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전 일시정지 여전히 미흡...'보행자 중심의 시민의식 필요' [TF포토기획]
입력: 2022.12.29 00:00 / 수정: 2022.12.29 00:00

일시정지 비율, 교통섬 31.7% 일반교차로 47.6%에 불과
직접 손 들어 차량 세우는 보행자도 눈에 띄어


20일 오후 서울 을지로입구역 앞 우회전 교차로에서 우회전 깜빡이를 켠 차량이 진입하는 가운데, 우회전 시 일단멈춤 안내 표지판이 보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20일 오후 서울 을지로입구역 앞 우회전 교차로에서 우회전 깜빡이를 켠 차량이 진입하는 가운데, 우회전 시 일단멈춤 안내 표지판이 보이고 있다. /이새롬 기자

1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역 앞 우회전 교차로에서 한 시민이 보행하는 가운데, 우회전 차량이 도로에 진입하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역 앞 우회전 교차로에서 한 시민이 보행하는 가운데, 우회전 차량이 도로에 진입하고 있다.

[더팩트ㅣ이새롬 기자] 올해 7월 12일부터 보행자 안전 강화를 위한 개정된 도로교통법이 시행됐지만 '우회전 일시정지 준수'는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차량이 우회전할 때 보행자가 보이면 무조건 일시정지를 해야 한다.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건너려는 보행자가 있는데도 일시 정지하지 않고 그대로 운행하는 운전자에게는 범칙금 6만 원(승용차 기준)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경찰은 3개월의 계도기간을 거친 지난 10월부터 위반 차량 단속에 나서고 있다.

5일 오후 서울역 교차로에서 보행하는 시민들 사이로 우회전 오토바이가 주행하고 있다.
5일 오후 서울역 교차로에서 보행하는 시민들 사이로 우회전 오토바이가 주행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교통안전공단(이사장 권용복)에 따르면 전국 34개 교차로를 대상으로 우회전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일시정지한 비율이 교통섬이 있는 경우 31.7%, 일반교차에서는 47.6%에 불과했다.

특히 교통섬(차량의 원활한 교통처리나 보행자 도로횡단의 안전 확보를 위해 교차로 또는 차도의 분기점 등에 설치하는 섬 모양의 시설)형 교차로에서는 법규준수 비율이 31.7%로, 전체 운전자 10명 중 7명이, 일반형 신호교차로에서는 47.6%로 10명 중 5명이 일시정지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더팩트> 취재진은 서울 도심에 위치한 교통섬형 교차로를 살펴봤다.

한 시민이 손을 들어 차량을 정지시키며 보행하고 있다.
한 시민이 손을 들어 차량을 정지시키며 보행하고 있다.

한 시민이 도로를 건너려다 멈추지 않고 달려오는 우회전 차량을 피해 다시 인도로 이동하고 있다.
한 시민이 도로를 건너려다 멈추지 않고 달려오는 우회전 차량을 피해 다시 인도로 이동하고 있다.

시민들이 우회전 진입 차량을 주시하며 보행하고 있다.
시민들이 우회전 진입 차량을 주시하며 보행하고 있다.

서울역 고가보행로 인근 보행섬에서 일시 정지하지 않은 채 운행하는 차량의 모습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오히려 차들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거나, 직접 손을 들어 차량을 멈춰 세우는 보행자도 눈에 띄었다. 특히 오토바이 등 이륜차는 대부분 정지하지 않아, 보행자와 오토바이가 도로에 섞여 위험해 보이는 상황도 발생했다.

1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역 앞 우회전 교차로에서 시민들이 보행하는 가운데, 우회전 차량이 정차하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역 앞 우회전 교차로에서 시민들이 보행하는 가운데, 우회전 차량이 정차하고 있다.

성수역 앞 우회전 교차로에 우회전 보행자 알리미가 설치돼 있다.
성수역 앞 우회전 교차로에 '우회전 보행자 알리미'가 설치돼 있다.

우회전 오토바이가 일시정지하지 않은 채 질주하고 있다.
우회전 오토바이가 일시정지하지 않은 채 질주하고 있다.

시민들이 정지하지 않고 진입하는 우회전 차량을 피해 빠르게 도로를 벗어나고 있다.
시민들이 정지하지 않고 진입하는 우회전 차량을 피해 빠르게 도로를 벗어나고 있다.

성수역 앞 도로에는 인공지능 영상 기반 ‘우회전 보행자 알리미’가 설치돼 있다.

이곳은 역 출구와 우회전 구간이 붙어 있어, 보행자와 차량의 충돌 위험이 커 보이는 구간이다. 이곳에 설치된 LED 전광판에는 보행자 횡단 영상을 보여줌으로써 우회전 사각지대에서의 차량 정지를 유도하고 있다.

LED 전광판 덕분에 정지, 서행하는 우회전 차량은 다른 곳에 비해 많았지만, 오토바이 등 이륜차는 여전히 이를 잘 지키지 않았다. 일부 보행자들은 스마트폰 등에 몰두해 알리미를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을지로역 보행섬형 교차로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심지어 차로에 설치된 일단멈춤 알림 표시판이 파손돼 그대로 방치돼 있기도 했다.

20일 오후 서울 을지로입구역 앞 우회전 교차로에서 우회전 차량이 진입하는 가운데, 우회전 시 일단멈춤 안내 표지판이 파손돼 있다.
20일 오후 서울 을지로입구역 앞 우회전 교차로에서 우회전 차량이 진입하는 가운데, 우회전 시 일단멈춤 안내 표지판이 파손돼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경찰청 교통안전계의 한 담당자는 "계도 기간 이후 경찰관의 현장 단속 뿐 아니라, 최근에는 시민들이 직접 교통법규위반을 촬영해 제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단속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며 건수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시민들이 보행하는 가운데, 파손된 안내 표지판이 보이고 있다.
시민들이 보행하는 가운데, 파손된 안내 표지판이 보이고 있다.

우회전 시 일단멈춤 안내 표지판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손돼 있다.
우회전 시 일단멈춤 안내 표지판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손돼 있다.

그동안 자동차 위주의 교통 문화에 익숙한 국민들에는 이런 안전운전 원칙이 낯선 것은 사실이다.

보행자 보호를 위해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를 확대하는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 중이지만, 시민들의 운전 습관으로 정착되기까지는 '보행자 중심의 시민의식'을 갖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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