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탐방-관악을 (하)] 고시생들 "선거용 반짝 방문, 열받아"
입력: 2015.04.03 11:29 / 수정: 2015.04.03 11:29

27년의 '아성'은 무너질까. 서울 관악을이 4·29 재보궐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관악을은 지난 7번의 선거에서 단 한 번도 여당에 승리를 내주지 않았던 곳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보수 진영 후보 2명에 야권 후보만 5명으로, 모두 7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민심은 어디로 흐르고 있을까. <더팩트>는 1~2일 젊은 층과 서민 층이 밀집한 관악을(10개 동)을 찾았다. 시장과 고시촌에서 유권자들의 속내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대학동 고시촌엔 봄은 없다 1일 더팩트가 찾은 서울 관악구 대학동 고시촌의 분위기는 19도에 이르는 봄날씨인데도 여전히 춥고 차가웠다. 2030세대는 관악을 후보자 누구에게든 기대하는 바 없다고 입을 모았다./대학동= 김아름 기자
대학동 고시촌엔 봄은 없다 1일 '더팩트'가 찾은 서울 관악구 대학동 고시촌의 분위기는 19도에 이르는 봄날씨인데도 여전히 춥고 차가웠다. 2030세대는 관악을 후보자 누구에게든 "기대하는 바 없다"고 입을 모았다./대학동= 김아름 기자

서울시 관악을 보궐선거의 핵심 타깃 가운데 하나가 '청년 층'이다. 이 지역에서 청년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관악구 대학동 고시촌. 2030세대는 이번 선거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떠한 바람을 마음 속에 품고 있을까.

1일 낮 기온은 영상 19도로, 봄날씨였다. 겨우내 움추러들었던 사람들의 옷차림과 발걸음이 부쩍 가벼웠다. 그러나 이날 찾은 대학동 고시촌의 분위기는 여전히 한겨울 날씨처럼 꽁꽁 얼어붙었다.

고시촌에서 만난 청년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철만 되면 젊은층 '표심잡기' 행보나 하고 있는 의원들을 보면 부아가 치민다"고 분노했다. 고시생들인 만큼 굳이 뽑는다면 '사법시험 존치' 여부로 판단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 "그들은 절대, 이곳 실태를 알지 못한다"

2030세대의 현실 대학동 고시촌에서 만난 2030 청년들은 생활 공간을 공개하며 암울한 현실을 증명했다./대학동= 김아름 기자
'2030세대의 현실' 대학동 고시촌에서 만난 2030 청년들은 생활 공간을 공개하며 암울한 현실을 증명했다./대학동= 김아름 기자

낮 12시를 갓 넘은 시각, 고시학원과 도서관이 즐비한 고시촌 골목에선 하나둘 청년들이 쏟아져 나오며 식당을 찾아 헤멘다.

이들은 넉넉지 못한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듯 가벼운 간식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저렴한 밥집을 전전한다. 늘상 그래왔 듯, '고시 공부'와 '취업 전쟁'에 대해 푸념과 탄식을 늘어놓는다.

때마침 한 남성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이름을 언급한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가까이 다가가 그의 말을 들었다.

공무원 준비를 한다는 김모(28) 씨는 지난달 23일 김 대표의 고시촌 탐방과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실상 젊은 세대에게 관심은 없으면서 단순히 의석 확보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것 아니냐" 며 "그들은 절대 이곳 청년들의 실태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씨 주변의 다른 청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여야를 막론하고 이들은 의석 확보에만 목적이 있을 뿐이다. 우리가 생각할땐 열받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 관심없어요 대학동 고시촌 2030세대의 어깨는 하나같이 축 처져있다. 이들은 입지 강화에나 관심있는 의원들에 더이상 기대하는 바 없다며 날이 갈수록 희망을 잃어간다고 토로했다./대학동= 김아름 기자
"선거? 관심없어요" 대학동 고시촌 2030세대의 어깨는 하나같이 축 처져있다. 이들은 "입지 강화에나 관심있는 의원들에 더이상 기대하는 바 없다"며 "날이 갈수록 희망을 잃어간다"고 토로했다./대학동= 김아름 기자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분노케 만든 것일까. 하나같이 "지켜지지 않는 포퓰리즘 공약과 젊은 세대에 대한 무관심"을 언급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취업 준비에 뛰어든 대학생 이모(22) 씨와 최모(21) 씨는 "반값등록금이나 무상 지원 등은 바라지도 않는다. 지키지 포퓰리즘 공약은 말하지 말고 청년 안정 고용 등 젊은 세대가 어깨 펴고 살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제도적 방안과 환경을 만들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행정고시 준비 3년 차인 이모(32) 씨는 볕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방을 공개하며 "이곳 청년 대부분이 이런 생활을 한다. 그런데 여야를 막론하고 실태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자들에게 우리 역시 무슨 지지를 보내고 기대를 하느냐"고 토로했다.

이 씨의 방은 책상과 작은 옷장, 약간의 먹거리를 보관할 냉장고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으며 그나마 여유 공간이라 할 수 있는 곳은 장정 한 사람이 겨우 몸을 뉘일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그들 말대로 암울한 현실이다.

"여야? 사시 존치 공약할 후보 뽑겠다"

사시폐지?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오랜 시간 이곳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한 청년들은 하나같이 사시 존치를 강조했다. 이들은 로스쿨 제도가 기득권을 위한 제도라며 강력히 반발했다./대학동=김아름 기자
"사시폐지?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오랜 시간 이곳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한 청년들은 하나같이 '사시 존치'를 강조했다. 이들은 '로스쿨 제도'가 "기득권을 위한 제도"라며 강력히 반발했다./대학동=김아름 기자

이들도 유권자들인 만큼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들의 입에서 겨우 나온 답은 "없다"다.

뚜렷한 색을 나타내지도 그렇다고 싫어하는 정당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비난하는 사람도 없었다. 바라거나 기대하는 것 또한 없다. 그저 허탈한 표정과 함께 나아지지도 해결되지도 않는 암울한 현실을 언급할 뿐이다.

다만 몇몇 학생들은 '사법시험(사시) 존치'를 요구했다.

오랜 시간 사시를 준비한 김모(36·여) 씨는 "특별히 지지하는 당은 없으나 지지한다면 사시 제도를 유지 시켜줄 수 있는 후보를 지지하겠다"며 "현재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와 정태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사시 존치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새누리당은 사시 존치 뿐 아니라 청년 층을 위한 다양한 법안을 국회에 의안으로 부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새정치민주연합은 로스쿨을 만든 정당이라 고민된다"고 말했다.

사시생과 상인 모두 사시 폐지 반대 정부가 사법시험 제도 폐지를 추진하자 대학동 고시촌의 사시생과 상인 및 원룸 주인들은 하나같이 사시 폐지 반대를 주장했다./ 대학동= 김아름 기자
사시생과 상인 모두 "사시 폐지 반대" 정부가 사법시험 제도 폐지를 추진하자 대학동 고시촌의 사시생과 상인 및 원룸 주인들은 하나같이 '사시 폐지 반대'를 주장했다./ 대학동= 김아름 기자

고시 학원 앞에서 만난 윤모(30) 씨 역시 "사시 존치가 우리의 바람이다. 로스쿨은 그야말로 돈 있는 자들을 위한 제도이지 않느냐. 사시를 없앤다는 것 자체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식당 상인들과 원룸 주인들도 "고시촌 업주들의 생계와 사시를 준비해 온 학생들을 생각하면 사시 폐지는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관악을 지역은 신사동과 조원동, 미성동, 난곡동, 난항동, 서원동, 신원동, 서림동, 삼성동, 대학동) 등 10곳으로 2014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확정된 관악구 유권자 선거인수는 44만7728명( 남 22만5893명, 여 22만1835명) 거소투표신고인 수는 모두 580명 (남 475명, 여 105명)이다.

[더팩트| 대학동=김아름 기자 beautifu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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