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한 주상복합 아파트를 망원렌즈를 활용해 촬영한 사진. 마치 회화작품과 같은 독특한 무늬와 패턴이 인상적이다.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이동률 기자] 카메라의 망원렌즈는 때때로 인간의 시각을 넘는 색다른 모습을 선사해준다. 매일 보는 사물이라도 망원렌즈의 '힘있는 구도'에 들어오면 이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우리나라 건축물은 너무 개성이 없어" 많은 사람들이 국내의 건축물을 보면서 하는 말이다.

한때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건축물은 성냥갑 빌딩이라는 오명을 들으며 개성없는 도시계획 사례의 하나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건조하게만 느꼈던 도심 건축물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독특한 조형미를 뽐내고 있다. 특히 망원 렌즈로 건축물의 구석 구석을 살펴본다면 기존에 건조하게만 느낀 건축물에 새로운 생명을 넣어준다.

도심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건축물들을 망원렌즈를 이용해 사진으로 담아봤다.

어떤 건축물은 정교한 바둑판처럼 보이기도 하고 대규모 단지로 구성된 아파트는 독특한 회화 느낌을 보여줬다.

창문은 사각형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한 건축물도 인상 깊었다. 외벽에 뚫린 구멍을 망원렌즈로 확대해 보니 벌집과 같은 모습을 보여 도심에서 보기 힘든 신선한 모습이었다.

사실 건물 외벽에 뚫은 이 동그란 구멍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외벽에 구멍을 뚫어 창으로 활용함으로써 콘크리트의 양을 줄여 건물의 하중을 버틸 수 있게 해준다.

외벽에 뚫은 구멍이 건물을 더 튼튼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건축 디자인이 단순히 미관만 신경쓰는게 게 아니라 기능적인 측면도 고려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 회장품 회사의 사옥으로 유명한 건축물은 외벽에 정교한 줄을 늘어놓아 시선을 사로잡는다.

건물 외벽에 길게 늘어진 줄의 정체는 핀으로 불리우는 일종의 햇빛 가리개이다. 이러한 핀 2만 5100여 개가 건물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이렇게 촘촘하게 배열된 줄을 망원렌즈로 바라보면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이러한 핀을 활용한 건축물들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핀을 설치함으로써 어느정도 개방을 허용해 채광을 좋게 할 뿐만 아니라 내부의 사생활을 보장해줄 수 있기 때문에 최근 들어 조명 받고 있는 건축 공법이다.

그중에서도 핀마다 색을 입혀 건물의 외관을 더욱 더 화려하게 만든 건물이 눈에 띈다. 단색의 핀이 몽환적이고 차분한 느낌이 줬다면 알록달록한 색상의 핀은 각자 다양한 색을 뽐내 망원렌즈로 바라보면 마치 우주에서나 볼 수 있는 신비로운 항성의 느낌을 선사해준다.

건축물은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사람들은 건축물을 통해 삶을 영위하기도 하고 추억을 만들어가기도 한다. 그만큼 일상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사물중 하나다.

하지만 사람들은 건축물을 통해 감동을 받은적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바쁜 현대사회에 찌든 사람들에게는 건축물은 그저 하나의 건물이자 사무실에 불과하다.

이러한 건축물을 카메라의 망원렌즈로 바라보니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이 든다. 어떤 건축물은 바둑판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 다른 건축물은 마치 와플처럼 보이는것처럼 멀리서 봤을때는 느끼지 못한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인간의 시선에서는 느낄 수 없는 카메라가 주는 '줌의 힘'은 사람들이 잊고 살았던 즐거움과 마음을 안정을 가져다 준다. 건축물뿐만 아니라 주변 사물들 중 전체가 아닌 일부분을 확대해서 보면 재미난 형태들이 보일 때가 있다.

가끔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있게 이런 '줌의 미학'을 느껴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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