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이자 남편, 내가 지킨다"
바늘과 실처럼 역대 영부인들은 대통령의 옆을 지켰다. '그림자 내조'로 물밑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가 하면 때론 누구도 못하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최근 별세한 정치계 거목 김종필(89) 전 국무총리의 부인 박영옥(향년 86세) 여사도 남편의 43년 정치 인생을 보좌한 것으로 유명하다. 새삼 역대 영부인의 내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더팩트>는 역대 영부인의 '내조 스타일'을 되짚어봤다.
역대 영부인들은 대통령의 '특별한 조언자'였다. 이명박(2008~2013 재임, 73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67) 여사는 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내 '미세스 쓴소리'로 불리기도 했다.

김 여사는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 낙천적이며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라고 알려져 있다. 이 전 대통령은 1970년 12월 김윤옥 여사와 결혼해 1남 3녀(주연·승연·수연)를 뒀다.
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김 여사는 적극적인 내조 활동을 펼쳤다. 한식을 알리는데 집중했다. 김 여사는 G20 정상회의 기간동안 오·만찬 메뉴를 직접 골랐다. 당시 한식 홍보를 하고자 저서 <김윤옥의 한식 이야기>를 출간하기도 했다. 다만, 11억 원의 비용을 투자해 당시 논란이 일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2003~2008 재임, 향년 62세)의 부인 권양숙(67) 여사는 노 전 대통령 임기 초반 '조용한 내조'를 펼쳤다. 노 전 대통령과 권 여사는 1973년 결혼해 36년간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슬하에 1남 1녀(건호·정연)를 뒀다.

권 여사는 이렇다 할 활동은 삼가고 친인척을 소리나지 않게 관리했다. 당시 시아주버니인 노건평 씨의 인사개입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향적인 성향의 권 여사는 임기 후반 들어 '적극적 내조'에 나섰다. 권 여사는 노 대통령이 듣기 싫어하는 '쓴소리'를 한 몇 안 되는 청와대 인사 가운데 한 명이었다.
청와대 안주인의 '본관 출근'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스타트를 끊었지만 권 여사도 관저에만 머물지 않고 청와대 본관에 나왔다. 청와대 안주인으로서 비서실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명예위원장을 맡는 등 대외 활동의 보폭을 넓혔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1998~2003 재임, 향년 85세)의 뒤에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과 기도로 남편을 내조했던 부인 이희호(92) 여사가 있었다. 이 여사는 1962년 김 전 대통령과 결혼한 이후 동교동에 자리 잡고, 신앙생활을 해왔다. 슬하에 3남(홍일·홍업·홍걸)을 뒀다.
이 여사는 수년 동안 감옥살이를 해야 했던 김 전 대통령의 뒷바라지뿐만 아니라 남편을 대신해 적극적인 정치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결식아동을 돕는 사단법인 '사랑의 친구들'을 발족하는 등 역대 어느 퍼스트레이디보다도 소외 계층의 복지 등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1980~1988 재임, 84세)의 부인 이순자(75) 여사도 적극적인 활동을 펼친 편이다. 전 전 대통령과 이 여사는 1959년 1월 23일 결혼해 3남 1녀(재국·재용·재만·효선)를 뒀다.
이 여사는 새세대육영회와 새세대심장재단을 설립해 유아교육과 심장 수술 방면에 관심을 가졌다.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뒤 심장병 어린이 2명을 미국으로 데려가 치료해주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1963~1979 재임, 향년 61세)의 부인 고 육영수(향년 48세) 여사는 역대 영부인들이 롤 모델로 삼았을 정도다. 1950년 10월 12일 박 전 대통령과 결혼해 슬하에 박근혜 대통령과 박지만 EG 회장을 뒀다.
육 여사는 화법, 화장법, 옷차림 등 영부인의 이미지 메이킹에도 관심을 쏟았으며 최초로 영부인 비서실을 공식화했다. 비서실의 주요 업무는 민원 처리였다. 육 여사는 민의를 듣고자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자신 앞으로 온 편지는 모두 직접 읽고 답장을 하는 등 민원처리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영부인들은 혹여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까봐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그림자 내조'를 하기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1993~1998 재임)의 부인 손명순(87) 여사는 조용한 퍼스트레이디였다. 여성 단체의 직책을 전혀 맡지 않는 등 공적인 활동과 거리를 유지했다. 김 전 대통령과 손 여사는 1951년 결혼해 슬하에 김현철 한양대 특임교수를 뒀다.
손 여사는 청와대에서 생활했던 5년 동안 청와대 수행원들과 운전기사, 여성 직원들을 위한 식당이나 휴게실을 만드는 등의 활동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태우(1988~1993 재임, 82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79) 여사는 외부 노출을 꺼렸던 '은둔형'이다. 사교에 능하나 자신과 관련한 행사를 언론에 알리지 않고 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단 한 건의 인터뷰도 하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과 1959년 5월 31일 결혼해 슬하에 1남 1녀(소영·재헌)를 뒀다.
[더팩트 ㅣ 오경희 기자 ar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