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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모교는 어떤 모습인가요? 사진은 14년 동안 방치된 후 돌산365 가든으로 다시 태어난 여수 돌산중앙초등학교(왼쪽)와 폐교 후 26년째 방치돼 흉물이 된 경북 영양군 가곡초등학교의 모습이다. 이들의 2023년 현재 모습을 반반씩 붙여 비교해 보았다. /여수·영양=남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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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양군 일월면에 위치한 가곡초등학교. 이학교는 1948년 개교해 1998년까지 50년간 1950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후 폐교했다. 영양군은 해당 부지를 국가산채 클러스터 조성을 목적으로 매수했지만 사업은 전면 백지화된 상태로 폐교 후 26년째 방치돼 있다. |
[더팩트ㅣ남윤호 기자] 인구 절벽·학령 인구 감소와 맞물려, 추억 속의 모교가 흉물스런 폐교의 모습으로 전락하고 있다.
경북 영양군 일월면에 위치한 가곡초등학교는 1948년 처음 개교해 1998년 폐교할 때까지 50년간 195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폐교 후 가곡초는 국가산채 클러스터 조성을 목적으로 영양군에 매각됐다. 10년 동안 추진된 해당 사업은 2020년 재조사 끝에 '타당성 없음'으로 결론짓고 전면 백지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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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이 찾은 가곡초 내부의 모습. 출입문은 모두 개방된 상태로 집기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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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남아있는 누군가의 실내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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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문이 개방된 채 방치된 까닭에 내부는 쓰레기들로 가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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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자재들이 즐비한 운동장의 모습. |
영양군은 "(국가산채 클러스터)사업 이후 이렇다 할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향후 활용 계획도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가곡초는 폐교 이후 26년째 방치되고 있지만 향후 활용 방안도 불투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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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돌산읍에 위치한 금성초등학교의 모습. 금성초등학교는 1999년 폐교 후 23년간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
지방교육재정알리미가 고시한 폐교 자산은 2022년 기준으로 총 3,896개. 매각된 폐교와 임대·자체 활용 학교를 제외하면 351개 폐교가 방치된 상황이다.
수치상으로 봤을 때 활용되지 못한 폐교의 수는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지만, 가곡초와 같이 매각된 후 관리되지 않는 자산은 시·도교육청에서 집계하지 않아 사실상 방치된 폐교의 숫자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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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한 잡초 사이로 '이승복 동상'이 보이고 있다. |
목적 없이 방치된 폐교부터 한정적인 활용 목적과 사후 관리까지 개선해야 할 문제점들이 눈에 띈다.
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에선 '폐교재산을 교육용·사회복지·소득증대 시설 등' 용도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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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군 금성면에 위치한 상천초등학교의 모습. 상천초는 1951년 개교해 2493명의 졸업생을 배출, 2010년 3월 폐교했다. |
또 임대·매각 주체인 시·도 교육감은 폐교재산 활용계획을 수립할 때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정의돼 있어, 관계 단체와 주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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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의 돌산365 가든의 모습. 전라남도교육청은 '폐교를 지역민에게' 정책을 추진, 14년 동안 방치됐던 돌산중앙초등학교를 지역민의 쉼터로 탈바꿈 시켰다. |
대부분 방치돼 있는 폐교들은 한정적인 활용 목적 외에도 좋지 않은 접근성, 높은 임대료, 노후된 건물, 지역 주민들의 동의 등 안고 있는 문제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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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꽃밭과 산책로가 마련된 돌산365 가든, 학교 내부를 활용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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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365 가든의 파손된 창문 너머로 옛 교실을 들여다 볼 수 있다. |
전남교육청은 지난 2021년, 여수 돌산중앙초등학교를 '돌산365 가든'이라는 이름의 쉼터로 조성했다. 돌산중앙초는 2007년 폐교된 후 14년 동안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부지다.
알록달록한 색을 뽐내는 돌산365 가든은 사계절 꽃밭과 산책로가 마련돼 있지만 학교 내부까지 활용하지 못한 한계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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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에 위치한 한 사립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다. 1993년 폐교된 초등학교를 임대해 시작한 해당 미술관은 30년째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교육부는 이 같은 문제의 해결책으로 지난 2020년 개정된 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폐교를 야영장업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체험학습장, 노인 요양, 문화, 공공 체육 시설 등으로 활용됐던 폐교에 하나의 선택지가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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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작품이 전시된 폐교는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새로운 영감을 주는 장소로 변모해 있다. |
을씨년스럽고 귀신이 나올 것 같은 폐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년기 추억 그대로 학교가 있을 순 없겠지만 흉물스럽게 방치된 폐교의 모습이 아닌 쓸모 있는 장소로의 활용 방안을 더 모색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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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운동장에 전시된 푸른 나무 설치 미술. 마치 폐교를 양분 삼아 뻗어나가는 뿌리를 보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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