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선물 외교를 한다. 어떤 선물을 언제, 누가, 누구에게, 어디서, 왜 주고 받았는지를 아는 것은 곧 대통령 외교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일이다./더팩트 DB |
[더팩트|황신섭 기자] 대통령은 선물 외교를 한다.
어떤 선물을 언제, 누가, 누구에게, 어디서, 왜 주고 받았는지를 알면 대통령의 외교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다.
대통령의 선물은 그게 곧 정상 외교 성과다.
주로 각국 정상과 주고 받지만 때로는 세계 종교지도자, 경제인과도 선물을 나눈다.
대통령 선물은 국제표준기록물기술규칙(ISAD)에 맞춰 명칭과 재질, 형태, 기증자, 기증자 이력, 기증 일자, 기증 맥락을 정리해 현재 대통령 기록관에 보관하고 있다.
또 청와대 춘추관 홍보관과 사랑채, 청남대에서도 이를 볼 수 있다.
<더팩트>는 역대 대통령의 선물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우리나라 외교 성과를 살펴봤다.
◆대통령과 외국 정상 …어디서, 어떻게, 어떤 선물을 주고 받나?
외국 정상이 우리나라를 방문할 땐 주로 청와대에서, 외국에 나가서는 그 나라 대통령궁과 총리 관저에서 만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5년 10월 캐나다 토론토 광역시의원 초청을 받아 현지 교민도 만났다./대통령 기록관 대통령선물 기술서집 |
외국 정상은 주로 청와대에서 우리 대통령을 만난다. 주요 20개국(G20),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에는 코엑스와 백스코 등에서 접견했다.
반대로 우리 대통령이 외국을 방문할 땐 그 나라의 대통령궁과 총리관저에서 만난다.
보통 이 자리에서 대통령끼리 선물을 주고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 의전 직원이 교환한다. 직접 전달하면 보안 검색을 할 수 없어 경호상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간혹 대통령이 의전 절차에 맞춰 공식 환영행사와 접견장에서 직접 증정하기도 한다.
그럼 우리 대통령은 어떤 선물을 했을까.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겨레의 우수성을 알리는 금관, 거북선, 청자, 백자 등 전통 유산을 줬다.
독일의 나치 문양 등 외국 정상을 자극하거나 종교 상징물, 불미스런 역사를 상징하는 물건은 주지 않는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전통 공예품을, 유럽 정상에겐 예술 작품과 디자인 제품, 중남미 국가엔 광물·보석을 주로 건넸다.
◆'선물' 외교가 곧 '국가' 외교
역대 대통령은 선물 외교로 외국 정상, 경제인과 협력을 다졌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도 선물을 통해 국가 외교를 발전시켰다./대통령 기록관 대통령선물 기술서집 |
역대 대통령은 선물 외교로 외국 정상, 경제인과 협력을 다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4월 18일 청와대에서 커크 폰드 미국 페어차일드 회장을 만났다. 그 당시 김 전 대통령은 그에게 모형 해시계를 선물했다.
국민의 정부는 그 뒤 세계 최초의 반도체 생산 업체인 페어차일드사와 투자를 확대키로 했다.
2005년 9월 멕시코를 방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고대 문명을 상징하는 인물 조각상을 받았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멕시코 국립인류학박물관을 찾았고, 비센티 폭스 멕시코 대통령과 양국 문화 교류 협력에 뜻을 모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2009년 6월 이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저서 두권(초판)을 받았다.
평소 책을 좋아하던 이 전 대통령은 이 선물에 크게 기뻐했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 한 뒤 한미동맹 강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금융위기 극복 방안을 담은 '한미동맹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지도'…한반도·세계 평화 메시지
박근혜 대통령은 몇 차례 지도를 선물 받았다. 외국 정상과 종교 지도자들이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박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청와대 제공 |
박근혜 대통령은 몇 차례 지도를 선물로 받았다.
지난해 8월 14일 우리나라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박 대통령에게 로마 대지도를 증정했다.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박 대통령의 의지를 높이 산 것이다. 이에 박 대통령은 그에게 자수공예가 이정숙씨가 만든 화목문 자수 보자기를 액자에 넣어 선물했다.
이 보자기는 백색명주에 약 30가지 색깔의 실로 꽃과 나무, 새를 6개월 동안 수 놓은 작품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인류를 사랑으로 품은 교황의 모습이 보자기와 일맥상통한다"고 밝혔다. 이후 박 대통령은 교황의 초대를 받고 같은 해 10월 로마 교황청을 찾았다.
빅토 오르반 헝가리 총리 역시 지난해 11월 28일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한반도 옛지도를 선물했다.
이 지도는 동해와 독도, 울릉도가 표기된 18세기 역사 유물이다.
박 대통령은 그에게 놋쇠 위에 나비와 달개비 문양을 녹여 붙인 칠보 접시를 건넸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오르반 총리는 박 대통령의 북방 외교를 높게 평가했다"며 "옛지도는 한반도 평화 통일을 바라는 헝가리의 의지가 담긴 선물"이라고 설명했다.
모름지기 선물은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기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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