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골리앗 꺾은 김용남 의원, '국회 입성기'
입력: 2015.04.10 11:49 / 수정: 2015.04.10 14:23

24시간이 모자라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6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은 양손에 여러 개의 접시를 들고 솜씨 좋게 곡예를 펼치는 것 같다면서 그간 의정 활동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국회=임영무 기자
"24시간이 모자라"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6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은 양손에 여러 개의 접시를 들고 솜씨 좋게 곡예를 펼치는 것 같다"면서 그간 의정 활동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국회=임영무 기자

"신뢰받는 정치인이 되고 싶습니다."

그날의 결전을 사람들은 '골리앗을 꺾은 다윗의 승리'라고 말했다. 정치 신인이 4선 중진 의원을 누르고 여의도행 티켓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김용남(45·경기 수원병·초선)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을 꺾고 국회에 입성했다.

젊은 기수의 패기는 지난달 초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에 관한 법)' 통과 과정에서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여야 할 것 없이 법의 통과를 말할 때 국회 본회의장에서 '부결'을 주장했고, 소신 발언으로 '그날의 NO맨'이란 별칭을 얻었다. 지금도 그는 당시의 '김영란법' 통과 과정을 '코미디'라고 꼬집는다.

의정 활동 9개월 차, 김 의원은 24시간이 모자라다. "국회의원은 양손에 여러 개의 접시를 들고 솜씨 좋게 곡예를 펼치는 것 같다"며 "엄~청 바쁘고, 힘들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런 그를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집무실에서 마주했다. 검사 출신의 그는 왜, 국회로 왔을까.

◆ "8년 만에 얻은 귀한 아들"

이사는 싫어요 어린 시절 이사만 10번도 넘게 다녔다는 김 의원. 그의 어린시절과 학창시절, 군 시절 성장 앨범./김용남 의원실 제공
"이사는 싫어요" 어린 시절 이사만 10번도 넘게 다녔다는 김 의원. 그의 어린시절과 학창시절, 군 시절 성장 앨범./김용남 의원실 제공

그는 말 그대로 엘리트다. 88학번으로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해 고려대 대학원 법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사법시험(제34회)에 합격했다. 재보선 동기인 같은 당 나경원 의원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이후 서울 중앙·북부 지검 등을 거쳐 2012년까지 수원지검 부장검사를 맡았다.

탄탄대로였을 것만 같은 그의 삶에도 시련은 있었다. 어린 시절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이사만 수없이 다녔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이사를 엄청 자주 다녔어요. 지금도 이사는 절대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요. 요즘엔 전세 계약 기간이 최소 2년이지만 제가 어렸을 땐 그런 게 없었으니 거의 매년 한 번 이상씩 이사를 했던 것 같아요. 해병대 부사관 출신의 아버지는 군대에서 딴 불도저 면허를 가지고 제대한 다음에 경기도청 기능직 공무원으로 일하셨지만, 형편이 넉넉지는 않았죠."

어머니 사랑합니다 김 의원의 어머니는 13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투병 중이다./김용남 의원실 제공
"어머니 사랑합니다" 김 의원의 어머니는 13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투병 중이다./김용남 의원실 제공

그래도 집에선 '귀남(귀한 아들)'이었다. 그는 "제 위로 누나 1명과 밑으로 남동생이 있는데 누나하고 저하고 나이 차이가 여덟 살이에요. 옛날엔 아들을 낳아야 했으니까 어머니께서 마음고생이 심하셨죠. 8년 만에 얻은 아들이니 어머니가 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셨어요. 저도 물론 그렇고요"라고 회상했다.

없는 살림에 고생만 한 어머니는 수년째 투병 중이다. 13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상에 누워 있다. 그는 당선 후 받은 국회의원 배지를 어머니께 먼저 달아드렸다.

◆ "힘든 정도요? '검사 < 의원'"

의정 생활, 힘드네요 검사와 정치인 중에 후자가 더 힘들다고 말하는 김 의원. /임영무 기자
"의정 생활, 힘드네요" 검사와 정치인 중에 후자가 더 힘들다고 말하는 김 의원. /임영무 기자

김 의원에게 검사와 정치인 둘 중에 무엇이 더 힘드냐고 '돌직구'로 물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의원이요"라고 답했다. "몇 배?"라고 묻자 잠시 고민하다 "한 2~3배?"라고 웃는다. 초선 의원으로서 고민이 생길 때마다 정병국·윤상현 의원 등 여러 선배 의원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의정 생활을 해 보니, 실제로 엄청 바빠요. 이게 국회 내에서 이뤄지는 상임위나 본회의도 있지만, 특위에 TF(태스크포스) 활동까지 하려면요. 저도 제가 정부 공적자금 문제를 제기해서 TF를 꾸리고 어느 정도 해법까지 나왔고, 지역구 의원은 또 지역구를 안 챙길 수 없잖아요. 여의도와 지역구를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의원은) 마치 접시 돌리기 같아요. 접시를 여러 개 돌리는데 그중에 하나를 깨뜨리면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되는 거잖아요. 여러 접시를 깨지지 않게 잘 돌리려면 바쁠 수밖에 없죠."

아자! 김 의원이 지난해 7·30 경기 수원병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후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더팩트DB
'아자!' 김 의원이 지난해 7·30 경기 수원병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후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더팩트DB

정치인으로서 삶을 택한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측면에서 검사와 정치인은 비슷하지만, 정치는 미래를 설계한다는 점에서 더 보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짧은 의정 생활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일까. 김 의원은 '김영란법'을 첫손에 꼽았다.

"김영란법 통과가 되고 나서 느낀 점은 세간이 들썩일 정도로 중대한 사안을 이렇게 쉽게 통과시킬 수 있나였어요. 저는 김영란법을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고, 최소한 흠결이 없는 상태에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법안이 통과된 날도 본회의를 2시간 미루면서 법사위에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뒤늦게 심의했잖았어요. 또 적어도 부부간 사실상의 고발 의무를 지운다는 것은 제가 아는 법과 상식에 어긋나 문제를 제기했던 것입니다. 동네 호떡집도 그런 식의 불량제품을 내놓진 않는데 말이죠."

◆ "올해 안으로 팔달 경찰서 유치"

팔달경찰서 유치할게요 올해 안으로 꼭 팔달 경찰서를 유치하겠다고 다짐하는 김 의원./임영무 기자
"팔달경찰서 유치할게요" "올해 안으로 꼭 팔달 경찰서를 유치하겠다"고 다짐하는 김 의원./임영무 기자

그는 요즘 '흉악 범죄와의 전쟁(?)'에 뛰어들었다. 검사 출신으로서, 지역구 의원으로서 수원 팔달경찰서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던 이유는 '토박이 정치인'이라는 프레임도 한몫했다. 때문에 그는 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려고 노력한다. 그를 시작으로 정치권에선 팔달경찰서 유치전이 한창이다.

"오원춘 사건과 2년 만에 또다시 발생한 박춘봉 사건은 모두 팔달구에서 일어났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수원에는 4개의 구(區)가 있으나 경찰서는 3개로, 유일하게 팔달구만 경찰서가 없어요. 3개 경찰서가 분리해서 팔달구의 치안을 맡고 있다는 것이죠. 제가 팔달경찰서 유치를 내걸자 여기저기서 난리예요. 이러다 '원조' 싸움이 나겠어요(웃음). 왜 여태껏 아무도 안 했을까요? 올해 안으로 꼭 유치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살아남겠죠? 김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주민들의 선택을 받고자 열심히 뛰겠다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임영무 기자
"살아남겠죠?" 김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주민들의 선택을 받고자 열심히 뛰겠다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임영무 기자

이제 남은 의정활동 기간은 1년 남짓. 우리나라의 선거 패턴상 집권 4년 차에 치뤄지는 내년 총선은 여당에 쉽지 않은 선거다. 그러나 그는 "지역에 애정을 갖고 열심히 뛰다 보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의 등 뒤로 의원실 한편에 큼지막하게 걸린 수원성 사진이 유독 눈에 띈다.

"제가 추구하는 정치인의 상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 그때그때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자기한테 유리한 얘기만 하지 않는, 원칙을 갖고 일하는 사람입니다. '김용남'을 떠올리면 믿을 수 있는 사람, 거짓말은 안 하는 사람이란 평가를 듣고 싶습니다."

[더팩트 ㅣ 국회=오경희 기자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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