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고수정·김아름 기자] "세상에는 거래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성매매방지특별법(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달 23일로 시행 10주년을 맞았다. '성매매는 불법'이라는 인식이 법 시행 전보다 크게 높아졌고, 피해자 개념을 도입해 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은 성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성매매 장소는 더욱 은밀해지고, 그 수법도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2014년 성매매방지 캠페인의 슬로건 '세상에는 거래할 수 없는 것이 있다'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더팩트>는 특별법 시행 10주년을 맞아 성과와 실효성 논란, 개선 방안 등을 짚어본다.
◆ '군산 집결지' 화재 계기…처벌 강화·성매매女 인권 보호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성매매 장소는 더욱 은밀해지고,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서울 길음역 10번출구부터 종암사거리까지 이어진 일명 '미아리텍사스'에는 아직도 성매매가 성행하고 있다. /길음역=황신섭 기자 |
2000년 전북 군산 대명동 성매매 집결지 화재로 5명의 여성이 세상을 떠났고, 2002년에는 군산 개복동 유흥주점에서 불이 나 20대 여성 14명이 숨졌다. 특별법은 이 두 사건이 계기가 돼 2004년 3월 22일 제정, 같은 해 9월 23일 시행됐다.
특별법은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과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 두 가지를 '성매매 근절'이라는 하나의 목적으로 아우른다. 성매매를 강요한 업주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성매매 피해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제정 당시 기존의 '윤락행위 등 방지법'에 비해 성매매 관련자 처벌 수준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성매매 강요 업주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특별법 시행으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늘어났다.
또 ▲성매매 피해자 지원시설 입소 상담 및 피해자 구조 ▲의료비 지원 ▲숙식 제공 ▲취업정보 제공 등 성매매 피해 여성에 대한 지원 내용도 담겨있다.
◆ '주춤'했던 성매매 다시 증가세…남성 56.7% 성 구매 경험
성매매특별법 시행 직후 성(性) 산업이 위축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활발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팩트 DB |
특별법 시행 직후 경찰이 성매수자도 무조건 입건하는 등 성매매에 대한 집중 단속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성(性) 산업이 위축되는 모양새였다. 여성가족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13년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2년 당시 69개던 성매매 집결지 수는 특별법이 시행되고 6년 뒤인 2010년에는 45개로, 2013년에는 44개로 감소했다.
다만 성매매 업소 수는 2002년 2938개에서 2010년 1806개로 1132개로 감소했다. 2013년에는 1858개로 다시 증가했고, 성매매 여성 수도 2002년 9092명에서 2010년에는 절반인 4917명으로 감소했지만, 지난해 다시 5103명으로 늘었다.
성매매 종사 여성의 나이는 30대(43.5%)가 가장 많았고, 20대(33.6%)가 뒤를 이었다. 전업형 성매매 종사 여성들의 약 78%가 젊은 층에 속하짐나, 여관 및 여인숙의 경우에는 40대가 32.6%로 가장 많았다.
일반 남성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1200명)과 심층면접(10명)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6.7%인 680명은 한 번 이상 성구매를 경험했다. 이들은 평균 24세에 최초로 성구매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최초 성구매 동기는 '호기심' '군입대 등 특별한 일을 앞두고' '술자리 후' 등의 수능로 나타났다.
구매자 연령층은 30대가 36.6%로 가장 많았고, 40대(35.4%), 20대(14.6%), 50대(13.4%) 순이었다. 또 응답자의 27.2%(326명)는 최근 1년간 성구매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 "불법 인식 확산 '성과'…신·변종 성행 대책 마련 필요"
전문가들은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있다. /2014년 성매매방지 캠페인 포스터 |
정치권 안팎에서 특별법 시행 이후 줄어드는 듯 했던 성매매가 어느새 예전 모습으로 돌아온 것을 두고 '강력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나오고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남윤인순(비례대표) 의원은 2일 <더팩트>와 전화 통화에서 "성매매 여성을 일방적으로 처벌하고 낙인찍던 사회적 언어였던 '윤락 행위'를 '성매매'로 수정·명명하고 성구매자, 알선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것, 성매매를 강요당한 여성들을 '피해자'로 규정해 상담, 자활지원을 확대한 것은 성과"라고 평가했다.
남 의원은 "그러나 성 산업 근절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단속과 강력한 법집행이 더욱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정부가 강력한 단속과 성매수자·알선자에 대한 처벌 강화, 성매매로 인한 수익을 몰수하고 추징하는 적극적인 법집행, 신·변종 업소에 대해 영업폐쇄 등이 가능하도록 법적 보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30일 서울여성플라자 회의실에서 열린 '성매매 특별법 시행 10주년 기념 정책토론회'에서 특별법이 '성매매가 불법'이라는 국민 의식을 심어줬다는 것을 성과로 꼽았다.
김태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는 "특별법이 시행 결과 상당수의 집결지가 폐쇄되고 성매매 자체가 범죄라는 사회적 경각심을 일으킨 것은 긍정적 효과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검사는 "겸업형 성매매를 포함해 안마방과 키스방 등 변형된 신·변종 성매매가 성행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윤후의 서울서대문경찰서장 역시 "성매매에 대한 범죄 인식 자각과 여성 종사자의 폭력 사례 감소는 긍정적 효과"라면서도 "더욱 깊숙한 곳에서 신·변종 업소가 생겨나며 성산업이 줄고 있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 따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과 여성가족부는 개선 방안으로 ▲지자체 적극적 개입 ▲성매매 예방교육 확대 ▲성매매 피해자 식별 가이드라인 구축 ▲성구매자 처벌 수위 강화 ▲성매매 알선행위 근절 입법 추진을 내세우고 있다.
또 최근 성매매 업소 등에 대해 단속이 어려운 것은 물론, 실제 적발되더라도 행정관청의 근거법령 부재로 실효성이 저해되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성매매업주 몰수·추징 증거 확보 ▲건물주 성매매 사실 입증 방안 모색 ▲시민신고제 도입 ▲성매매 업소 퇴출 지자체 평가에 반영 ▲풍속영업규제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성매매 알선 행위 위반을 한 사람이 최근 3년 내에 같은 행위로 적발될 때 행정처분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마련할 전망이다.
정치사회팀 tf.pstea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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