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성완종 리스트' 열리나, '나 떨고 있니'
입력: 2015.04.10 10:03 / 수정: 2015.04.10 13:38

성완종 억울하다 9일 해외 자원개발 비리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오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 전 유전은 유서에 억울하다고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서울신문 제공
성완종 "억울하다" 9일 해외 자원개발 비리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오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 전 유전은 유서에 "억울하다"고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서울신문 제공

"김기춘·허태열에 거액 건네"…당사자들 '부인'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정치권의 '핵'으로 떠올랐다. 9일 해외 자원개발 비리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오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세상을 등지면서 그는 '박근혜 정권 두 전직 비서실장에 자금을 전달했다'는 유언(의혹)을 남겼다'고 10일 '경향신문'은 보도했다. 때문에 '성완종 리스트'의 실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인터뷰 보도 후 같은 날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전날 성 전 회장의 시신을 검시하는 과정에서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포함해 5~6명의 이름과 특정 액수가 적힌 쪽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성 전 회장이 전·현 정부 주요 인사 등 정치권 전반에 걸쳐 친분을 맺어왔다는 입소문과 유족들의 유서 공개 거부, 생전 마지막 언론 인터뷰 등이 맞물리면서 의혹의 불씨는 타오르고 있다.

◆ 성완종, 그는 왜 'MB'맨으로 불렸나

난 MB맨 아냐 성 전 회장은 8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피의자 신분으로는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MB맨(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이 아니며 검찰이 덧씌운 혐의도 사실과 다르다며 눈물까지 흘렸다./문병희 기자
"난 MB맨 아냐" 성 전 회장은 8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피의자 신분으로는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MB맨(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이 아니며 검찰이 덧씌운 혐의도 사실과 다르다"며 눈물까지 흘렸다./문병희 기자

성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를 겨낭한 검찰 사정(司正) 수사의 키(key)를 쥔 인물로 꼽혀왔다.

숨지기 전 성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 자원개발사업에 참여하며 250억여 원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800억 원대의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였다.

'MB맨'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시점은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전 대통령)가 당선된 뒤 잠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자문위원 역할을 맡으면서다.

성 전 회장은 자문위원으로서 당시 실세들과 친분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쌓은 인맥 등이 자원외교 문제와 관련해 특혜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MB맨'으로 지칭하는데 대해 억울해했다. 성 전 회장은 8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피의자 신분으로는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MB맨이 아니며 검찰이 덧씌운 혐의도 사실과 다르다"며 눈물까지 흘렸다.

한편, 성 전 회장은 충청권을 기반으로 국회의원까지 지낸 '정치인형 기업인'으로 통한다. 1985년부터 10여년간 대아건설 회장을 지낸 데 이어 2004∼2012년에는 도급 순위 26위권(지난해 기준)의 경남기업 회장으로 재직했다.

2012년 선진통일당(옛 자유선진당) 소속으로 충남 서산·태안 지역구에서 19대 국회의원에 출마해 당선됐으나 지난해 6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금배지를 반납했다. 총선 전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서산장학재단을 통해 지역주민을 지원한 것이 문제가 됐다.

◆ "김기춘에 10만 달러·허태열에 7억 원 전달"

김기춘·허태열에 돈 줬다 성 전 회장은 9일 생전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허태열 전 의원과 2006년 김기춘(왼쪽) 전 의원(전 비서실장)에게 각각 7억 원·10만 달러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더팩트DB
"김기춘·허태열에 돈 줬다" 성 전 회장은 9일 생전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허태열 전 의원과 2006년 김기춘(왼쪽) 전 의원(전 비서실장)에게 각각 7억 원·10만 달러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더팩트DB

어째설까. MB맨으로 불린 성 전 회장은 현 정권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떠났다. 성 전 회장은 생전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허태열 전 의원을 서울 강남 리베라호텔에서 몇 차례 만나 7억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또 "2006년 9월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만나러 독일에 갔을 때도 당시 박 대통령을 수행했던 김기춘 전 의원(전 비서실장)에게 미화 10만 달러를 건넸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은 "그런 일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이날 성 전 회장의 시신에서 두 사람의 이름과 액수 등이 적힌 금품 메모를 발견해 진실 공방이 일 것으로 관측된다.

성 전 회장은 2003년 충청권 정당인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총재특보단장을 맡았고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는 박근혜 후보를 측면지원했다. 그는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허태열 전 의원 소개로 박근혜 (당시) 후보를 만났고, 박 후보 당선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고 밝힌 바 있다.

정가 안팎에선 '성완종 리스트'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만약 이 경우 '메가톤급' 후폭풍이 일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업 하는 사람이 권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말하면 무시할 수 없어 많이 했다"고 마지막 인터뷰에서 밝혔다.

[더팩트 ㅣ 오경희 기자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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