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으로 보는 정치] 자사고와 학교 급식, '가르침'의 본령으로 돌아가자
입력: 2014.11.07 11:35 / 수정: 2014.11.07 11:35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회원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희연 교육감의 자사고 지정 취소는 재량권을 벗어난 위법행위라며 즉각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서울신문 제공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회원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희연 교육감의 자사고 지정 취소는 재량권을 벗어난 위법행위"라며 "즉각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서울신문 제공

최근 서울교육청은 자율형사립고 6개 학교의 취소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관련 학교 학부모들이 반대 시위에 나섰고, 교육부는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취소하라는 시정명령과 함께 그 결과를 교육부장관에게 보고하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교육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앞으로 자사고, 특성화중, 특목고를 지정하거나 지정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교육부 장관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는 관련 법 개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교육 이슈는 그 대상이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학교이기 때문에 학령기에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의 관심도와 관여도가 가장 높고 그 이상 또는 그에 다다르지 않은 연령대의 일반인들에게는 사실 관심이 덜한 이슈적 특성이 있다.

자사고 폐지의 당사자들 말고 일반 국민들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올 3월 28일에서 31일 사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자사고를 폐지하고 고교 평준화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55.7%가 찬성 의사를 밝혔다. 자녀가 고등학교 학령기에 들어가는 40대 연령층에선 64%가 찬성했다.

'주간동아'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월 22일에서 24일 사이에 전국 만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서베이에서도 자사고 폐지에 대해 64.5%가 찬성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의 의뢰로 한길리서치센터가 지난 18일과 19일 이틀 사이 서울지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조사에서도 '자율형사립고의 일반고 전환'에 대해 찬성의견이 60.7%로 10명 중 6명이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는 22.9%, 잘 모름과 무응답은 16.4%였다.

물론 리서치앤리서치 조사나 한길리서치센터의 조사결과 역시 40대 연령층의 의견은 전체 평균값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굳이 조사로 알아보지 않더라도 주변에 중3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자사고에 대해 의견을 물어보면 '자사고'에 대한 심정적 반응이 얼마나 부정적인지 금새 확인할 수 있다.

'자사고'에 대한 학부모들은 의견은 서울시 교육청이 실시한 조사에서 자사고 반대 이유에 잘 드러난다.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켜서’란 의견이 42.4%로 가장 많았고‘입시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해서' 27.4%, '일반 고등학교들의 평판과 이미지가 나빠져서’12.6%,‘가까운 학교를 못가고 통학거리가 멀어져서’8.7%, '일반 고등학교 학생들의 성적 분포가 나빠져서’6.4% 등이었다.

보기의 표현이 다소 다르지만 '자사고'가 '일반고의 공동화 현상'을 가져왔다는 시각이 숨어있고 그것은 학교와 교육이 '가르침'이라는 총체적 본령을 상실한 채 입시학원으로 변질됐다는 의미와 맞닿아 있다.

또한 자사고가 일반고보다 3배나 비싼 등록금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돈'을 많이 낼 수 있는 사람들은 '좋은 교육'을 받고 '돈'을 많이 낼 수 없는 사람들은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듯 받아들여지는 현실에 대해 울분도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정말 사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전제를 하더라도 말이다.

애초에 자율형사립고의 설립 취지는 학교별 특성화 교육을 통해 교육의 질과 내용을 좀더 풍부하게 하여 학생들의 선택권을 넓혀주자는데 있었다.

하지만 설립 당시부터 '귀족학교'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자사고 운영과 관련해 재정이나 교과목 편성 등에 대한 여러가지 제재 장치를 달고 출발했다.

출범한 지 6년여가 지나고 있는 현재의 자사고 모습은 애초의 취지에서 상당히 벗어난 '국영수 입시학원'이란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에 서울시교육청이 6개 자사고에 대한 지정취소의 사유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을 미달했기 때문이며, 자사고가 애초의 설립 취지에 맞도록 학생 선발을 면접이 아닌 추첨으로 하여 '수평적 다양성'을 보완하겠다고 밝힌 학교들에 대해선 2년간의 유예 조치를 내렸다.

우리나라의 동량들을 길러내는 교육 현장인 학교에서 만큼은 굽은 것을 바로 펴고 기회의 평등이라는 헌법의 가치가 순수하게 지켜지도록 만드는데 사회 구성원들이 온힘을 기울여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지정 취소에서 유예 의견을 받은 숭문고와 신일고는 그러한 노력과 성의를 보이고 있다.

한편, 최근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남경필 경기도자사가 재원 문제를 이유로 학생들에게 지원되던 학교급식을 돌연 취소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예산을 만들 방안을 찾아보는 것이 단체장의 직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노력은 보이지도 않고 '국고가 파산났는데 무상파티나 하고 있을 때냐'란 발언은 적반하장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이러한 태도에 국민들은 당연히 '그럼 국고를 지키라고 뽑아준 당신들은 뭐하는 사람들이냐'란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자사고 지정 철회 문제나 학교 급식 문제가 마치 진보 교육감과 보수 단체장간의 기싸움인 양 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

'가르침'의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 '선거'를 중심에 둔 '곁가지 싸움'이란 것이다.

[이은영 기획위원]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