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아버지의 부도, 빚 갚는데 꼬박 4년 걸렸어요"
입력: 2012.05.17 12:02 / 수정: 2012.05.17 12:02

민주통합당 이언주 당선자는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면서 자신을 전형적인 엘리트가 아닌고생 좀 해본 엘리트라고 설명했다. / 이새롬 기자
민주통합당 이언주 당선자는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면서 자신을 '전형적인 엘리트'가 아닌'고생 좀 해본 엘리트'라고 설명했다. / 이새롬 기자

[소미연 기자] 서울대 출신의 여성 법조인, 국내 대기업 최연소 임원, 3선 관록의 중진의원을 꺾은 신예 정치인. 바로 민주통합당 이언주 당선자를 가리키는 수식어다. 그의 나이 올해 마흔.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는 평가가 많다. 이 당선자 역시 부인하진 않았다. 다만 엘리트 앞에 수식어 하나를 더 붙였다. "온실 속에서 자란 엘리트가 아니라 힘든 시절을 이겨낸 '고생한' 엘리트"라는 게 이 당선자의 설명이다.

실제 이 당선자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 큰 시련을 겪었다. 1997년 IMF 여파로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로 문을 닫았다. 충격을 받은 아버지가 잠적하자 어머니가 보험외판원과 부업을 하면서 이 당선자와 두 동생들을 먹여 살렸다. 당시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이 당선자는 경제적 능력이 없었다. 손아래 여동생은 아르바이트로 대학 등록금을 모았고, 고등학생이던 막내 남동생은 학업에 타격을 받았다.

"제가 대학생 땐 날라리였거든요. 우리가 X세대였잖아요. 서태지 엄청 좋아했고. 그때까진 아버지 사업이 탄탄했으니까 어려운 줄 몰랐는데, 대학 졸업 후 상황이 반전됐죠. 사업 부도로 아버지가 4~5년 잠적한 동안 어머니께서 고생이 많으셨어요. 두 동생들도 고생이 많았죠. 남동생이 대학을 합격했지만 등록금 낼 돈이 없어서 어머니와 제가 친척집을 돌아다니면서 돈을 빌렸어요. 이후 제가 초인적인 공부를 했던 것 같아요. 아버지가 잠적한 와중에 사법고시에 합격했거든요."

이 당선자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면 눈시울이 불거졌다. / 이언주 당선자 제공
이 당선자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면 눈시울이 불거졌다. / 이언주 당선자 제공

하지만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로도 이 당선자의 '고생'은 계속됐다. 그는 법조인의 길로 들어서자마자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집안 살림에 보탰다. 당시 이 당선자가 대출을 받은 돈은 6000~7000만원. 이 돈을 갚기까지 꼬박 4년이 걸렸다. 그동안 결혼은 꿈도 못 꿨다.

"당시엔 결혼을 생각할 수가 없었어요. 이렇게 빚더미에 앉아있는데 누가 저와 결혼하려 하겠어요? 그래서 저는 젊은 친구들이 결혼 못하는 거, 이해를 해요. 막상 결혼하려고 하면 온갖 생각이 다 들죠. 은행 빚 갚느라 힘들었지만, 사실 더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동생들에 대한 마음의 빚이에요. 이후에도 남동생에게 빚 하나 더 진 느낌이에요. 작년에 어머니께서 간이식 수술을 받았는데, 남동생이 자신의 간을 떼줬어요. 수술 때문에 체중도 10Kg 이상 뺐고요."

그러나 어머니는 끝내 회복을 못하고 작년 10월에 돌아가셨다. 늘 미소를 잃지 않았던 이 당선자의 코끝이 시큰해졌다. "힘들었던 시절, 간염을 앓던 어머니가 제때 치료만 잘 받았어도 이렇게 돌아가시진 않았을 것"이라는 이 당선자는 "우리 어머니 같은 사람이 더 이상 안 생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출마 결심으로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늦은 나이에 엄마가 된 이 당선자는 우리 아이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 이언주 당선자 제공
늦은 나이에 '엄마'가 된 이 당선자는 "우리 아이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 이언주 당선자 제공

"정책 때문에 민주통합당의 영입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반값등록금에서부터 민주통합당이 추구하는 정책들이 제가 생각하는 방향과 같았거든요. 저는 대한민국의 복지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지금은 복지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경제성장도 양극화가 좀 더 해소돼야 가능할 것이라 보고요. 지금처럼은 성장의 한계가 있죠."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이 당선자의 목소리에 어느새 힘이 들어갔다. 4살 아들을 둔 워킹맘이기도 한 이 당선자는 "우리 아이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엘리트 코스를 달린 이 당선자의 발자취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 당선자는 "제가 살아온 과정들로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돼줄 수 있다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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