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포커스] 담뱃값 인상안, '법안 처리 0건' 국회 문턱 넘을까
입력: 2014.09.11 10:25 / 수정: 2014.09.11 12:24

(사)한국담배소비자협회가 지난 4일 발표한 담뱃값 인상안과 관련한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담뱃값인상을 위한 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 전망에 대해서 급격한 가격 인상에 따른 여론 악화로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응답이 48.1%로 정부 의지가 강해 통과될 것(38.4%)이란 응답보다 많았다./그래픽=여민리서치 제공
(사)한국담배소비자협회가 지난 4일 발표한 담뱃값 인상안과 관련한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담뱃값인상을 위한 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 전망에 대해서 '급격한 가격 인상에 따른 여론 악화로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응답이 48.1%로 '정부 의지가 강해 통과될 것(38.4%)이란 응답보다 많았다./그래픽=여민리서치 제공

[더팩트 ㅣ 오경희 기자] '담뱃값 인상안'은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정부는 11일 낮 12시 담뱃값 2000원 인상안을 포함한 '종합적 금연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정부는 이번 정기국회 때 담뱃값을 올리는 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 의지대로 담뱃값을 올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국민건강증진법'과 지방세법을 고쳐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국민건강증진', '금연'등의 이유를 들며 담뱃값 인상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인상의 목적성(금연 정책 vs 세수증대)과 인상폭, 시기 등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이 한 뜻을 모은다 해도 담뱃값 인상안이 실제 실행될 수 있을지는 가늠할 수 없다. 당장 올해 정기국회가 개회 열흘이 지나도록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법안을 담당하는 해당 상임위원회에는 최근 4개월간 국회가 마비되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상태다.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법안 처리 건수는 '0건'이다.

◆ 작동 멈춘 국회, 통과 '글쎄'…담뱃값 인상안 항상 '공전'

담뱃값 인상 추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거의 해마다 정부 주도 또는 여당 쪽에서 금연대책과 세수 증대를 위해 추진했지만 번번히 무산됐다. 정부 의지대로 담뱃값을 올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국민건강증진법과 지방세법을 고쳐야 한다. 담뱃값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법안처리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5분의 3을 충족해야 한다. /문병희 기자
담뱃값 인상 추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거의 해마다 정부 주도 또는 여당 쪽에서 금연대책과 세수 증대를 위해 추진했지만 번번히 무산됐다. 정부 의지대로 담뱃값을 올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국민건강증진법'과 지방세법을 고쳐야 한다. 담뱃값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법안처리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5분의 3을 충족해야 한다. /문병희 기자

담뱃값 인상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법안처리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5분의 3을 충족해야 한다.

담뱃값 인상안을 찬성해온 쪽은 여당이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합리적 담뱃세 부과와 관련한 법률 개정 토론회'를 여는 등 담뱃값 인상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현재 새누리당의 의석수는 158석으로, 전체 의석의 과반(52.7%)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30석(43.3%), 통합진보당 5석(1.7%), 정의당 5석(1.7%), 무소속 2석(0.6%)이다. 여당 자체 의석으로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다.

게다가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과반 의석을 가진 여당이라해도 야당의 협조 없이는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할 수 없게 돼 있어 담뱃값 인상과 관련된 법들이 개정되는 게 쉽지는 않다.

담뱃값 인상 추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거의 해마다 정부 주도 또는 여당 쪽에서 금연대책과 세수 증대를 위해 추진했지만 번번히 무산됐다.

실제 국회에서는 현재 10여건의 담뱃값 인상 관련 법안이 계류 중에 있다. 뿐만 아니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서도 해당 사항은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뱃값 경고 그림을 의무화하는 법안은 일부 정치인들의 반대로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담뱃값 인상 관련 법안을 발의한 한 의원의 측근은 "금연을 위해 담뱃값 인상이 필요하지만 사실 쉽지는 않다"고 밝혔다.

(사)한국담배소비자협회가 지난 4일 발표한 담뱃값 인상안과 관련한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담뱃값 인상을 위한 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 전망에 대해서 '급격한 가격 인상에 따른 여론 악화로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응답이 48.1%로 '정부 의지가 강해 통과될 것(38.4%)이란 응답보다 많았다.

이 조사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3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스마트폰 패널 700명과 ARS전화조사 700명을 RDD 전화번호 리스트를 이용해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조사한뒤 성·지역·연령별 인구비례에 따라 가중치를 적용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주순에서 ±3.6%포인트다. 응답률은 스마트폰 패널조사 40%, ARS전화조사 3.6%다.

◆ "담뱃값 1000원 ↑ 2조 세수 증대" vs "흡연률 높은 서민 부담"

(사)한국담배소비자협회가 지난 4일 발표한 담뱃값 인상안과 관련한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담뱃값 인상에 대해 66.3%가 찬성했고, 33.7%가 반대했다. 정치권에서도 담뱃값 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린다. 찬성하는 쪽은 담뱃값을 올리면 세수가 늘어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하는 쪽은 흡연률이 높은 저소득층의 부담을 증가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그래픽=여민리서치 제공
(사)한국담배소비자협회가 지난 4일 발표한 담뱃값 인상안과 관련한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담뱃값 인상에 대해 66.3%가 찬성했고, 33.7%가 반대했다. 정치권에서도 담뱃값 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린다. 찬성하는 쪽은 '담뱃값을 올리면 세수가 늘어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하는 쪽은 흡연률이 높은 저소득층의 부담을 증가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그래픽=여민리서치 제공

정치권에서도 담뱃값 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린다. 찬성하는 쪽은 '담뱃값을 올리면 세수가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담뱃값은 제조원가및 유통 비용 외에 담배소비세(641원),국민건강증진부담금(1갑당 354원), 지방교육세(321원), 폐기물 부담금(7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담뱃값 인상이란 결국 담뱃세를 인상하는 것이다. 국민건강증진부담금과 지방교육세, 담배소비세, 공급가의 약 10%내외인 부가가치세도 이에 따라 인상된다.

때문에 담뱃값을 올리면 증세효과가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 7월 발표한 '담뱃값 인상에 따른 재정 영향 분석'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담뱃값을 500~2000원 올리면 연간 1조4000억~5조2000억원의 세수가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세수만큼 국민부담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500원 오른 담뱃값은 물가를 0.16%포인트 끌어올리고, 2000원으로 인상폭을 늘리면 물가상승폭은 0.63%포인트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는 의원들은 저소득층 부담을 우려하거나, "담뱃값 인상 의도가 금연 정책보다는 부족한 세수 확보에 있어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기재위 새정치연합 간사인 윤호중 의원은 "1000~1500원 정도 올리면 금연 유도 효과는 없고 흡연자 부담만 늘 것"이라고 밝혔다.

담뱃값 인상의 취지와 명분이 국민건강증진이라면 우선 이에 걸맞게 국민건강증진부담금과 담뱃세 세부 항목들의 비중과 용처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4일 조선일보가 기획재정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 46명을 대상으로 담뱃값 인상안과 관련해 조사한 결과 담뱃세 가운데 특히 건강증진부담금을 금연 정책에만 쓰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금은 건강증진부담금으로 조성된 기금(연간 1조5000억원 규모)의 약 3분의 2는 건강보험 재정 지원에 쓰인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의원은 "담뱃세 지출 용도 먼저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은 담뱃값 인상 자체를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3일 "흡연율을 낮추는 것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필수라는 것에는 동의하나 장관이 말한 정책들이 과연 진정한 해결방안인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지난 2011년 지역건강통계(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상대적으로 소득이나 교육수준이 낮은 지역의 주민 흡연율이 고소득, 고학력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보다 높게 나왔고, 담배가격을 인상한다고 해서 실제 흡연율 감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는 확실치 않으나 분명한 것은 저소득, 저학력, 육체노동자들에게 부담만 가중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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