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태환 인턴기자] '안녕들 하십니까(이하 '안녕들')' 대자보 열풍이 분지 한 달여가 지났다. 지난해 12월 고려대 한 학생의 대자보로 시작된 '안녕들' 열풍은 대학가를 넘어 전 세대로 퍼져나갔다. 이전의 대자보가 나의 논리를 담는 '선언'적 의미가 강했다면 '안녕들' 대자보는 나의 심정을 담는 것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더팩트> 취재진은 9일 '안녕들' 열풍 그 후, 대학가의 분위기를 알아보기 위해 고려대·중앙대·숭실대를 찾았다.
'안녕들' 대자보 열풍이 처음 시작된 곳은 고려대다. '안녕들' 대자보는 철도파업, 취업대란, 경제사정 등 '안녕'하지 못한 사회에서 각자 '안녕'한가를 물었다. 이날 오후 3시쯤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이곳엔 '안녕들 하십니까'와 관련된 대자보 수십 장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서 모(26, 정치외교학과)씨는 "주변 친구들을 보면 대자보 열기가 계속 이어지는 것 같지 않다"며 씁쓸해했다.
대자보는 사라졌지만 대자보를 작성했던 주현우(28)씨는 아직도 지속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주씨의 대자보와 함께 시작된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스북 모임은 10일 현재 '좋아요' 추천 수가 26만여 명에 달하고, 대자보 열풍에 함께 했던 대학생들을 비롯해 성소수자·청소년·콜센터 노동자·여성 등 다양한 사람들과 '안녕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자보 강제철거 논란'에 휩싸였던 중앙대 학생 대부분은 대자보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렸다. 이날 중앙대 법학관 내부는 대자보를 붙였던 자리엔 테이프의 흔적과 '허가된 게시물외에는 부착금지'라는 경고문만 남아있어 쓸쓸함마저 감도는 듯했다. 김 모(27, 경제학과)씨는 "'안녕들' 대자보 열풍에는 공감하지만 당장 취업 준비 때문에 바쁘다"며 "늘 그래왔듯 금세 잊힐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일 중앙대는 파업 중인 청소노동자들을 지지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강제 철거했다. 다음 날 '안녕들' 대자보부터 이를 응원하는 대자보 등 법학관과 본관 등에 나붙은 대자보 60장 이상을 떼어냈다.
숭실대는 고려대와 중앙대와 달리 아직 '안녕들' 열풍을 느낄 수 있었다. 숭실대는 '안녕들' 열풍 당시 대자보 강제철거를 미리 막기 위해 '테이프로 봉합된 대자보'와 찢지 못하도록 '하드보드지 대자보'를 만들어 SNS(사회관계망)에서 누리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현선(여, 24, 정치외교학과)씨는 "이전까지 대자보는 학생회의 몫으로 보인 게 사실이지만 이번엔 자발적인 참여가 많았다"며 "평소 관심은 없었지만 어떤 이는 대자보를 찢고 누군가는 다시 붙이는 모습을 보면서 다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정치팀 ptoda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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