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희의 P-STORY] 의원님, 어느 '파'세요
입력: 2015.01.28 10:39 / 수정: 2015.01.28 10:57

영원한 친박은? 새누리당 안팎에선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주영(4선·경남창원 마산합포) 의원과 유승민(3선·대구 동구을) 의원 간 대결을 친박 대 비박 구도로 보고 있다. 2013년 9월 국회를 방문한 박근혜(왼쪽 두 번째) 대통령./이새롬 기자
'영원한 친박은?' 새누리당 안팎에선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주영(4선·경남창원 마산합포) 의원과 유승민(3선·대구 동구을) 의원 간 대결을 '친박' 대 '비박' 구도로 보고 있다. 2013년 9월 국회를 방문한 박근혜(왼쪽 두 번째) 대통령./이새롬 기자

1982년 부산. 비리 세관원 최익현(최민식)은 부산 최대 조직의 젊은 보스 최형배(하정우)와 손을 잡는다. 주먹 최고 형배와 로비의 신 익현은 함께 힘을 합쳐 부산을 접수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자 조직의 의리는 금갔다. 넘버원이 되고 싶은 나쁜 놈들 사이의 배신도 싹튼다.

실화 같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2011)'의 줄거리다. 제목 그대로 실제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0년 10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때 1977년 조직한 '서방파'의 후신인 '범서방파'는 위기를 맞았고, 쇠락의 길을 걸었다. '범서방파(김태촌)'는 '양은이파(조양은)', 'OB파(이동재)'와 함께 1970~1980년대 서울을 분할 장악한 3대 전국구 조직이다. 정·재계는 물론 연예계의 각종 이권에 개입하며 세력을 확장했다.

'파'는 정치에도 있다. 바로 '계파(系派, 하나의 조직을 이루는 작은 조직)'다. 정권따라, 당따라 계파도 여러 갈래로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한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만을 놓고 보면, 계파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친박(親朴)' 대 '비박(非朴)'. '친박'이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이념을 따르거나 측근이었던 정치세력을 의미하며, 친박의 반대 세력을 '비박'이라 일컫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친박도 '신박(新朴, 새로운 친박)-탈박(脫朴, 탈박근혜)-복박(復朴·돌아온 친박)-원박(元朴·원조 친박) 등 이름 붙이기 나름이며, '개혁 소장파(어떤 조직이나 단체 안에서, 주로 의기가 왕성한 젊은이들이 모인 세력)'도 있다. 기득권과 이해관계와 얽혀 세력을 형성한다. 물론 야당이라고 다르지 않다. '친노(親盧, 친노무현)' 대 '비노(非盧, 비노무현)' 계파 갈등이 해묵은 과제다.

늘 옆에 있었습니다! 이(왼쪽 원 안) 의원은 지난해 세월호 사태 때 해양수산부 장관을 계기로 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으며, 유 의원은 2012년 대선 때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으로 전선의 선봉에 섰다./더팩트DB·유승민 누리집
늘 옆에 있었습니다! 이(왼쪽 원 안) 의원은 지난해 세월호 사태 때 해양수산부 장관을 계기로 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으며, 유 의원은 2012년 대선 때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으로 전선의 선봉에 섰다./더팩트DB·유승민 누리집

계파의 이합집산은 주로 선거 때 활기를 띤다. 어느 '줄'을 잡느냐에 따라 선거의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정치 생명'도 달려 있다. 최근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묘한 분위기가 흐른다. 당 안팎에선 이주영(4선·경남창원 마산합포) 의원과 유승민(3선·대구 동구을) 의원 간 대결을 '친박' 대 '비박' 구도로 보고 있다. 이번 선거가 여권 내 권력지형의 '바로미터'라는 게 이들의 시선이다.

이 의원은 2012년 대선 때 정책위의장 및 특보단장, 지난해 세월호 사태 때 해양수산부 장관을 계기로 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신박'이고, 유 의원은 지난 총·대선을 기점으로 박 대통령과 거리를 유지하며 최근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와 가까운 사이다.

그러나 정작 이 의원은 "'오리지널 친박'은 아니다. 유 의원이 친박 아니냐"고 화살을 돌렸고, 유 의원은 "나는 영원한 친박"이라며 선을 그었다.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과 별개로 당심 역시 주요 변수기 때문에 어느 쪽도 '커밍아웃'을 할 수 없다. 열이면 열 "계파는 없다"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논어>의 '자로(子路)'편을 보면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君子 和而不同, 小人 同而不和)'라고 했다. 군자는 화합하지만 패거리를 짓지 아니하고, 소인은 패거리를 이루지만 화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이익을 쫓아다니면 이해관계에 따라 끼리끼리 편을 가르게 된다는 이야기다.

편가르기 정치를 계속한다면 조직폭력배와 무엇이 다를까. 최근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8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문병호 의원을 지원사격하면서 "우리는 국민계파"라고 했다. 진정성을 떠나, '국민계파'란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민의를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들의 수장은 '국민'이다.

[더팩트 ㅣ 오경희 기자 ar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