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감학원 사건 희생자 유해 발굴 착수를 위한 개토행사'가 8일 오전 경기 안산시 선감학원 공동묘역에서 열린 가운데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가 분묘를 바라보고 있다. /안산=박헌우 기자 |
[더팩트ㅣ안산=박헌우 기자] '선감학원 사건 희생자 유해 발굴 착수를 위한 개토행사'가 8일 오전 경기 안산시 선감학원 공동묘역에서 열린 가운데 참석한 한 사건 피해자가 지난날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했다.
이날 자신이 선감학원 피해자라고 밝힌 70대 조 씨는 "지금 여기만 오면 눈물이 나고 이분들만 생각하면 밥맛이 없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내가 살았다는 것이 죄인이고 억울하다"며 "이분들로 인해서 내가 살았다는 것이 죄책감이 든다"고 말했다.
조 씨는 "63년에 들어가서 67년에 도망 나왔다"며 "내가 도망 나올 때 5명이 나왔는데 4명은 죽었다. 그 사람들은 바다에서 죽어서 찾지 못하고 있다. 나만 살아 나왔는데 나와서도 호적이 없어서 고생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경기도 파주에서 이곳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자주 온다는 조 씨는 "밥 안 주고 잠 안 재우고 맞는게 제일 괴롭다"면서 "매를 맞아야 잠을 잔다. 나와서도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생각하며 너무나 비참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유 없이 많이 맞았다. 주로 단체 기합을 받으며 한 사람이 잘못하면 100명의 사람이 다 맞아야 한다"며 "두 명이 서로 쓰러질 때까지 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기에 묻힌 사람들은 언제 죽었는지도 모른다"며 "이런 부분들을 정부에서 밝혀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선감학원 사건은 일제강점기인 1942년부터 1982년까지 부랑아 교화라는 명분으로 4700여 명의 소년들에게 강제노역과 구타, 가혹행위, 암매장 등 인권을 유린한 사건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022년 10월 진실 규명 결정 당시 선감학원 사건을 '공권력에 의한 아동 인권침해'로 결론 내리고, 선감학원 운영 주체인 경기도와 위법적 부랑아 정책을 시행한 국가를 대상으로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에 대한 지원 대책 마련하고 희생자 유해 발굴 등을 권고했다.
경기도는 개토행사에 앞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해 발굴 사전절차인 분묘 일제 조사와 개장공고 등을 지난 4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진행하였으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시굴한 분묘 35기 외에 희생자 분묘로 추정되는 150여 기를 확인했다.
경기도는 개토행사 이후 희생자 추정 분묘에 대한 유해 발굴을 본격 착수할 예정이며, 발굴이 완료되는 오는 11월부터 시굴 유해를 포함한 전체 발굴 유해에 대해 인류학적 조사와 유전자 감식, 화장, 봉안 등의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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