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영의 정사신] 저가담배? 국민이 '호갱'인가
입력: 2015.02.24 14:55 / 수정: 2015.02.24 14:58

당장 추진한다는 게 아니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저가담배 논란이 확산하자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문병희 기자
"당장 추진한다는 게 아니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저가담배' 논란이 확산하자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문병희 기자

"검토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일 뿐…"

도통 정치인들의 속내를 알 수가 없다. 예상해도 늘 빚나가기 일쑤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가 없다. 그래서 더 어이없고 황당하기 그지없다.

언제나 예상을 빚나가는 정치권이 이번엔 ‘저가담배’로 국민들에게 놀라움과 함께 황당함을 선물했다. 올해 1월 시작과 함께 담뱃값을 올릴 때는 언제고 갑자기 저가담배 카드를 꺼내든 걸까. 그런데 국민들을 더 황당하게 한 건 수습하는 모양새다.

저가담배, 누가 먼저 말을 꺼냈을까.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다. 아마도 이렇게까지 논란이 확산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나 보다. 유 원내대표는 논란이 확산하자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하는 것”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을 새가 들으며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 했다. 이미 유 원내대표의 말은 천 리를 가고도 남았다.

당내에서도 지적이 쏟아졌다. 당연한 결과다. 국민들의 건강을 이유로 올해 초 담뱃값을 2000원이나 올리는 법안을 개정한 국회다. 이랬던 집권 여당에서 갑자기 국민들이 담뱃값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고충을 고려해 ‘저가담배’라는 카드를 꺼내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야당은 이때다 싶었는지 "포퓰리즘"이라고 여당을 비난했다. 하지만 실상은 여당을 향해 딱히 뭐라할 처지는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고위원 역시 저소득층을 위한 저가담배 활성화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기 때문이다. 전 최고위원 역시 논란이 일자 "원내나 정책위에서 검토한 바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오십보백보다.

국민을 바보로 아나? 국회는 지난해 국민들의 건강을 이유로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더팩트DB
"국민을 바보로 아나?" 국회는 지난해 국민들의 건강을 이유로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더팩트DB

정말로 무책임한 발상이고, 국민들을 우롱하는 격이다.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담뱃값을 올려놓고 이제 와 저가담배 운운은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고 자인한 꼴이다.

그런데 이 저가담배 발상의 이유는 더 기가 찬다. 저소득 계층과 노인층을 이유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지나친 해석일 수 있지만, 저소득층이나 노인층은 담배를 피우다 건강을 해쳐도 된다는 식이다. 이건 뭔가 이상하다. 좋게 보고 싶어도 좋게 볼 수 없다.

그러자 이번엔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연령층에 상관없이 저가담배 개발 방법을 고민해보자는 것"이라고 새누리당은 해명했다.

또 일부에서는 오는 4월 재보궐선거(4월 29일)를 의식한 발상이라고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다. 정치인이 누구인가. 선거에 살고 선거에 죽는 사람들 아닌가. 이를 고려할 때 여당에 대한 흉흉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수단으로 ‘저가담배’ 카드를 꺼냈을 수도 있겠다.

만약 이런 생각에서 저가담배 카드를 꺼냈다면 생각이 잘못된 것 같다. 국민들이 그 정도로 단순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일부 정치인들은 아직도 국민들이 ‘조삼모사’에 혹하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발상이 감히 가능하기나 했을까 싶다.

정치권은 알아야 한다. 세상이 변한 만큼 국민들의 수준도 변했다는 것을 말이다. 언제까지 입에 바른 정치로 국민들을 현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큰 오산이다.

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속이는 혹세무민(惑世誣民) 정치가 2015년에도 통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만약 그랬다면 이렇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

"새로운 걸 기대하진 않을게요. 그런데 때가 어느 땐데 아직도 입에 발린 소리를... 국민 수준에 맞는 정치 좀 하시죠!"

[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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