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정윤회 파문' 대통령 측근 그룹 실체는?
입력: 2014.12.02 11:31 / 수정: 2014.12.02 11:49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박근혜 정부의 측근 그룹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9월 국회를 찾은 박 대통령./더팩트DB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박근혜 정부의 '측근 그룹'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9월 국회를 찾은 박 대통령./더팩트DB

[더팩트 ㅣ 오경희 기자] '비선(秘線) 라인'은 있나 없나.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박근혜 정부의 '측근 그룹'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 파문의 핵심은 '비선 실세가 존재하고, 이들이 국정 운영에 개입한다'는 의혹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잇단 총리 낙마 사태 때도 같은 의혹이 야권으로부터 제기됐다.

조력자로 지목된 이들은 의혹을 부인하지만, 묘한 개연성 때문인지 실체 여부에 대한 궁금증을 낳고 있다. 박 대통령의 '비선 라인'으로 지목된 측근 그룹을 짚어봤다. 물론, 측근 그룹의 실체가 있는지 공식 확인 된 바는 없다.

◆ 1825년 만에 '십상시'의 부활?

최근 청와대 비선 라인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문건 폭로 사건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최측근 10명이 십상시(十常侍)로 불리고 있다./채널A 정관용의 시사병법 방송 화면 갈무리
최근 청와대 비선 라인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문건 폭로 사건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최측근 10명이 '십상시(十常侍)'로 불리고 있다./채널A '정관용의 시사병법' 방송 화면 갈무리

약 2000여 년 전 중국 후한시대 '십상시(十常侍)'가 2014년 대한민국 정가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청와대 비선 라인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 문건 폭로 사건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최측근 10명이 '십상시(十常侍)'로 불리고 있다.

십상시란 중국 한나라 말기 영제(靈帝, 재위 168년~189년) 때 조정을 장악했던 장양, 조충, 하운, 관승 등 10명의 환관을 지칭하는 말이다.

지난달 28일 '세계일보'는 '정윤회, 국정 개입은 사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청와대 감찰 보고서를 입수했다"며 "보고서에는 정 씨가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박 대통령의 측근으로부터 청와대 내부 동향을 보고 받고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설 등을 유포했다는 내용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문건(감찰 보고서)은 "정 씨가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두 차례 청와대 관계자 10명과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만나 비서실장 인사 등을 논의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다시 말하면, 문건에 언급된 정 씨를 포함해 청와대 관계자 10명이 '십상시'라는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정 씨는 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내가 실세라는 것은 싸구려 음모론"이라면서 "하나라도 잘못이 있으면 감방에 가겠다"고 주장했다.

◆ '만만회', 박 대통령 "근거 없다"

박근혜 정권을 움직이는 비선 라인이 만만회라는 주장이 나왔다. 만만회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박근혜 대통령 동생 박지만 EG회장,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인 정윤회(왼쪽부터) 씨의 이름 마지막 글자를 딴 용어다./더팩트DB, TV조선 방송·유튜브 영상 갈무리
박근혜 정권을 움직이는 비선 라인이 '만만회'라는 주장이 나왔다. '만만회'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박근혜 대통령 동생 박지만 EG회장,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인 정윤회(왼쪽부터) 씨의 이름 마지막 글자를 딴 용어다./더팩트DB, TV조선 방송·유튜브 영상 갈무리

주목할 점은 대부분 측근 그룹엔 박 대통령의 옛 보좌관 정 씨가 멤버로 꼽힌다. 정 씨는 이 같은 논란이 일 때마다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6월 총리 후보자의 잇따른 사퇴로 불거진 인사 참극을 계기로 '만만회' 의혹이 제기됐고, 정 씨는 당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치권 일각에선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인선에 '만만회'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회장,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정 씨, 이 세 사람의 이름 마지막 글자를 따 '만만회'라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문 전 후보자 사퇴 다음 날인 지난 6월 25일 SBS 라디오 '한수진의 전망대'에 출연해 "문 전 후보자 추천은 청와대 비선라인인 '만만회'에서 했다는 말이 있다"고 주장했다.

만만회 의혹이 불거지자 정 씨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소설"이라면서 "대통령이나 당사자들이 입을 억울한 피해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윤회 동향보고서문건 유출'과 관련해 "'만만회'는 근거 없는 이야기이며 이에 대한 문건 유출과 관련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 '만만회' 확대 버전 '만회상환'?

만회상환의 인물로 거론된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윤회 씨,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 최경환 경제부총리(왼쪽부터)./TV조선 방송화면 갈무리, 서울신문 제공, 더팩트DB
'만회상환'의 인물로 거론된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윤회 씨,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 최경환 경제부총리(왼쪽부터)./TV조선 방송화면 갈무리, 서울신문 제공, 더팩트DB

'만만회'에서 한발 더 나아가 '만회상환'이 새로운 비선 라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만회상환'은 '만만회'로 지목된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 씨와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지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선 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지난 7월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위원회에서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는 사람이 '만만회'에서 더 발전해 '만회상환'이라는 이야기가 돌아다닌다"며 '비선 라인' 확대버전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당 강동원 의원도 "문제의 핵심은 '만만회"'라면서 "이 비서관이 퇴근할 때 서류 뭉치를 싸서 청와대 밖으로 나가는 것이 목격됐다고 한다. 인사청문 검증자료를 정 씨에게 가져가서 국무총리 후보자를 낙점받았다는 설이 무성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인사 참사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면서도 "'만만회' 비선라인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원조 측근 그룹은 '7인회'

박근혜(둘째 줄 오른쪽) 대통령의 자문그룹으로 알려진 7인회 멤버. 최병렬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새누리당 김용환 상임고문, 안병훈 기파랑 대표, 김용갑 전 의원(첫째 줄 왼쪽부터),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강창희 전 국회의장(둘째 줄 왼쪽부터)./더팩트DB, 서울신문 제공, TV조선 방송 화면 갈무리.
박근혜(둘째 줄 오른쪽) 대통령의 자문그룹으로 알려진 '7인회' 멤버. 최병렬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새누리당 김용환 상임고문, 안병훈 기파랑 대표, 김용갑 전 의원(첫째 줄 왼쪽부터),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강창희 전 국회의장(둘째 줄 왼쪽부터)./더팩트DB, 서울신문 제공, TV조선 방송 화면 갈무리.

인사 개입 여부를 떠나 실체가 확인된 측근 그룹은 '7인회'다.

지난해 8월 5일 박 대통령이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김기춘(74) 전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7인회'의 실체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김 비서실장은 '7인회'의 핵심 멤버다.

'7인회'는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후보였던 박 대통령을 도운 원로 인사들이다. 좌장 격인 새누리당 김용환(81) 상임고문을 비롯해 최병렬(75) 전 한나라당 대표, 안병훈(75) 기파랑 대표, 김용갑(77) 전 의원,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 현경대(74) 전 의원, 강창희(67) 국회의장을 가리켜 '7인회'라고 부른다.

이들은 2007년 박근혜 캠프 등에서 박 대통령을 직·간접적으로 도왔다. 김용환 상임고문은 당시 박근혜 경선 캠프 고문으로 활동했고, 김기춘 비서실장은 선대위 부위원장을 맡았다. 또 강창희 전 국회의장은 박근혜 캠프 고문을, 안병훈 대표는 선대위원장을, 최병렬 전 대표는 캠프 공동상임고문을, 현경대 전 의원은 캠프 고문과 외곽 조직인 한강포럼을 주도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대선 과정에서 7인회의 존재를 부정하며 거리를 뒀지만 김용환 상임고문이 언론 인터뷰에서 7인회의 존재를 언급하며 실체가 확인됐다.

◆ 숨은 권력은 '문고리 3인방'?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왼쪽부터)./채널A 방송 화면 갈무리.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왼쪽부터)./채널A 방송 화면 갈무리.

박 대통령의 청와대 입성과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측근 그룹은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다.

'만만회'로 지목된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 비서관을 일컫는다. 이들은 1998년 박근혜 대통령이 보궐 선거로 정계에 입문할 때부터 보좌관으로서 함께한 최측근이다.

청와대 총무비서관·제1부속비서관·제2부속비서관.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과 접촉하고자 거쳐야 할 관문은 청와대 비서실장도 경호실장도 아닌, 바로 이들 최측근 3개 부서의 비서관들이다.

총무비서관은 인사와 재무를 관장하기 때문에 청와대 내 모든 권력이 집중돼 있다. 대통령과 독대도 자주 하는 탓에 청와대 밖 국정에도 작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1부속비서관과 제2부속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일정과 독대·면담 시간 등을 관장한다. 장관조차도 부속비서관의 허락 없이는 대통령을 만날 수 없다.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보고서를 관리하는 것도 부속비서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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