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뒤면 민족 대명절 추석이다. 설레는 마음도 잠시, 많은 여성들은 명절이 고달프다. '워킹맘'이라면 더 그렇다. 일터를 떠난 엄마들은 장거리 이동과 음식 준비로 명절증후군을 호소한다. '유리 천장'을 깨고 여의도 1번지, 국회에 당당히 입성한 여성 의원들의 추석은 어떨까. <편집자 주>

[더팩트 ㅣ 고수정·김지희 기자] 세월호 참사, 육군 28사단 윤 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 등 올 한해 '비정상적인' 사건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비슷한 또래의 자식을 둔 대한민국 엄마들이 분노하고 있다. 내 자식, 내 아이 목숨을 앗아간 것에 대한 분노가 '앵그리맘(Angry mom·분노한 엄마)'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자식을 낳은 죄'로 불안에 떨었던 엄마들은 최근 세상 밖에서 비정상적인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하나둘씩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고 대처와 대책 수립에 무능한 정부와 정치권을 규탄하고 있고, 추석 민심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앵그리맘의 분노를 이해하면서도 '세월호 특별법' 등 관련 법안 마련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에게 '추석 선물'을 주자고 말하지만, '동상이몽'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정국을 지켜보는 여성 국회의원들은 가슴이 아프다. 같은 엄마로서 자식을 잃은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입법의 중심에 서 있는 한 사람으로서도 답답함을 금치 못한다. <더팩트>가 만난 두 여성 의원 새누리당 민현주(45·비례대표)·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50·서울 중랑구갑) 의원도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세월호 특별법' 추석 밥상 오를 듯"…해결법은 제각각

두 의원은 추석 밥상에 오를 정치 현안으로 세월호 특별법을 꼽았다.
민 의원은 "아무래도 추석 밥상에는 세월호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를 둘러싼 국회의 법안 처리가 미흡한 측면도 우리 국민들의 명절 식탁에 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 의원도 "지난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배가 가라앉던 그 시간, 대한민국은 단 한 명의 국민도 살리지 못했다. 내 자식같이 꽃 같은 아이들이 공포에 떨며 부모를 찾았을 생각을 하면 애간장이 녹아내린다. 진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아픔은 아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추석에는 세월호 특별법이 가장 많이 언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정국의 해법에 대한 생각은 조금은 달랐다. 민 의원은 세월호 특별법 이면에는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신뢰 부재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야당과 시민단체의 협상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 의원은 정부와 여당이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민 의원은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문제는 한걸음에 해결할 수 없기에 세월호 정국을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것 같다. 지금 야권과 일부 시민단체들이 보여주는 세월호 특별법 관련 협상 태도는 우리 정치의 양극단성을 이용해서 신뢰를 더 무너뜨리고 극단의 정치로 질주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은 한 치의 의혹도 없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철저하게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의원의 생각은 달랐다. "한두 명의 사고였으면 묻힐 수도 있지만, 그러한 상황에서도 부모는 끊임없이 자기 아이가 희생당한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려고 한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는 어떻겠냐. 대통령이 움직이고 새누리당이 움직여야 하는데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서 의원은 "새누리당이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 기소권 줘도 아무 문제 없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무엇이 걸리는지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유가족을 길거리에 내몰았다. 희생자들은 여전히 구천을 맴돌고 있을 거다. 새누리당은 야당과 관련해 좋지 않은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다. 그러나 진실은 묻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한 아이의 엄마로서,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어느 때보다 즐거워야 할 명절 연휴 기간 유쾌하고 미래지향적인 정치 현안을 선물로 드리지 못한 점 정말 면목이 없다"고 말했고, 서 의원도 "더는 억울함에 눈물짓는 국민은 없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여성 국회의원으로서, 그리고 한 가정의 엄마로서 유가족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비정상적인 세상이 변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 병영문화 혁신 강조…"국회의원과 군이 나설 것"

고3 아들을 둔 엄마이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인 서 의원은 병영문화 혁신과 관련해 드는 생각도 많다고 했다. 그는 "최근 법사위 회의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내가 아들이 있다. 이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 되느냐. 보내지 말아야 되느냐'고 질의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의원님이 마음 놓고 보낼 수 있도록 (병영문화를) 바꾸겠다'고 답변했다. 그게 정답"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60만 장병이 건강하고 몸이 더 튼튼해지고, 공동체 생활로 자신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입대하는 목적이다. 그러나 군대 내에서 눈치 보고 진급하면 선임들이 했던 나쁜 것을 답습하는 것이 지금 우리 군 문화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회의원과 군이 나서야 한다. 철저하게 국민 앞에 모든 걸 드러내놔야 한다. 내부의 문제점을 부모에게 쉽게 알릴 수 있는 문화가 생겨야 한다. 저는 그래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추후 군 내부의 문제점도 제대로 공개하자는 법안도 만들었고,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 "추석 선물 못 전해 송구…정부, 국민 공감 얻어야"

'늘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지만, 이번 추석에는 그 말을 하기가 죄송스럽다고 두 의원은 말했다.
민 의원은 "추석 명절은 가족 간, 이웃 간 화목한 시간을 갖고 풍요로운 결실을 나누는 시간이다. 그러나 올해는 국민들이 추석의 의미를 되새기기에는 불편한 명절을 보내실 것 같아 많이 송구스럽다. 연휴기간 동안 많은 반성과 성찰을 하겠다. 그리고 국민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실천하도록 다시 운동화 끈을 조여 매겠다"고 밝혔다.
서 의원은 "이번 추석은 참 송구스러운 마음이 많이 든다. 많은 분이 부모님과 친지들을 뵙기 위해 고향으로 향하는 명절, 가족을 떠나보낸 마음조차 추스르지 못한 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외치며 길에서 싸울 수밖에 없는 유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박근혜 정부를 향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민 의원은 국민의 공감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고, 서 의원은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한 특단의 조치를 촉구했다.
민 의원은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 정부도 정책을 도입하고 시행하기 전에 반드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고, 어느 한 국민도 정부 정책의 선의의 피해자가 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칫 이론에만 매달리지 않도록, 혹은 터널 속에 갇힌 정책이 되지 않도록 정부가 열린 마음으로 더욱더 적극적으로 국민과 소통하기를 바란다. 정부는 '답은 현장에 있다'는 말을 글로서만 담지 말고 실천으로 체험하기 바란다. 모든 정책의 최우선 고려대상은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이 가족 품에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내려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국민들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가 보호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마음마저 넉넉해지는 한가위, 가족과 함께 행복한 추석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치팀 ptoda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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