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엽 기자] 한국 여자 역도의 '희망'이 대표팀 감독에게 성추행당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 역도 대표팀을 이끌고 장미란의 금메달 신화에 큰 힘을 보태 대한체육회로부터 '한국 최우수 지도자상'을 수상한 오승우(55) 국가 대표팀 총감독이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
'제2의 장미란'으로 불리는 국가 대표 '유망주' A(18·고3)가 지난 23일 성추행 피해와 관련된 경위서를 대한역도연맹에 제출한 사실이 <더팩트> 단독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 경위서를 보면 A는 지난 5월 31일 오 감독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대표팀 훈련 도중 허리를 다쳐 트레이너를 찾아갔으나, 오 감독이 직접 마사지를 해 주겠다며 커튼이 처져 있는 치료실로 데리고 갔다. 오 감독은 마사지하는 과정에서 A의 엉덩이와 치골을 만지고, 다리를 벌리는 등 성적 수치심이 드는 행동을 계속했다. 이후 오 감독은 A에게 '마사지 좋았냐. 또 해 주겠다'고 했고, A가 두려워 마사지를 거부하고 자신을 피하자 '(대표팀) 막내가 감독에게 애교도 안 부리느냐'며 혼을 내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A는 30일 <더팩트>과 인터뷰에서 "감독님이라 아무 말도 못하고 마사지를 받았다. 기분이 무척 나빴다. 지금껏 감독님이 마사지를 직접 해 주는 경우를 본 적이 없고, 여자 트레이너 선생님께도 이 상황을 말씀 드렸더니 '그건 진짜 아니다'라고 하셨다. 지난 주말엔 연맹 분이 찾아와서 이것저것 물어보셨는데, 오히려 저를 몰아붙였다. 고등학생이 치골을 어떻게 아느냐는 등 마치 제가 잘못한 것 마냥, 감독님을 보호하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A의 성추행 논란 이후 고혈압으로 쓰러져 입원한 그의 어머니는 "얘가 밤만 되면 통화해서 울었다. 처음엔 허리를 다쳐서 힘든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장마철에는 우울할 수 있으니, 기록 부담 갖지 마라'고만 했는데…. 이게 어미냐. 너무 한심하다"면서 "감독만 자진 사퇴해서 아이가 운동할 수 있는 여건만 만들어 주면 된다. 다른 건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A의 어머니는 지인에게 부탁해 28일 대한체육회 홈페이지에 '호소문'을 비공개로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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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역도의 희망' A가 국가 대표팀 관계자와 상담한 뒤 작성한 경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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