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버트 랜디 시몬과 송명근의 활약을 앞세운 OK저축은행은 2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시즌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구미 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와 홈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9 25-21 25-17)으로 이겼다. 88분 만에 승부를 갈랐다. 1라운드를 1위로 마친 OK저축은행은 2라운드에서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와 치열하게 선두를 다투고 있다.
1라운드 이변의 주인공은 시몬이었다. 시몬은 1라운드 6경기 26세트에서 223점을 쓸어담았다. 서브 에이스는 27개로 가장 많았고 블로킹 15개로 득점 15위 안에 있는 선수 가운데 가장 많았다. 어느 위치에서도 스파이크를 때릴 수 있는 것은 시몬의 최대 장점이다. 세계적인 센터로 이름을 날린 그는 V리그에서 라이트 공격수로 나선다. 하지만 자리를 바꿔 스파이크를 내리꽂는다. 센터의 경험을 한계가 아닌 강점으로 만들었다. 시몬은 단순히 높은 타점으로 공격하는 선수가 아니다. 김세진 감독은 "시몬은 높이가 아닌 타이밍으로 때리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절묘한 강약 조절로 팀이 필요한 점수를 꼭 따낸다.

든든한 시몬에 송명근도 터지기 시작했다. OK저축은행은 22일 LIG손해보험전에서 시몬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국내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시몬의 공격 점유율이 44.26%에 불과했다. 27.87%의 공격 점유율을 기록한 송명근(17점)은 시몬(20점)과 37점을 합작했다. 시몬이 40점을 쓸어담아 3-2로 이긴 지난 13일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전에서 김세진 감독은 "송명근이 박빙 승부처에서 앞에 산체스가 있다고 돌려서 때리다 보니 범실이 나와 힘들었다"고 아쉬운 마음을 나타냈다.
김세진 감독의 걱정에 송명근은 행동으로 답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과감하게 공격에 나서고 있다. 송명근은 LIG손해보험전이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시몬에게 맨투맨 블로킹이 많이 떠서 다른 공격수들이 도와주자고 했던 것이 경기를 잘 풀어나간 원동력"이라며 "오늘 공격 점유율이 딱 적당한 것 같다. 25~30%가 좋다. 공이 많이 안 오면 감이 떨어진다. 나도 공격적인 선수다. 공이 와야지 신나게 때린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OK저축은행 돌풍을 이끄는 이는 단연 김세진 감독이다. 지난 시즌 실패를 밑거름으로 180도 달라진 팀을 만들었다. 서브, 리시브를 강조하며 기본기를 다졌고 경기 흐름에 따라 적절한 선수 교체로 분위기를 찾아온다. 쓴소리로 송명근을 일깨웠고 이민규의 발전도 이끌어 내고 있다. 팀 장점 살리고 상대 단점을 파고든다. 김세진 감독은 LIG손해보험에 완승하고 "상대가 서브-리시브가 안 되는 상황에서 에드가가 흔들린다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민규와 대화를 했다. 상대 블로킹이 좋다. 확률적인 배구를 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명확한 지시를 내려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김세진 감독이 용병술과 소통으로 강팀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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