 명운이 걸린 과업”이라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부정부패 척결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과업입니다. 결코, 실패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이번에 실패하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는 각오로 부패척결이라는 역사적 과업에 정부의 모든 역량을 결집해 나갈 것입니다.”

[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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