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단독스토리] 김상민♥김경란, 공인의 사랑과 결혼 취재기
입력: 2014.10.27 08:18 / 수정: 2014.10.27 08:41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과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경란 씨의 만남부터 결혼, 그리고 단독 보도까지./그래픽=정용부 기자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과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경란 씨의 만남부터 결혼, 그리고 단독 보도까지./그래픽=정용부 기자

[더팩트 ㅣ 오경희 기자] '현직 국회의원'과 '방송인'의 만남은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사랑과 결혼은 더욱 신중했다.

뜨겁게 사랑하지만 침착해야 할 수밖에 없는 '늦깎이 연인'. 새누리당 김상민(41·비례대표) 의원과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경란(37) 예비 부부는 두 사람 모두 공인이기에 만남부터 결혼을 약속하기까지 한결같이 조심스러웠다.

'공인'으로서 갖는 책임감 때문이다. 취재진 역시 그랬다. <더팩트>는 26일 오후 두 사람의 내년 1월 6일 결혼 소식을 단독 보도했다. 하지만 둘의 열애 사실을 알고 취재에 들어갔던 것은 훨씬 전부터였다. 유권자와 대중의 신뢰가 두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이들이 용기를 낼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더구나 10월에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일정 가운데 하나인 국정감사가 열렸다. 국회의원 신분으로 결혼 발표를 하기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시기였다. 그래도 두 사람의 사랑은 계속됐다. 재채기와 사랑은 숨길 수 없다는 말처럼 둘의 핑크빛 무드는 날이 갈수록 짙어갔다.

다만 외부 노출을 극도로 경계했고, 몇몇 사람 만이 이들의 만남을 알면서도 입을 다물었다. 무엇 하나 부러울 것 없는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과 열정과 이상을 빼면 내세울 게 별로 없는 청년의원의 만남은 그만큼 위험부담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상민 의원은 국회의원 300명의 재산 순위에서 꼴찌에서 세 번째다.

내용적으로는 마치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의 사랑처럼 아름다웠지만 곁에서 지켜보기에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두 사람은 지난 7월 교회에서 운명처럼 처음 만났다. 이른 아침 새벽 기도를 함께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인으로 발전했다. <더팩트>가 정보를 입수한 것도 이 즈음이다.

김상민 의원은 <더팩트> 단독 보도 후 페이스북에 결혼 사실을 알리면서 "어떤 힘과 권력에도 굴하지 말고 (정치인으로서) 용기 있게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것"을 당부한 김경란 씨에게 마음을 열며 "나에게 경란씨는 누가 뭐래도 평강공주입니다. 열정과 간절함으로 들끓기만 했던 저의 삶에 단단하지만 여유롭고 많은 사람들을 품으며 살아가는 삶을 알려주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어린 시절 목회자를 꿈꿨던 김 의원은 오랜 기간 신앙 생활을 해 왔다. 피앙세 역시 아프리카 중부에 있는 남수단 어린이들을 위한 봉사 활동을 하는 등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신앙이 사랑을 꽃피우는 촉매제가 된 것도 사실이다. <더팩트> 취재진이 이들의 열애 정보를 입수하고 취재에 들어간 이후 자주 목격한 장소도 바로 교회였다. 보통 사람은 잘 실천할 수 없는 새벽 기도로 서로를 의지하고 사랑을 키웠다.

어린 시절 목회자를 꿈꿨던 김상민 의원은 지난 7월 교회에서 피앙세 김경란 씨를 만났다./김상민 의원 페이스북
어린 시절 목회자를 꿈꿨던 김상민 의원은 지난 7월 교회에서 피앙세 김경란 씨를 만났다./김상민 의원 페이스북

결혼을 앞둔 지금도 평소처럼 새벽 기도를 위해 서울 용산구 한 교회를 찾는다. 지난 3일에도 하나님의 은총을 빌기라도 하듯 교회 내 나란히 앉아 정성스레 기도했다. <더팩트> 취재진의 눈에 비친 둘의 모습은 현직 국회의원도 유명한 방송인도 아닌 소탈한 젊은 연인이었다.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기도를 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깊은 신앙심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유명인이라는 수식어를 무색하게 할 만큼 두 사람 모두 소탈하고 편안한 차림이었다.

신분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이 빛났다. 새벽 기도를 마친 뒤 차에 오르는 두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여느 연인들과 같은 스킨십을 자제했다. 단지 서로를 보는 것으로 주위를 밝게 했다. 낮에는 서로 시간을 낼 수 없는 유명인들이기에 새벽에 잠시 만나 얼굴을 마주하고도 두 사람의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국회의원과 방송인. 두 사람의 공통분모는 확실했다. 바로 '신앙'과 '이상'이다. 김경란 씨의 참한 마음씨와 아낌없는 조언에 반한 김상민 의원은 '삶의 원칙'도 깨트렸다. 앞만 보고 달려온 그에게 결혼은 사치였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연인 앞에 일과 함께 "가진 것을 모두 내놓는 삶"을 함께하기로 손가락을 걸었다.

김 의원은 국회 입성 전 자신과 함께 살아가는 이웃을 발견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축복을 알아가기 위해 'V 원정대'에 주머니를 탈탈 털었고, 젊음을 투자했다. '청년 김상민'은 스스로에게 "사회 운동을 위해 결혼도 뒤로 미루고 온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김상민 의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란 사람이 결혼이란 걸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소위 비인기 종목이라 할 수 있는 정치 분야에 몸담고 있는 처지에다 오랜 시간 청년들과 NGO 운동 하겠다며 제 한 몸 잘 건사하지도 못하며 살아온 인생이기에 결혼은 제게 사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인생관이 바뀌게 됐음을 털어놨다.

김경란(오른쪽) 씨 역시 아프리카 중부에 있는 남수단 어린이들을 위한 봉사 활동을 하는 등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의원의 일에 대한 열정에 마음의 문을 열었다. /김경란 페이스북
김경란(오른쪽) 씨 역시 아프리카 중부에 있는 남수단 어린이들을 위한 봉사 활동을 하는 등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의원의 일에 대한 열정에 마음의 문을 열었다. /김경란 페이스북

김경란 씨는 김상민 의원의 일에 대한 열정에 마음의 문을 열었다. 그는 2008년 자신의 이상형에 대해 "마음이 넓고 속 깊은 사람"이라며 "자기 일을 사랑하는 남자"라고 밝혔다. 비록 가진 것은 없지만 열정과 패기로 무장한 김상민 의원과 함께 남은 인생의 동반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그의 프러포즈를 받아들였으며, 지난 5일 양가 상견례를 치렀다. 이에 앞서 개천절인 3일에는 짬을 내 결혼식장을 알아보며 카페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남녀의 결혼이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로 축복받을 일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세상에 "우리 결혼해요"라고 터놓고 말할 순 없었다. 정치인 김상민 의원 앞에 많은 과제들이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결혼을 약속한 즈음 세월호특별법 협상과 멈춰버린 국회시계로 정치권을 향한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정기국회 국정감사(7일~27일)도 기다리고 있었다.

김상민 의원은 정치인으로서 소임이 먼저이기에 속앓이를 해야 했다. 자신 때문에 혹여 구설에 오를 예비 신부 김경란 씨를 위한 배려도 있었다. 취재진의 고민도 여기에 있었다. 단순한 젊은 남녀의 사랑이 아니라 취재를 할수록 결혼을 전제로 한 사랑이란 점을 알았기 때문에 일반 열애 보도처럼 쉽게 기사화할 수 없었다. 단독 보도를 내면 <더팩트>의 위상을 높일 수 있었지만 이로 인해 두 사람의 결혼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는 판단을 했다.

편집국 간부 회의를 통해 결혼 보도는 27일 국정 감사가 끝난 뒤로 일정을 잡았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스포츠조선에서 먼저 김경란씨와 국회의원의 열애사실을 26일 오후 보도했다. 국회의원의 이름도 없고, 결혼 이야기도 없는 열애 보도였지만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 계획보다 하루 먼저 기사를 출고하기로 결정했다.

마음 고생을 한 만큼 보람도 있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국감 기간 열심히 뛴 김 의원은 새누리당이 선정하는 '2014년 2주차 국정감사 우수의원'으로 선정됐다. 그는 24일 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지난 2011년부터 올해 7월까지 특정 파스타집에서 총 8억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등 부조리한 결제 내역에 대해 문제를 제기(▶[국감 장면 보기])해 눈길을 끌었다.

흔히 정치와 연애는 닮았다고 말한다. 둘 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일도 사랑도 쟁취한 김상민 의원과 김경란 씨 예비 부부, 앞날의 축복을 빈다. 공인도 행복한 사랑을 할 권리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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