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삼수생' 이회창의 불운한 17년 정치 역정
  • 소미연 기자
  • 입력: 2013.04.11 12:21 / 수정: 2013.04.11 13:43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한정식 전문 H식당에서 부인 한인옥 씨와 함께 모임을 가진 뒤 나서고 있다. / 문병희 기자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한정식 전문 H식당에서 부인 한인옥 씨와 함께 모임을 가진 뒤 나서고 있다. / 문병희 기자

[소미연 기자]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만큼 '불운의 아이콘'이 또 있을까. 그는 세 번의 대선에서 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지만 번번이 실패를 맛봤다. 특히 1997년 15대 대선과 2002년 16대 대선에선 승리를 눈앞에 두고 울분을 삼켜야 했다. 두 번의 레이스 모두 30%이상의 지지율을 꾸준히 유지하며 선두를 달리던 그는 '병풍'과 '노풍'에 밀려 각각 39만표와 57만표 차이로 낙선했다.

◆ '이회창 대세론' 저지한 '병풍'과 '노풍'

이 전 대표의 정계 입문은 여론의 이목을 집중하기에 충분했다. 사법부 최고위직인 대법관과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지낸 이 전 대표는 법관 생활을 마친 뒤 감사원장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탄탄대로를 달렸다. 화려한 이력으로 정계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른 그는 1996년 1월 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정치에 발을 들였다. 정치 신인인데도 불구하고 이 전 대표는 '이회창 대세론'을 형성하며 빠르게 당을 장악했다. 결국 정계 입문 1년6개월 만에 신한국당 15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하지만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과 두 아들이 발목을 잡았다. 두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른바 '병풍' 논란이 일자 경선 결과에 불복한 이 의원이 신한국당을 탈당해 국민신당을 결성했다. 이후 이 의원은 국민신당의 대선 후보로 출마를 강행했다. 이는 결국 여권표의 분열을 가져왔다. 이 전 대표는 신한국당과 민주당을 통합해 당명을 한나라당으로 바꾸고 대선에 나섰으나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두 사람의 격차는 39만표. 이 의원의 대선 완주가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을 잡아끈 셈이다.

근소한 격차는 이 전 대표를 다시 대선 레이스에 서게 했다. 2002년 대선 출발선에 선 이 전 대표는 또다시 '이회창 대세론'을 형성했다. 줄곧 지지율 1위를 유지했던 것.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변수가 됐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박 대통령은 '제왕적 총재'라는 이유로 이 전 대표에게 당권과 대권의 분리를 요구했다. 이를 이 전 대표가 거부하자 박 대통령은 탈당한 뒤 미래연합을 창당했다. 당 내분으로 혼란해진 사이 '바람'을 탄 노 전 대통령은 이른바 '노풍'이라는 신드롬을 낳았다. 결국 이 전 대표는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나선 노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두 번의 패배에 낙담한 이 전 대표는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2007년 17대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마음을 돌렸다. 박 대통령이 당시 이명박 후보와 벌인 한나라당 경선에서 떨어지자 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밝혔다. 그러나 이번엔 쉽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지지를 얻기 위해 그의 삼성동 자택을 세 차례 방문했지만 문전박대당했다. 결국 이 전 대표는 대선 완주로 만족해야 했다.

◆ 주연에서 조연으로 "박근혜 당선으로 꿈 이뤄"

이 전 대표와 박 대통령의 해묵은 감정은 지난해 18대 대선에서야 해소됐다. 박 대통령은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이 전 대표의 집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애초 박 대통령은 명예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제안했으나 이 전 대표는 "평당원으로 뛰겠다"고 답했다. 이후 이 전 대표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박 대통령의 당선으로 대신할 것을 다짐하고 친정인 새누리당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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