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정의 시네마 정치] '해무'에 갇힌 세월호 특별법
입력: 2014.08.24 06:00 / 수정: 2014.08.24 20:15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해무 스틸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단식 중인 유민 아빠 김영오 씨, 100리 행진을 하고 있는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와 시민들. /더팩트 DB, (주)해무 제공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해무' 스틸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단식 중인 '유민 아빠' 김영오 씨, 100리 행진을 하고 있는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와 시민들. /더팩트 DB, (주)해무 제공

[더팩트 ㅣ 고수정 기자] '앞이 보이지 않는다. 선원들은 죽었고, 배에는 물이 쉴새 없이 차오르고 있다. 배도, 만선의 꿈도 모두 가라앉고 있다. 바다 한가운데, 해무(海霧)에 갇혀 있다.'

영화 '해무'(2014)의 선장 철주(김윤석 분)는 어려운 생활고속에서 배를 지키기 위해 선원들에게 밀항을 돕는 일을 제안해 실행에 옮긴다. 망망대해에서 밀항자들을 숨겨두었던 어창에 프레온가스가 터져 전부 죽고, 철주는 전진호를 살리겠다는 일념이 지나쳐 광기로 인해 점점 변해간다. 철주에게 전진호는 삶의 전부였고, 인생이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바다 안갯속에서 서서히 가라앉는 전진호 모습에서 관객들은 숨을 죽인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마음도 이와 같을까.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세월호 정국'에서 앞을 내다보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가족을 잃어 비통한 유가족의 한을 달래고, 사고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세월호 특별법까지 이끌어냈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은 현재 해무에 갇혀 있다.

'유민 아빠' 김영오 씨는 이 법 마련을 촉구하며 장기 단식을 하고 있다. 그는 단식 40일째를 맞던 22일 병원에 실려 갔지만,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병원에서도 목숨을 건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김 씨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보지 못하고 여기서 단식을 멈추면 유민이를 볼 낯이 서지 않고,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라고 비통해했다.

이를 지켜보는 여야도 좌초된 채 갈 길을 잃었다. 지난 19일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 극적으로 재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수사권,기소권없는 여야합의안을 반대한다는 유가족의 강력한 항의에 다시 제자리 걸음이다. 유족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지 못한 새정치연합은 이 문제 해결를 위해서는 청와대와 여당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탈출구를 찾고 있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에 재합의안 추인을 압박하면서 '정면 돌파' 견해만 재확인했다. 세월호 유족을 포함해 여야 '3자 대화'를 하자는 야당의 요구도 일축했다. 다수 국민들은 세월호 특별법을 대하는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입장이 별반 차이가 없다고 본다. 당청은 '세월호 정국'의 책임을 모두 야당에만 떠넘긴다는 말이 나왔다.

여야의 '네 탓 공방'으로 '세월호 시계'는 초침 한 칸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의 표류로 지난 5월 이후 단 한 건도 법안이 발의되지 않은 '악재'도 겹쳤다. 세월호 정국에 막혀 '입법 제로' 상태라는 비판은 오롯이 여야가 함께 떠안아야 할 문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4일 방한 연설에서 정치 분열은 소통과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의 '뼈 있는' 메시지에 여야는 모두 '화해와 평화의 노력으로 정치권의 화합을 이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교황이 떠난 지 이레째, 그 어디에도 여야의 화합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국회는 국민의·국민에 의한·국민을 위한 곳이다. 세월호 유가족도 국민이고, 세월호 참사에 가슴 치며 아파했던 가족 외의 사람들도 국민이다. 여야가 해무에 갇힌 세월호 특별법을 이제는 정말 꺼내야 할 때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고 국민들은 믿고 있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특정세력이 있다면 그들이 역사의 한 장에서 침몰돼야 한다.

영화 '해무'는 인간의 욕심과 관련해 많은 의미를 담았다. 재물욕·성욕 등 이들의 욕망은 결국 극에 치닫고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 전진호라는 하나의 장소에서 많은 메시지를 담으려다 보니 다소 난해하고 복잡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영화 내용 자체도 해무에 갇힌 듯한 느낌을 받는 사람은 기자만은 아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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