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으로 보는 정치] 차두리의 은퇴와 정동영, 오세훈
입력: 2015.04.03 11:28 / 수정: 2015.04.03 11:28

정동영의 진심은? 정치인들의 아름다운 퇴장은 왜 볼 수 없는가. 정동영 전 의원의 4·29 재보궐선거 출마를 놓고 범 야권 세력간 평가와 이해타산이 엇갈리고 있다./임영무 기자
정동영의 진심은? 정치인들의 아름다운 퇴장은 왜 볼 수 없는가. 정동영 전 의원의 4·29 재보궐선거 출마를 놓고 범 야권 세력간 평가와 이해타산이 엇갈리고 있다./임영무 기자

'박수칠 때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지난달 22일 '리버풀의 심장' 제라드가 맨유와의 홈경기에서 보여준 '45초 고별 퇴장'은 화제의 동영상이었다. 그러나 제라드의 고별 무대는 따로 있었다. 티에리 앙리, 디디에 드록바, 마리오 발로텔리, 사비 알론소, 루이스 수아레스, 페르난도 토레스 등 'EPL 레전드'가 한자리에 모여 펼친 자선경기는 그야말로 '역대급'이었으며 강산이 세번 바뀌는 시간을 축구와 리버풀FC에 헌신한 한 남자에 대한 최고의 예우를 갖춘 향연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제라드는 2골을 넣으며 떠나는 순간까지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고, 팬들은 그와의 마지막을 아쉬워하하며 "You'll Never Walk Alone"을 부르며 제라드를 격려했다. 우리의 인생이 그래도 아름답다고 고귀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이처럼 진한 '동지감'을 나눌 때가 아닐까 싶다.

지난달 31일 뉴질랜드전 선발로 뽑혀 화려했던 축구 인생의 '마침표'를 그리며 내달렸던 차두리 선수. 그는 주장 완장을 차고 전반 42분 교체될 때까지 엄청난 에너지를운동장에 흩뿌리며 팬들의 시선을 고정시켰다. '골든 22' 숫자가 새겨진 유니폼을 선물받고 아버지 차범근의 꽃다발에 눈물을 감추지 못한 그에게 팬들은 '고마워 차두리'를 연호하며 기립박수로 위로했다.

특히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축구 팬들이 전설을 떠나보내는 법을 알아야 한다"며 차두리 선수의 은퇴 경기를 마련했다고 한다. 익숙치 않은 이벤트일 수 있지만 선수와 팬이 함께 만든 추억은 새로운 문화와 전통이 될 것이고 성장하는 어린 선수들에게는 또다른 동기를 부여할 것이다.

축구선수들의 정년은 짧다. 35세가 되기 전에 선수로서의 마무리를 준비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이 모든 선수들을 앞으로 밀어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예외 없는 이 법칙을 따라 선수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무대 위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고자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것과도 같은 이치다.

김무성 vs 문재인 정 전 의원이 관악을,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광주 서을에 출마함으로써 이번 재보선은 빅매치로 변했다. 김무성(왼쪽)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재보선 후보들의 지원사격에 나섰다./김무성 페이스북·새정치연합 누리집
'김무성 vs 문재인' 정 전 의원이 관악을,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광주 서을에 출마함으로써 이번 재보선은 '빅매치'로 변했다. 김무성(왼쪽)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재보선 후보들의 지원사격에 나섰다./김무성 페이스북·새정치연합 누리집

4·29 재보선이 한달도 남지 않았다. 정동영 전 의원이 관악을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이번 4.29 재보궐 선거는 '빅매치'로 변했다. 광주 서을에서 열린우리당 창당주역이자 참여정부에서 법무부장관을 지낸 천정배 전 장관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시계 제로 상황이 되었는데 이제는 재보선 전체가 예측불허의 한판 싸움이 되어버렸다.

정 전 의원은 '전주-동작을-강남-관악을'로 이어지는 갈짓자 정치행보에 대해 "나는 정확한 노선으로 날아가고 있는 정치인이다"며 항변했고 야권을 재편해 약자가 보호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그러한 정권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그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호불호가 갈린다.

지난 31일 내일신문과 디오피니언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805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면접조사와 웹조사를 혼합한 멀티채널 서베이 결과는 '대안야당이 필요하다'는 정동영 전 대표와 천정배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 비공감 62%, 공감 24.5%로 비공감 의견이 약 2.5배 가량 높게 나타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가능하겠다.

과거 정 전 의원이 한 말 가운데 '정치는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고 한 발언은 그의 진정성을 잘 보여주는 명언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가 보이는 행보는 자신이 한 말과는 거리가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하겠다고 말하기 보다는 '호남'이라는 해묵은 지역구도를 꺼내 여기에 편승하겠다는 '계산'만이 엿보인다. 물론 이는 새정치가 대안과 대체정당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일부 비판과 함께 이른바 '호남 홀대론'의 작동 영향일수도 있다.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현란한 수사와 부지런한 움직임은 때로는 '득'이 되기 보다 '실'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대선 후보였지만 역대 가장 큰 표차로 낙선한 인물이며 그 이후 '탈당, '창당', '지역구 이동' 등의 일련의 행보는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싶다는 그의 진정성의 '진물(眞物)'을 빼는 결과만 낳았다.

현란한 수사의 주인공이 정 전 의원만은 아닐게다. 유수 정치인들의 시대별, 지역별, 상황별 주장을 간추려보면 실망할 정치인들이 적지 않은 게 우리 아픈 현실이다.

안녕 우리는 언제쯤 정치인들이 축구선수들처럼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떤다는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을까. 최근 은퇴식에서 팬들에게 두 팔을 벌려 고별 인사를 하는 차두리./ 배정한 기자
'안녕' 우리는 언제쯤 정치인들이 축구선수들처럼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떤다는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을까. 최근 은퇴식에서 팬들에게 두 팔을 벌려 고별 인사를 하는 차두리./ 배정한 기자

우리는 언제쯤 우리 정치인들이 축구선수들처럼 자신의 시간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떠나는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을까. 그래서 차두리 선수가 했다는 고별 인터뷰 내용을 정치인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전 분명 해온 것 이상으로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전 잘하지는 못했지만 항상 열심히 하려고 애썼고, 여러분들이 조금은 알아주신 것 같아 행복하게 대표팀 유니폼을 벗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치인에게 국가의 미래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할 수 있는 기회는 꼭 선출직에 나서지 않아도 다양하게 열려있다. 일반 시민들 보다 더 많은 다양한 길이 열려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그들이 국민을 위해 기여해온 시간에 대한 보상일 수도 있다.

더불어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 옆에서 자신의 정치명함을 팔고 있는 오세훈 전 시장에게도 차두리 선수의 고별 인터뷰를 들려주고 싶다.

[이은영 기획위원]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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