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정의 시네마 정치]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로 본 국회의 역할
입력: 2014.09.14 06:00 / 수정: 2014.09.14 18:26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19대 후반기 정기국회 개회식(왼쪽)과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스틸. /더팩트 DB, 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 제공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19대 후반기 정기국회 개회식(왼쪽)과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스틸. /더팩트 DB, 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 제공

[더팩트 ㅣ 고수정 기자] 일부 국회의원들이 국가 안보국이 죄수나 성폭행범과 같이 사회적으로 위험한 사람들 혹은 감시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에 대한 감청 및 도청 행위를 법적 승인한다는 내용의 '원격통신보안법'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장은 그것은 보안이 아니라 통제이며, 그 법안을 통과시키면 완벽한 통제 국가가 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국가 안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보호가 더욱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이 법안 통과를 반대한다. 결국 국회의장은 국가 안보국에 의해 살해된다.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1998)의 내용은 현 정치에서는 상상하기 조금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영화 속 국회의장이 한 말, "유권자가 원하지 않는 법안은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것은 영화를 뛰어넘어 현실에서도 주목해야 할 말임은 분명하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권 1년 차인 2008년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함께 쇠고기 수입 확대를 추진했다. 그러나 한참 유행처럼 돌던 광우병을 우려한 국민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었다. 나라 전체가 들썩일 정도로 민심의 반발은 컸고, 정부는 동력을 상실하면서 크게 흔들렸다.

당시 정치권 안팎에서 이 전 대통령이 민심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협상을 주도했던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MB노믹스'는 시동을 걸자마자 좌초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2014년 9월, 현 정치 상황은 다르다. 오히려 유권자가 원하는 법안과 관련해 국회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부터 현재까지 처리된 법안은 '0건'. 세월호 참사의 국민적 슬픔과 피해자 구조 등 시급한 상황이 맞물려 사고 초기에 국회가 '일시 정지'된 듯했고, 국민도 이를 이해했을 것이다.

5월에는 가족을 잃어 비통한 유가족의 한을 달래고, 사고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세월호 특별법제정 필요성을 이끌어냈다. 박근혜 대통령도 5월 19일 대국민 담화를 하고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이 법을 빨리 통과시키기 위해 의원입법 형식을 빌려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야는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 기소권·수사권 부여 여부, 특별검사 추천권 등을 놓고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으면서 특별법을 국회에 넉 달간 묶여있게 했다. 국회의 입법 기능도 무려 넉 달 동안이나 올스톱 되면서 경제살리기 등 민생 법안의 통과를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는 커져만 가고 있다.

유권자가 원하지 않는 법안은 통과 여부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 옳다. 반면 유권자가 원하는 법안은 국회가 당리당략을 떠나 합목적성에 따라 현실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특별법, 민생 법안의 국회 통과를 유권자가 원하는 것이라면 국회는 민의를 대변하는 법안 제정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특정 정치 세력이 원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바라는 것이라면 응당 시급하게 처리해야 한다. 여야는 국민들에게 더 진실되고 투명하게 답을 구해야 한다.

여야 원내대표가 13일 만나 블랙홀에 빠져있는 국회를 구할 방법을 논의했다. 두 원내대표는 특별법의 협상자로서 법안 처리 '0건'이라는 국회의 오명을 벗기 위한 '키'가 돼야 한다. 하지만 서로의 견해를 굽히지 않으면서 결국 이번 회동도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이틀 뒤면 세월호 참사 발생 다섯 달을 맞는다. 이젠 정말 국민이 준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협상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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