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정의 시네마 정치] '변호인' 송우석의 세월호 정국 해법은?
입력: 2014.08.31 06:00 / 수정: 2014.08.30 21:28

새정치민주연합이 장외 투쟁을 시작한 지난 26일 국회 전경(왼쪽)과 지난해 12월 18일 개봉한 영화 변호인 스틸. /임영무 기자, NEW 제공
새정치민주연합이 장외 투쟁을 시작한 지난 26일 국회 전경(왼쪽)과 지난해 12월 18일 개봉한 영화 '변호인' 스틸. /임영무 기자, NEW 제공

[더팩트 ㅣ 고수정 기자]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영화 '변호인'(2013)의 변호사 송우석(송광호 분)은 1981년 제5공화국 정권 초기 부산지역에서 벌어진 용공조작사건인 '부림사건' 네 번째 재판에서 '국가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을 부르짖는 송우석의 외침은 그저 법 앞에, 권력 앞에 대한민국의 국민이 평등하기를, 국민을 위한 나라가 돼야 한다는 진심이 담겼다.

화려한 액션도 없고 스케일이 크지도 않지만, 송우석의 진심을 담은 이 장면은 전 국민의 가슴을 울리며 '변호인' 열풍을 불러일으키는데 한몫을 했다.

영화가 개봉된 지 반년이 지난 지금, 송우석의 외침은 현실에서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다지만, 그것은 단지 헌법 1조 2항에만 담겨 있는 듯하다. 현재 여야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놓고 오랜 시간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합의, 무산 그리고 합의 또 무산, 여러 번 반복하며 뜻을 굽힐줄 모른다.

당초 특별법은 세월호 참사 유족들의 아픔과 전국민적 슬픔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국민적 공감대'인 것이다. 여야도 당리당략을 떠나 특별법이 우선적으로 처리돼야 할 법안이라는 것에 머리를 맞댔다. 이 때문에 '기초생활보장법' '국가재정법' 등 30개의 여당이 주장하는 이른바 민생법안이 후순위가 됐다.

그러나 여야가 특별법을 놓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국회의 입법 기능이 사실상 멈춰, 민생 법안도 당분간 공전될 가능성이 크다. 민생법안의 표류는 특별법에 진정성을 담아내지 못하면서 유가족들 눈물이 마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주 요인이다. '안전한 대한민국'은 누구나 바란다.

특별법은 어찌 보면 피해자와 유족에게 가장 영향력을 미치는 법안이다. 성역없는 진실규명과 책임규명, 재발방지 대책 마련, 피해자 지원 등이 골자다. 이러한 특별법의 표류로 민생 법안까지 덩달아 길을 잃은 것에 대해 적지않은 국민은 점점 지쳐가고 있다. 유가족의 아픔과 슬픔을 담아내지 못하는 여야의 '책임 공방'에서 정치 허무주의의 싹이 트지 않을까 걱정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3명 중 2명이 특별법과 민생 법안의 분리 처리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두 사안의 분리 처리 찬성 비율이 78.5%로 집계됐다. 경청할 내용임에는 분명하다.

정부는 29일 정홍원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에서 "경제 활성화 법안을 비롯해 세월호 관련 법안 등 국민을 위해 시급히 처리돼야 할 많은 법안이 국회에 막혀있다"며 조속한 민생법안 처리와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여당은 장외투쟁 중인 야당에 책임을 물으며 협조하라고 했고, 야당은 특별법이 '최고의 민생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특별법과 민생 법안을 연계시켜 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야당도, 야당을 압박하는 여당도 정쟁에 가려 민심을 방관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청와대도 세월호 정국에서 절대 자유롭지는 않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 있고, 국가란 국민이다'라는 송우석의 외침인 헌법 1조 2항을 현 이 시간 대다수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영화 '변호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변호를 맡았던 부림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이고, 2012년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지 딱 1년 뒤에 개봉해 정치 영화로 일각에서 평가받았다. 영화 속 인물을, 그 캐릭터를 동조하는 이들도, 또 반대하는 세력도 존재한다.

이 영화는 꼭 정치적 해석을 넣어가면서 과도하게 감정이입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감동적이고, 송우석이 말하고자 하는 정의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 냄새 나는 영화'이다. 특별법도 민생법안도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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