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글자' in 정치] 노회찬의 '선민후당'은 통할까
입력: 2014.07.24 06:59 / 수정: 2014.07.23 18:03

정치인은 '네 글자'로 말하길 좋아한다. 언제부턴가 여야 대표는 물론 웬만한 중진급 정치인들까지 경쟁적으로 사자성어(四字成語)를 입에 담고 있다. 네 글자의 조합으로 메시지를 함축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고, 민감하거나 직접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사안인 경우 자신의 뜻을 에둘러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팩트>는 '네 글자 in 정치' 코너를 마련해 여의도 정가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7·30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에 나선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사퇴 카드를 내걸고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와의 단일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노 후보./노회찬 블로그
7·30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에 나선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사퇴 카드'를 내걸고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와의 단일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노 후보./노회찬 블로그

[더팩트 ㅣ 오경희 기자] 7·30 서울 동작을 보궐선거에 나선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선민후당(先民後黨)'을 내걸며 '배수의 진'을 쳤다. 22일 노 후보는 선거사무소에서 긴급회견을 갖고 "24일까지 야권 후보 단일화가 안되면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초강수를 뒀다. 노 후보가 '사퇴 카드'까지 꺼내자 동작을 야권 후보 간 단일화 여부에 정가의 눈과 귀가 쏠렸다.

노 후보의 명분은 '선민후당', 즉 당보다 국민이 먼저라는 것이다. 그는 회견에서 "이번 재보선은 무책임한 집권여당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적 심판의 장이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국민들이 동의하고 공감하는 야권연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를 압박했다.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에 맞설 야당 단일 후보를 만들어 내는 것이 '선민'이며 야당의 의석수 한 석을 늘리는 것은 다음의 일, '후당'이라는 것이다. 노 후보의 선제적이고 감각적인 '한 수'에 범 야권 지지자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결과는 두고 볼 일이다.

노 후보의 강수에 기 후보는 23일 "진정성을 받아들이겠다"며 야권 연대 제안을 받아들였고, 두 후보는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하지만 단일화 방식을 놓고 기 후보가 "담판 협상"을, 노 후보가 "여론조사"를 주장하며 맞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연대를 둘러싼 여야 셈법은 복잡하다. 야권의 경우 경합지역에서 연대 없이 승리하기 어렵고, 반대로 연대할 경우 이기기 위한 선거라는 오명을 떠안아야 한다. 반면 여권은 야권 진영 내 단일화를 둘러싼 '손익계산' 다툼이 '어부지리'가 될 수 있지만 연대가 이뤄지면 상대 진영의 외연 확대로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동작을 선거의 경우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다자대결에서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가 기 후보와 노 후보를 20%포인트(p) 이상 앞서고 있지만 야권 후보 단일화 여부에 따라 얘기가 달라진다. 나 후보 대 기 후보, 나 후보 대 노 후보 양자대결에서 후보 간 격차는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으로선 연대가 '필승 카드'일 수밖에 없다.

기 후보와 노 후보는 24일 오전 다시 만나 단일화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어떤 결론을 내든, 또한 진정성 여부를 떠나 노 후보간 내건 '선민후당'이란 네글자는 모든 재보선 후보와 여야 정치권이 가슴깊이 새겨야 할 단어인 듯싶다.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던 정치인들의 '공언무시(空言無施, 빈말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를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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