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필로 쓰여진 비석이 대구공고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 오경희 기자. |
[ 대구=박대웅·오경희 기자] '전두환은 민주주의의 초석.', '전두환 미화글 또 올릴 수 있다.'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글을 게재해 역사인식 논란을 일으킨 대구광역시 동구 신암동 소재 대구공업고등학교(이하 대구공고). 역대 대통령의 출신고교 중 거의 유일하게 신문과 온라인상의 주요 면을 장식하는 대구공고를 채동욱 검찰총장이 전두환 전 대통령 미추징금 환수 100일 작전을 선포한 28일 <더팩트>이 직접 찾았다.
교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미래의 창조자 대공인', '성실 창의 협동'이라는 교훈이 새겨진 비석이 방문객을 맞는다. 어느 학교에나 있을 법한 흔한 비석이지만 '24회 졸업. 제12대 대통령 전두환'이라는 글귀가 남다른 위용을 자랑하며 자랑스럽게 새겨져 있다. 이어 전 전 대통령의 휘호가 새겨진 비석을 양옆에 두고 본관으로 향하는 길을 걸었다.
본관으로 향하는 길 양옆으로 학교의 전통을 자랑하듯 산림이 제법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원래 학교의 교목은 배롱나무였지만 근래 소나무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진입로에는 아름드리 배롱나무와 소나무가 곳곳에 자리했다.
나무 향기를 뒤로하고 본관 중앙 현관으로 들어섰다. 순간 '여기가 중앙 현관이 맞나?'라는 의심이 들었다. '모교를 빛낸 동문'란에 있어야 할 전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대구공고 관계자는 매년 5월이면 겪는다는 남다른 고충을 털어놨다.
"5월만 되면 항의전화를 받는다. 업무가 마비될 정도는 아니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과 관련한 항의전화로 업무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올 초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초상화와 인적사항을 중앙 현관 게시판에서 떼어내고, 다른 동문의 사진으로 교체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모교인 대구공고에 기념 식수한 나무들이 녹음을 자랑하고 있다.(왼쪽부터 교목 소나무 식수기념(2009), 모교 방문기념 식수(1994년, 1996년 순) / 대구= 박대웅 기자 |
불과 2주 전 만해도 갖은 비난에도 전 전 대통령을 미화했던 대구공고였다. 어리둥절한 마음을 뒤로 하고 전 전 대통령의 흔적을 찾아 학교 곳곳을 다녔다. 앞서 상쾌한 나무 향기를 전했던 진입로 인근 화단에서 전 전 대통령의 흔적을 발견했다. 본관과 실습실을 오가는 좋은 자리에 대리석 등으로 주변이 잘 정비된 곳에 위치한 잣나무 앞에는 '제12대 전두환 대통령 모교방문 기념. 1994. 4.22'이라는 대리석 현판이 눈에 띄었다. 또 맞은편 화단에도 녹음이 짙은 향나무과 기념식수가 전 전 대통령의 모교방문을 기념했다.(1996.10.13. 제21회 전국기능경기대회 기념해 모교를 방문한 전 전 대통령을 기념한 식수) 또한 휘호가 인상적이었던 정문에도 전 전 대통령의 기념식수가 있었다. 5층 건물 높이는 족히 되어 보이는 소나무 아래에는 '교목 소나무 기념식수. 제12대 대통령 전두환. 2009. 12.23'이라는 글귀가 선명했다. 모교를 향한 전 전 대통령의 각별한 애정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전 전 대통령의 호인 '일해'를 사용해 세간에 '일해정'이라고 알려졌던 본관 뒤편 정자는 아무런 표지석 없이 덩그러니 운동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학교 관계자는 "2~3년 전에 일해정이라는 푯말을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기념식수를 제외하고 외관상 대구공고가 전 전 대통령의 모교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 수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 전 대통령 기념관 설립 추진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실습실 뒤편 동문회관으로 향했다. '혹시'하는 마음은 '역시'로 바뀌었다. 애초 전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이 추진되던 이 건물 5층은 출입구가 봉쇄됐고, 1층 전시실에는 자동차와 기계부품들이 펼쳐져 있었다.
전 전 대통령을 둘러싼 숱한 논란에 비해 웬만한 사립대학 크기의 대구공고에는 기념식수 세 그루를 제외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흔적은 초라한 수준이었다. 전 전 대통령의 모교 대구공고, 그곳에선 전두환 흔적 지우기가 시작된 듯했다.
[더팩트 정치팀 ptdoa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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