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 대법관 후보자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권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다운계약서 작성과 관련해 사죄했다. / 국회=임영무 기자 |
[더팩트 ㅣ 김지희 기자] 25일 국회에서 열린 권순일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여당은 대법관으로서의 자질검증에 초점을 맞췄고, 야당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제기하며 해명을 촉구했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 소속 새누리당 위원들은 대법관으로서의 자질을 주요 검증대상으로 삼았다.
새누리당 이한성 의원은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와 남편 심재환 변호사를 '종북주사파'라고 지칭한 보수논객 변희재 씨의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한 재판을 예로 들며 "시류에 흔들리거나 인터넷에 비난 글이 쏟아질까 봐 이쪽저쪽 재면서 어중간한 판결을 하는 사람이 많다"며 "법관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판결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같은 당 이정현 의원은 권 후보자가 최근 수년간 사법행정 업무에 주로 근무한 점을 거론하며 "윗분들을 모시고 후배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그런 위치에 몇 년씩 계시다 보니 법관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염려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 후보자가 현존 대법관들보다 사법고시 연수 기수가 낮은 점을 언급하며 "지나치게 윗분들 눈치를 봐서 판결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당부했다.
새누리당 김도읍·김용남 의원은 대법관 구성의 폐쇄성에 대해 지적했다. 김도읍 의원은 "대법관의 절대 다수가 법원행정처, 서울대 법대 출신"이라고 말했다. 김용남 의원도 "1987년 개헌 이후 대법관으로 임명된 61명 중 4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법원 출신"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같은 당 김상훈 의원이 전관예우에 대해 지적하자 권 후보자는 "대법관은 법관 최고위직으로서 기대가 큰 만큼 사익을 도모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며 "사임하면 저술과 함께 후진양성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야당은 부동산 투기 의혹 등 권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집중 추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은 "소유하고 있던 서초동 집에 대해 실거래가가 아닌 기준가격으로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맞느냐"고 추궁하자 권 후보자는 사실을 인정했다.
권 후보자는 "아파트를 매매하고 공인계약서를 실거래가 아니라 기준가격으로 작성해서 그에 따라 취득세와 등록세를 납부한 게 사실"이라면서 "국민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김관영 의원은 부동산 투기와 관련해 '스폰서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화성 소재 토지의 단독 소유권을 갖기 전 '공동 매매예약권리자'였던 제3자는 춘천을 기반으로 전국에서 사업하는 중견건설업체 기업인 심 모 씨로 확인됐다"며 "춘천지역 향토기업인이 당시 춘천지법 판사였던 권 후보에게 공시지가의 7분의1에 불과했던 토지거래 공동 매매권리를 포기한 것은 명백히 뇌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 후보자는 "장인의 소개로 심 씨를 알게 됐고 사업 관할 지역과는 관계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새정치연합 정호준 의원은 "판사의 과도한 업무량에도 불구하고 현직에 있는 동안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며 "정상적인 대학원 공부가 가능했는지, 논문을 쓸 수 있었는지 등이 의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권 후보자는 "서울대 박사과정에 입학한 것은 1996년이고 논문을 받은 것은 2002년"이라며 "주로 블록세미나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그때 연구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2001년 인천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할 때 연수 휴직을 내고 1년간 미국으로 유학갔다"며 "그 기간동안 집중해서 논문을 썼다"고 답변했다.
여야 인사특위는 이날 청문회를 마치고 오는 28일 권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정치팀 ptoda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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