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건으로 유난히 모질었던 2014년을 뒤로하고 2015 을미년의 태양이 떠올랐다. 경상남도 남해군 설천면에 위치한 '양모리학교'에서 양 한마리와 주인이 남해 앞 바다로 떠오르는 희망의 태양을 맞이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2014년이라는 어두운 터널의 시간을 통과해서인지 새해에는 희망찬 일들만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2015년 해맞이를 위해 바닷가, 한강 다리, 동네 뒷산 등 곳곳에 사람들이 붐비는 것은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의 좋은 기운을 받아 올해를 풀어보고 싶은 소망 때문인 것 같다.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는 언론사 신년 여론조사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먼저 경향신문이 발표한 신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사회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하지 않다' 34.1%, '보통이다' 48.9%, '행복하다' 12.0%, '잘 모름' 5.0%로 조사돼 '행복하지 않다'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사람보다 3배 정도나 더 높게 나타났다.
또한 '박근혜 정부 2년이 지난 지금 더 행복해졌다고 느끼는지'에 대해서도 '더 행복해졌다'(11.1%)는 응답보다 '더 불행해졌다'(34.6%)는 부정적 평가가 많았고, '변화가 없다'는 응답도 48.0%로 절반에 달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그다지 크지 않음을 시사했다.
한 가지 재밌는 점은, 이념성향별 응답 결과를 보면 보수 성향(16.0%)보다 진보(56.5%)나 중도 성향(42.5%) 사람들이 '더 불행해졌다'고 응답한 비율이 훨씬 더 높았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가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우리사회가 앞으로 어떤 사회가 됐으면 좋겠는지에 대해선 '빈부격차가 적고 사회보장이 잘돼 있는 사회'란 응답이 47.3%로 나타났다./한국조폐공사 제공 |
대통합을 표방했던 박근혜 정부를 2년 겪으면서 행복과 불행조차 이념 성향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이렇게 가도 되는 것인가'하는 물음표를 던지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우리사회가 앞으로 어떤 사회가 됐으면 좋겠는지에 대해선 '빈부격차가 적고 사회보장이 잘돼 있는 사회'란 응답이 47.3%, '힘없는 사람들도 평등하게 보호받는 사회' 28.0%,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회' 14.8%,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사회' 8.6% 순으로 나타나 약자에 대한 보호와 평등이 경제적 풍요보다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보여줬다.
결국 대한민국의 미래 방향은 무엇보다 약자와 서민들이 보호받고 행복할 수 있는 그런 '공정' 나라로 가야 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아닐 수 없다.
새해 벽두에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외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북남 사이 대화와 협상, 교류와 접촉을 활발히 하여 끊어진 민족적 유대와 혈맥을 잇고 북남관계에서 대전환 대변혁을 가져와야 한다"며 남북관계 변화를 위한 제안을 했다.
하지만 남북 정상 회담이나 5.24조치 해제 등을 통한 실질적인 남북교류의 분위기가 형성될 것인가에 대해선 미지수다. 지난해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통일 대박' 발언으로 분위기만 조성하고 용두사미가 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들이 살아가는 것에 대해 행복감이나 기대감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국가적 아젠다인 평화와 통일에 대해 '말잔치'만 있고 작더라도 실질적인 노력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새해 벽두마다 외쳐지는 '통일 메아리'는 '거짓말하는 양치기 소년'의 외침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이은영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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