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탐사-유세 현장] '5060 팬심' 정몽준 vs '옆집 아저씨' 박원순
  • 오경희 기자
  • 입력: 2014.05.30 11:14 / 수정: 2014.05.30 15:58
6·4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인 새누리당 정몽준(위)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의 유세 현장을 보면 각각 5060 팬심, 옆집 아저씨가 특징이다. 정 후보는 보수 성향의 50~60대에, 박 후보는 진보 성향의 10~40대에게 상대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고수정 기자, 한동희 인턴 기자, 정몽준·박원순 캠프 제공
6·4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인 새누리당 정몽준(위)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의 유세 현장을 보면 각각 '5060 팬심', '옆집 아저씨'가 특징이다. 정 후보는 보수 성향의 50~60대에, 박 후보는 진보 성향의 10~40대에게 상대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고수정 기자, 한동희 인턴 기자, 정몽준·박원순 캠프 제공

[오경희·고수정 기자·한동희 인턴기자] "우리 아들 같아서 그래. 고기쌈 하나 먹어." (정몽준 지지자)

"어떤 포즈로 (셀카를) 찍을까요? 하하하. 브이~" (박원순 후보)

6·4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곳곳을 누비는 후보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시민 한 명이라도 더 만나 얼굴을 알리고, 지지를 호소하느라 눈 코 뜰 새 없다.

<더팩트> 취재진은 27~28일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의 유세 현장을 찾았다.

두 후보 모두 유세 현장에선 몸을 낮추고 시민들과 호흡하고 있다. 정 후보는 나이 지긋한 시장 상인이 건넨 고기쌈을 주저없이 먹고, 배낭을 메고 운동화를 신은 박 후보는 '옆집 아저씨'처럼 시민들에게 다가갔다.

다만, 지지 연령층은 갈렸다. 정 후보는 보수 성향의 50~60대, 박 후보는 진보 성향의 10~40대에게 인기가 많았다. 소속 정당의 성향과 지지층의 성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정몽준, 50~60대 '인기 만점'…'앵그리 맘' 표심 구애

27일 정 후보의 대부분의 유세 장소에서는 50~60대 팬들이 많았다.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열린 서울개인택시조합 창립 44주년 기념식과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어린이집 연합회 토론회, 성동구 마장시장을 찾은 정 후보. 이날 정 후보가 시민들이 주는 소주 반 잔과 고기쌈을 먹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고수정 기자
27일 정 후보의 대부분의 유세 장소에서는 50~60대 '팬'들이 많았다.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열린 서울개인택시조합 창립 44주년 기념식과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어린이집 연합회 토론회, 성동구 마장시장을 찾은 정 후보. 이날 정 후보가 시민들이 주는 소주 반 잔과 고기쌈을 먹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고수정 기자

정 후보는 27일 오후 대부분의 유세 장소에서 50~60대 '팬'을 몰고 다녔다. 이날 오후 2시,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열린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제5차 이사회와 서울개인택시조합 창립 44주년 기념식을 찾았다. 그가 강당에 들어서자 "정몽준! 정몽준!"을 외치는 굵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정 후보가 무대로 올라가 택시 구간요금제 실시, 요금 조정 등을 1년에 한두 번 만나 협상하겠다고 약속하자 환호는 더욱 커졌다. 아이돌 그룹의 '팬클럽' 못지 않았다.

정 후보는 세월호 참사 이후 선거의 승패를 가를 변수로 떠오른 40대 '앵그리 맘(화난 엄마)'을 향한 구애도 잊지 않았다. 송파구 택시조합을 나선 정 후보는 중구로 이동했다. 이 지역 어린이집 연합회 토론회에 참석해 "제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우리 아이의 미래를 위한 시대를 준비하는 정을 몽땅 준 사람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곳에서 경쟁자인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를 마주치기도 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말 없는 신경전이 오가는 듯했다. 주변을 의식한 듯 박 후보가 먼저 "우리 손잡고 올라갑시다"고 농담을 건넸다.

곧이어 6시 성동구 마장시장 방문, 동대문구 경동시장 연설대담이 이어졌다. 시민·지인과 소통하고 자신을 알리는 이날 일정 가운데 가장 큰 이벤트였다.

정 후보는 40대 앵그리맘 표심을 잡기 위해 어린이집 연합회 토론회에서 재치있게 인사를 하고, 저녁에는 동대문구 경동시장 앞에서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함께 거리 유세에 나섰다. /고수정 기자
정 후보는 40대 '앵그리맘' 표심을 잡기 위해 어린이집 연합회 토론회에서 재치있게 인사를 하고, 저녁에는 동대문구 경동시장 앞에서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함께 거리 유세에 나섰다. /고수정 기자

정 후보는 50~60대 상인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고 사진을 찍었다. 그는 여성 상인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몇몇 상인들은 "기다리느라 눈 빠질 뻔 했다" "무지하게 미남이시네" "사랑합니다" 등 정 후보에게 애정공세를 폈다. 이곳에서 그는 '만인의 오빠'였다.

마장시장 내 한 고깃집에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에이 한 잔 마셔"라며 소주를 권하는 한 어르신의 말에 정 후보는 웃으며 한 잔을 확 마셨다. 정 후보 측 유경희 대변인은 <더팩트>에 "정 후보의 성격이 워낙 소탈하다. '부자 이미지'라는 얘기들을 하시는데 저희와 똑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경동시장 거리 유세에서는 한 때 당 경선에서 경쟁을 벌였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 이혜훈 최고위원 등 '드림팀'이 트럭에 올라 정 후보에게 힘을 보탰다. 이 최고위원은 정 후보와 '찰떡궁합' 호흡을 보였다. 정 후보가 어르신을 위한 공약을 말하면서 영화 '수상한 그녀'의 주인공을 묻자 이 최고위원은 곧바로 "심은경!"이라고 대답해 시민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트럭 안팎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정 후보는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된 22일부터 이날까지 약 일주일 정도 한 시간에 하나씩 유세하는 강행군을 소화하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는지, 마른기침을 지속해서 했다. 그는 다음 날 열리는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를 준비해야 한다며 오후 7시 30분 거리 유세를 끝으로 이날 공식 일정을 마쳤다.

◆ 박원순, '셀카 유세' 눈길…10~40대 남녀노소 '브이'

박 후보는 28일 광진구 자양시장과 강동구 암사시장에서 시민들이 주는 음식을 먹고, 악수를 청하는 등 표심 잡기에 열중했다.  자연스럽게, 친근감있게 시민들과 만나는 박 후보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동희 인턴기자, 박원순 캠프 제공
박 후보는 28일 광진구 자양시장과 강동구 암사시장에서 시민들이 주는 음식을 먹고, 악수를 청하는 등 표심 잡기에 열중했다. 자연스럽게, 친근감있게 시민들과 만나는 박 후보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동희 인턴기자, 박원순 캠프 제공

배낭을 메고 운동화를 신은 한 남자가 28일 오후 광진구 자양 전통시장과 강동구 암사 종합시장에 나타났다. 얼핏보면 '옆집 아저씨' 같지만 다름 아닌 박 후보다. 박 후보는 세월호 사고로 애도 분위기를 고려해 확성기나 유세차량 없이 박 후보가 직접 배낭을 메고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이날 박 후보와 동행한 캠프 관계자는 현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시장을 찾은 박 후보는 활짝 웃으며 시민들에게 악수를 청했다. 더운 날씨에 셔츠는 땀으로 흥건히 젖었다. 두 뺨과 이마 위론 땀이 물흐르 듯 흘러내린다. 그런데도 지친 기색 없이 '몇 걸음 걷고 악수, 몇 걸음 걷고 악수'를 반복했다.

그는 "후보님, 시간이 없습니다. 다음 일정도 생각하셔야 합니다"라는 캠프 관계자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악수를 건넸다. 혹시나 지나친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고, 지나쳤으면 되돌아가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이날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이른바 '셀카 유세'였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박 후보에게 '함께 사진 찍자'고 요청했다. 주로 10~40대 연령층에게 인기가 많았다.

박 후보는 젊은 사람들이 원하는 포즈로 셀프 카메라를 찍었다.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거나 그들의 품 안에 안기며 깜찍한 포즈를 취하는 박 후보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한동희 인턴기자
박 후보는 젊은 사람들이 원하는 포즈로 셀프 카메라를 찍었다.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거나 그들의 품 안에 안기며 '깜찍한 포즈'를 취하는 박 후보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한동희 인턴기자

아이의 키에 맞춰서 사진을 찍고, 젊은 사람들에겐 직접 "어떤 포즈로 찍기를 원하느냐"라고 물어보며 친근하게 다가갔다. 어르신들과 촬영에는 다정하게 어깨동무를 하거나 그들의 품 안에 안기며 '깜찍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박 후보에게 직접 셀카를 부탁한 원모(27) 씨는 "시끄러운 확성기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공유되고 있는 박 후보의 사진이 선거 운동에 훨씬 더 효과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박 후보에게 시장 상인들과 시민들은 가까이 다가가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이나 서울에 살면서 어려운 점 등을 서슴없이 말했다. 박 후보는 그들의 목소리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귀 기울여 들으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메모를 했다.

시장 유세를 마치고 차로 이동하는 박 후보는 <더팩트>에 "선거 운동은 이렇게 시민들과 가까이에서 그들의 요구와 어려움을 듣는 것"이라며 "계속 시장을 했으면 못 들었을 말씀도 듣고 있다. 추상적인 큰 공약보다 현장에서 필요한 것 하나 만들어드리는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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