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차남, 땅입니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차남 이모 씨가 소유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1-37(648㎡)과 1-71(589㎡) 두 필지./대장동=임영무 기자 |
'이완구 차남 374평 소유, 평당 700만 원'
이번에도 청문회 '단골 의혹'인 '땅'이 문제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차남 이 모(34) 씨 소유의 '분당 땅'이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매입 후 15년이 지난 지금 땅값이 20억 정도 폭등했고, '개발' 후보지로 주목받았던 터라 시세차익을 노려 땅을 구입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문제의 땅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1-37(648㎡)과 1-71(589㎡) 두 필지.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이 후보자 장인·장모의 매입 및 차남에 증여 과정 ▲ 개발 특수를 노렸나 ▲ 시세 차익 규모 등이다.
"사실 무근"이라는 이 후보자의 반박과 해명에도 갈수록 '투기 의혹'은 짙어지고 있다. <더팩트>는 29일, 말 많은 '분당 땅'을 찾아 나섰다. 제기된 의혹들을 쫓았다.
▶ 어디에…보안 철저한 전원주택단지
'어디서 오셨나요?' 이 후보자 차남 소유의 땅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남서울파크힐' 전원 주택단지 안에 있다. 이곳은 외부인의 출입 때 신원을 확인하는 등 보안이 철저했다./대장동=오경희 기자 |
이날 오후 용인-서울고속도로 서판교IC를 빠져 나와 5분 남짓 차로 달리자 분당구 백현동 남서울골프장이 나타났다.
산길을 따라 1㎞ 정도 더 들어가자 '남서울파크힐' 전원 주택단지 정문이 눈에 들어온다. 이 후보자 차남 소유의 땅은 이 주택단지 안에 있다.
'일단 정지'. 정문 앞 차단기가 차량을 가로막는다. 차단기 옆 초소에서 나온 경비원은 "어디서 왔냐"며 신원을 확인했다. 관리사무소의 승인 뒤, 주택단지에 들어섰다.
한적하고 조용했다. 드문드문 자리잡은 전원주택을 지나 드디어 문제의 땅을 마주했다. 텅빈 땅은 잡초만 무성했다. 인접한 땅(필지)도 아직 집이 들어서지 않았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필지당 1320㎡(400평가량) 안팎으로 쪼개진 이 단지 땅은 현재 100여 필지 가운데 30여 필지에 전원형 단독주택이 들어선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주택단지의 전체 면적은 14만8500여㎡(4만5000평가량)다.
▶ 땅의 가치는…개발 특수 있다? 없다?
'드문드문 전원주택 자리잡아' '남서울파크힐'이란 이름이 붙은 이 주택단지는 2000년 당시 별장이나 전원주택 등 개발 후보지로 주목받았던 곳이다. 현재 100여 필지(14만8500여㎡·4만5000평)가량 가운데 30여 필지에 전원형 단독주택이 들어선 상태/대장동=임영무 기자 |
'남서울파크힐'이란 이름이 붙은 이 주택단지는 이른바 대장동 택지개발예정지구 바로 위쪽에 있다. 또 골프장과 붙어 있다. 그래서 별장이나 전원주택 등의 개발후보지로 주목받았던 곳이다.
인근 A 부동산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와 만나 "40여년 전 개발이 시작됐으나 보존녹지로 묶이면서 건축행위가 중단됐다가 약 15년 전 신도시 개발로 녹지가 해제됐고 땅 주인 100여명이 개발을 추진했다"면서 "하지만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과 연결도로가 없어 주택 허가를 잘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계자의 말처럼 남서울골프장(1971년 10월 개장) 운영업체인 K건설은 당시 보전녹지(용도)인 이 땅을 경기도로부터 골프장 부대시설 부지로 산림개발허가를 받아 지목을 임야에서 대지와 잡종지로 변경했다.
그러나 집 한채가 들어선 뒤 1976년 5월 정부가 수도권 보전녹지를 남단녹지로 지정했고, 건축행위를 한동안 금지했다. 1992년 11월 분당신도시 개발로 남단녹지를 해제한 뒤 1990년대 후반부터 지주 100여 명이 개발을 추진했다.
▶ 언제 샀나…장인·장모 '분할 매입'
해당 토지는 개발이 시작된 후 2000년 무렵부터 지가 상승세를 탔다. 묘하게도 차남이 증여받은 땅의 매입 시점도 2000·2001년이다.
두 필지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이 후보자의 장인(85)은 2000년 6월 1-37번지 땅을, 이 후보자 지인인 강모 씨도 이 땅과 붙은 1-71 필지(664㎡·200평)를 샀다. 강 씨는 이 땅을 1년 만인 2001년 7월 23일 이 후보자의 장모에게 팔았다. 이 과정에서 강 씨의 땅(589㎡)을 이 후보자의 장모(82)가 매입했다.
강 씨는 이 후보자가 경찰에 재직하던 1990년대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재경 충청향우회 강서연합회장을 지냈으며 '이완구를 사랑하는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원래 한 필지였네요' 이 후보자의 차남이 보유한 1-37과 1-71 매입 및 증여 과정(아래). '남서울주택단지 신·구 주소도'를 보면 두 필지가 맞붙어 있다./대장동=오경희 기자·등기부등본 갈무리 |
이 후보자의 장인·장모는 두 필지를 2002년 4월 딸인 이 후보자의 아내에게 증여했다. 이 후보자의 아내는 이 땅을 2011년 9월 차남에게 증여했다.
차남 소유 땅은 지번은 두 개지만 서로 맞붙어 있다. 과거 한 필지였던 땅을 쪼개 매입했기 때문이다. 관리사무소가 보유한 입주자와 공사예정 및 설계협의 등을 구분한 '남서울주택단지 신·구 주소도'를 보니 한눈에 '분할 매입' 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얼마나 올랐나…약 20억 원↑
'땅값이 20억이나 올랐어요' 이 후보자의 차남이 소유한 땅이 자리한 주택단지 전경./대장동=임영무 기자 |
땅값은 얼마나 올랐을까. 개발 허가 직후 거래가는 3.3㎡(평)당 200만 원 안팎이었으나, 전원주택 열풍이 불었던 터라 '돈 있는 사람들'이 분양을 받았다고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이 귀띔했다.
인근 B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해 판교새도시 개발 여파에 거래는 뜸한 편이지만 전망이 좋은 곳은 3.3㎡당 호가는 700만 원 안팎"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밝힌 매입가(실거래가)는 두 필지(1237㎡·374평) 합쳐 총 7억5600만 원. 15년이 지난 시점에서 약 20억 원(374평×700만 원=26억1800만 원)오른 셈이다.
'투기 의혹'과 관련해 이 후보자는 당시 매매계약서 등을 제시하며 "투기와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장인이 노년에 아들들과 함께 집을 짓고 함께 살 목적으로 땅을 구입했으나, 그 직후에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집을 짓지 못했다"면서 "그 뒤 아내에게 증여했다가 세금 부담 때문에 아내가 다시 차남에게 증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 측은 또 "국제변호사인 차남이 2011년 이후 3년간 관련 증여세로 5억1300만 원을 분납했다"며 납부 내역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더팩트 ㅣ 대장동=오경희 기자 ar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