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기획] '길손에서 복권집 복덩이로' 야웅이의 묘생역전
입력: 2024.02.17 00:00 / 수정: 2024.02.17 00:00
13일 오후 서울의 한 지하철역 앞 복권판매점에 출근한 길고양이 야웅이가 사장 김원장 씨와 함께 가게를 지키고 있다. /이새롬 기자
13일 오후 서울의 한 지하철역 앞 복권판매점에 출근한 길고양이 '야웅'이가 사장 김원장 씨와 함께 가게를 지키고 있다. /이새롬 기자

매일같이 복권판매점으로 출근하는 길고양이 야웅이가 야외 전용석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매일같이 복권판매점으로 출근하는 길고양이 야웅이가 야외 전용석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더팩트ㅣ이새롬 기자] 최근 고양이 '덕후'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탄 고양이가 있다. 서울의 한 지하철역 앞 복권판매점에 매일같이 출근하는 길냥이 '김야웅'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제 한 살 반 가량 된 수컷 고양이 '야웅'의 일상은 SNS에서 조회수 100만 뷰 이상을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길고양이 야웅이 이날 오후 복권판매점을 향해 유유히 발길을 옮기고 있다.
길고양이 야웅이 이날 오후 복권판매점을 향해 유유히 발길을 옮기고 있다.

13일 <더팩트> 취재진은 해당 판매점을 찾아 야웅이와 특별한 가족이 된 70대 사장 김원장(가명) 씨를 만났다. "과거 바둑 기원의 사범과 원장을 지내 원장으로 불리고 있다"는 김 씨는 지난 2002년부터 이 자리에서 복권을 판매해왔다.

그동안 김 씨는 찾아오는 길고양이들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곤 했는데, 2년 전 어린 야웅이 나타났고 이후 그의 가게를 제집 드나들 듯이 하며 이제는 어엿한 가게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았다.

점심 때가 지나 출근한 길고양이 야웅이 사장 김 씨의 발등에 얼굴을 파묻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점심 때가 지나 출근한 길고양이 야웅이 사장 김 씨의 발등에 얼굴을 파묻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 씨가 간밤에 어디 상한데는 없는지 야웅이의 얼굴을 살피고 있다.
김 씨가 간밤에 어디 상한데는 없는지 야웅이의 얼굴을 살피고 있다.

보통 '야옹'이로 불리는 고양이는 봤어도 '야웅'이라니 생소했다. 김 씨는 "녀석이 수컷이라 수컷 웅(雄)자를 넣었다"며 "특히 가요계에 임영웅 씨가 유명하지 않나. 그래서 '가요계는 임영웅, 고양이계는 김야웅'"이라는 작명 비하인드를 밝혔다.

그렇게 김 씨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주인공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한 시간이 지나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길고양이가 과연 매일 출근할 수 있을까하는 의심으로 조바심이 날 때쯤 야웅이가 유유히 모습을 드러냈다.

출근한 야웅이가 뛰어올라 가게로 입장하고 있다.
출근한 '야웅이'가 뛰어올라 가게로 입장하고 있다.

"야웅아" 이름을 부르자 한달음에 김 씨에게 달려온 녀석은 갖은 애교를 부리며 인사한 뒤, 바로 한 평 남짓한 좁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 밥을 먹었다.

배를 채우고 나서는 '김야웅' 세 글자가 큼지막하게 적힌 전용 의자에 올라 주위 어르신들의 손길을 받았다. 사실 김 씨의 가게는 동네 어르신들의 장기 대국이 펼쳐지는 '노상 사랑방'이기도 했다.

지하철 출구 앞이라 혼잡한 데다, 가게 뒤편은 많은 차량이 오고 가는 교차로인데도 야웅이는 영특하게 지근거리에 머물며 가게를 떠나지 않았다. 때로는 매대 안과 밖을 넘나들며 손님 발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김 씨가 손님이 온 지도 모른 채 야웅이의 얼굴을 닦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 씨가 손님이 온 지도 모른 채 야웅이의 얼굴을 닦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 씨가 가게 한켠에 박스로 만든 야웅이의 캣타워와 휴식처를 소개하고 있다.
김 씨가 가게 한켠에 박스로 만든 야웅이의 캣타워와 휴식처를 소개하고 있다.

가게 한 귀퉁이에는 조그만 구멍을 내어 야웅이 내부를 수시로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가게 한 귀퉁이에는 조그만 구멍을 내어 야웅이 내부를 수시로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이 동네 길고양이들을 돌봐온 한 주민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리기 시작한 야웅의 영상이 100만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며 실물을 보러 오는 손님들이 더욱 늘었다.

이날만 해도 복권을 사러 왔다가 야웅이를 쓰다듬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야웅이를 보러 자주 가게를 찾는다는 한 주민은 "야웅이가 참 예쁘고, 사장님이 야웅이를 아끼는 모습이 보기 좋다"며 웃음을 지었다.

숏츠에서 야웅이 영상을 보고 이날 야웅이의 실물을 보기 위해 가게를 찾은 한 여성은 생전 하지 않던 로또까지 구매하고 돌아갔다.

야웅이가 장기두는 어르신들 사이 전용석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야웅이가 장기두는 어르신들 사이 전용석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매상도 오르고, 고양이를 매개로 젊은이들과 소통할 수 있어 김 씨에게 야웅이는 여러모로 고마운 존재가 됐다. 그는 "내가 로또 팔기 위해 야웅이에게 일부러 시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며 "고양이는 강아지와 달리 명령이 아닌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야웅이가 특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야웅이가 유명해지는 것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고 했다. 간혹 해코지하려는 사람들이 찾아올까 싶어 염려되기 때문이다. 아직 세 들어 사는 처지라 야웅이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그는 대신 가게 내부로 통하는 구멍을 내어 야웅이 수시로 드나들 수 있게 잠자리를 마련했다.

야웅이가 가게 뒤편 풀숲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야웅이가 가게 뒤편 풀숲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야웅이 복권판매점 직원답게 가게 안과 밖을 오가며 낮부터 저녁까지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야웅이 복권판매점 직원답게 가게 안과 밖을 오가며 낮부터 저녁까지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김 씨는 훗날 집을 마련해 야웅이와 같이 살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있다. 그때까지 자신과 야웅이 모두 건강하게 지낼 수 있길 소망했다.

"길 위에서 하루 하루 불안한 삶을 사는 고양이와 70세가 넘은 노인에게 미래는 길지 않겠죠. 하지만 '미래가 짧을 우리들의 미래가 부디 짧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야웅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야웅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온 가족이 복권판매점을 들렀다가 뜻밖의 직원 야웅이를 보고 반가워하고 있다.
온 가족이 복권판매점을 들렀다가 '뜻밖의 직원' 야웅이를 보고 반가워하고 있다.

그렇게 복권집 야웅이는 오늘도 밥값을 톡톡히(?) 해냈다.
그렇게 복권집 야웅이는 오늘도 밥값을 톡톡히(?) 해냈다.

김 씨와 야웅이가 손님이 없는 틈을 타 가게 뒤편 풀숲에서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 씨와 야웅이가 손님이 없는 틈을 타 가게 뒤편 풀숲에서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 씨가 야웅이가 잠든 사이 SNS에서 화제가 된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김 씨가 야웅이가 잠든 사이 SNS에서 화제가 된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잠든 야웅이의 얼굴 한편이 어디서 다쳤는지 모를 상처로 인해 털이 듬성 듬성 비어있다.
잠든 야웅이의 얼굴 한편이 어디서 다쳤는지 모를 상처로 인해 털이 듬성 듬성 비어있다.

김 씨가 야웅이와 함께 카메라에 포즈를 취했다. 건강하자, 부디 우리의 미래가 짧지 않기를 바라며!
김 씨가 야웅이와 함께 카메라에 포즈를 취했다. "건강하자, 부디 우리의 미래가 짧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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