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신비주의 전략'…北 김정은 잠적·재등장 의도는?
입력: 2014.10.14 10:38 / 수정: 2014.10.14 11:04

건강 이상설과 사망설, 평양 쿠데타설 등에 휩싸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의 재등장을 두고 권력 세습의 한계와 북한의 어지러운 정치 상황을 타파하려는 신비주의 전략이란 관측이 나온다./서울신문 제공
건강 이상설과 사망설, 평양 쿠데타설 등에 휩싸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의 재등장을 두고 권력 세습의 한계와 북한의 어지러운 정치 상황을 타파하려는 신비주의 전략이란 관측이 나온다./서울신문 제공

[더팩트|황신섭 기자] 건강 이상설과 사망설, 평양 쿠데타설 등에 휩싸인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3일 모란봉악단 신작 음악회 관람 이후 40여일 만이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매체들은 14일 김 위원장이 평양에 완공한 위성과학자주택지구를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 날짜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과거 보도 관행으로 미뤄볼 때 하루 전인 13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의 공식 석상 등장으로 지금까지 불거진 온갖 억측은 일단 가라앉았으나, 그의 잠적과 재등장을 둘러싼 정치적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대중과 미디어 앞에 당당히 나서는 모습에서 고 김일성(사진) 주석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아리랑 TV 캡처
김정은 위원장은 대중과 미디어 앞에 당당히 나서는 모습에서 고 김일성(사진) 주석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아리랑 TV 캡처

◆ 김정은은 김일성 주석 '판박이'

김 위원장은 대중과 미디어 앞에 당당히 나서는 모습에서 고 김일성 주석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위원장은 2012년 김 주석 100회 생일 기념 열병식에서 첫 대중 연설을 했다.

그는 당당하고 주저함이 없었다. 열병식이 끝난 뒤에는 밝게 웃는 얼굴로 김일성 광장을 메운 참석자들에게 손을 흔들기도 했다.

1945년 10월 김 주석이 평양 공설운동장에서 대중 연설을 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린 것과 꼭 닮았다.

김 위원장은 정권을 장악한 뒤에도 현장에 자주 나타나 주민들을 직접 만나는 스킨십 정치를 시도, 북한 주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지난달 3일 모란봉악단 신작 음악회 관람 이후 돌연 모습을 감췄다.

이를 두고 권력 세습의 한계와 유엔(UN)의 국제형사법정 회부 추진, 북한 내부의 어지러운 정치 환경을 타파하려는 '신비주의 전략'이란 분석이 많다.

실제로 김 주석은 항일빨치산 경력으로 권력의 정통성을 인정받았으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 위원장은 김 주석에 견줘 정치적 정통성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지수 명지대 북한학과 교수는 "과거 김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은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이들보다 존재감이 낮아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이러면서 자신은 잠시 뒤로 숨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잠적과 등장을 반복하는 정치 전략을 구사했다. 최근 위기감을 느낀 김 위원장도 이를 따라했을 가능성이 크다./TV조선 캡처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잠적과 등장을 반복하는 정치 전략을 구사했다. 최근 위기감을 느낀 김 위원장도 이를 따라했을 가능성이 크다./TV조선 캡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극장판 신비주의 전략' 모방

줄곧 김 주석의 정치 스타일 따라하던 김 위원장은 최근 아버지 김 국방위원장의 정치 전략을 모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김 국방위원장은 1994년 7월 87일간 잠적했다.

김 주석이 사망했을 때라 의문은 더 컸다. 이후 북한은 김 국방위원장이 '100일 애도 기간'을 가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와병설이 돌았다.

그러다 김 국방위원장은 2003년엔 3차례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해 2월에는 49일, 9월과 10월에도 각각 40일씩 사라졌다.

이 때도 핵과 6자회담에 대한 논의를 했다는 소문과, 부인 고영희의 유방암과 관련됐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김 국방위원장은 2008년 8월에도 80일간 공개 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 중국 정보당국은 북한의 통치 행위에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했다.

그렇지만 김 국방위원장은 축구경기 관람에 돌연 나타나 신변 이상설을 잠재웠다.

그가 잠적할 때마다 별의별 소문이 퍼졌지만 매번 태연하게 나타나 위대한 지도자, 신비감이 큰 지도자의 모습으로 자신을 포장했다.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최근 권력 세습과 피폐한 경제 극복 등에 한계를 느낀 김 위원장이 아버지의 신비주의 전략을 따라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김 국방위원장의 '고난의 행군시기'를 재연출한 모양새다.

건강에 이상이 있지만 몸을 추스른 뒤 다시 대중 앞에 등장해 강성대국을 이끄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노동신문이 14일 공개한 김 위원장의 위성과학자주택지구 현지 시찰 사진은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지팡이를 짚고 있지만 건재한 지도자의 모습. 북한의 극장판 신비주의 영화는 이렇게 다시 무대에 올랐다.

hss@tf.co.kr

정치사회팀 tf.pstea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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