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거리' 폐현수막... '이제 친환경으로 태어난다' [TF포토기획]
입력: 2022.09.12 00:00 / 수정: 2022.09.12 10:43

친환경 바람을 타고 변화 꾀하는 현수막 시장

용융과정 거쳐 만들어진 합성수지, 생분해 비닐-플라스틱으로 재탄생

경기도 평택의 한 폐현수막 재활용 공장의 근로자가 친환경수지(PLA: Poly Lactic Acid) 폐현수막 열처리 과정 등을 통해 알갱이 모양의 PLA 레진(합성수지)으로 가공하고 있다. 가공된 레진은 생분해 비닐, 생분해 플라스틱 등으로 재활용된다. /평택=임영무 기자
경기도 평택의 한 폐현수막 재활용 공장의 근로자가 친환경수지(PLA: Poly Lactic Acid) 폐현수막 열처리 과정 등을 통해 알갱이 모양의 PLA 레진(합성수지)으로 가공하고 있다. 가공된 레진은 생분해 비닐, 생분해 플라스틱 등으로 재활용된다. /평택=임영무 기자

수거된 폐현수막을 재사용하기 위해 열처리 작업을 하는 작업자.
수거된 폐현수막을 재사용하기 위해 열처리 작업을 하는 작업자.

[더팩트ㅣ임영무 기자] "평범한 현수막 같지만 친환경입니다. 용융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레진(합성수지)으로 생분해 비닐,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이 재탄생하죠"

경기도 평택의 한 친환경 현수막 재활용 공장 관계자는 폐현수막 재활용 과장을 보여주며 말한다. 친환경의 바람을 타고 현수막 시장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기존의 폐기물로 여겨지던 현수막이 친환경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애물단지에서 보물단지로 탈바꿈 하고 있다. 땅에 묻으면 6개월이 지나 분해가 시작되고 나중에는 가루로 변하는 것이다.

알갱이 모양의 PLA 레진(합성수지)
알갱이 모양의 PLA 레진(합성수지)

폐현수막의 처리가 심각한 환경문제로 인식돼 왔지만 마땅한 처리 방법이 없어 '골칫덩이' 신세를 벗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들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과 녹색성장, ESG(환경·사회·지배구조)실천을 앞세우며 친환경을 외치고 있지만 친환경 현수막 사용은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다.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기간중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거리에 후보들의 현수막이 빼곡히 걸려 있다. /배정한 기자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기간중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거리에 후보들의 현수막이 빼곡히 걸려 있다. /배정한 기자

지난 3월 서울 강북구의 한 창고에 지난 대통령 선거에 사용된 선거 현수막을 비롯한 각종 폐현수막이 수북이 쌓여 있다. /이새롬 기자
지난 3월 서울 강북구의 한 창고에 지난 대통령 선거에 사용된 선거 현수막을 비롯한 각종 폐현수막이 수북이 쌓여 있다. /이새롬 기자

국내에서는 매년 9000톤의 현수막이 사용된다.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 쏟아져 나온 폐현수막의 양은 12만 8000여 장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많은 폐현수막의 대부분은 재활용이 되지 않는 소재를 사용한다.

현수막 소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PP(폴리프로필렌)소재 현수막은 사용 후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하지만 PP소재 현수막은 매립해도 썩지 않고 소각시에는 다이옥신과 미세플라스틱 등 1급 발암물질을 배출해 토양과 대기를 오염시키고 있다.

서울 종로구청 관계자가 폐현수막 재활용업체에 의뢰해 만들어진 장바구니를 살펴보고 있다. /이새롬 기자
서울 종로구청 관계자가 폐현수막 재활용업체에 의뢰해 만들어진 장바구니를 살펴보고 있다. /이새롬 기자

최근 지자체를 중심으로 폐현수막을 이용해 건축자재나 가방, 로프, 마대 등의 상품으로 제작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재활용 비율은 전체의 5%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폐기물 수거, 처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일부 환경단체들은 현수막 사용자에게 환경보전부담금처럼 처리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 평택시의 한 폐현수막 재활용 기업 관계자가 21일 오후 평택 공장에서 PLA소재 폐 현수막을 재활용 하기에 앞서 살펴보고 있다. /평택=임영무 기자
경기 평택시의 한 폐현수막 재활용 기업 관계자가 21일 오후 평택 공장에서 PLA소재 폐 현수막을 재활용 하기에 앞서 살펴보고 있다. /평택=임영무 기자

용융과정을 마친 폐현수막에서 추출한 원료가 냉각 처리 과정을 거치고 있다.
용융과정을 마친 폐현수막에서 추출한 원료가 냉각 처리 과정을 거치고 있다.

친환경 폐현수막은 열처리를 거쳐 원료로 재생산된다.
친환경 폐현수막은 열처리를 거쳐 원료로 재생산된다.

작은 알갱이 원료로 가공된 폐현수막.
작은 알갱이 원료로 가공된 폐현수막.

골칫거리가 된 폐현수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옥수수전분이나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친환경수지인 PLA(폴리락틱애시드) 소재를 사용하는 현수막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친환경 소재인 PLA는 자연분해되는 데 최소 수백년이 걸리는 기존 현수막 소재와 달리 땅에 묻으면 자연분해 된다. 기존의 현수막 원단보다 가격이 높지만 폐현수막 처리로 골머리를 앓아온 지자체를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 공정에서 탄소배출량이 없고 소각 시 완전연소로 그을음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매립 조건에서도 물과 이산화탄소로 완전분해된다.

경기도 평택의 한 농가의 텃밭에 폐현수막으로 생산된 생분해 멀칭(mulching) 필름이 자연 분해되고 있다.
경기도 평택의 한 농가의 텃밭에 폐현수막으로 생산된 생분해 멀칭(mulching) 필름이 자연 분해되고 있다.

시공 후 6개월가량 생분하면 멀칭 필름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분해 된다.
시공 후 6개월가량 생분하면 멀칭 필름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분해 된다.

또한 재활용이 가능한 물질로 다시 태어난다.

폐현수막을 열처리 해 얻어진 알갱이 모양의 PLA 레진은 생분해 플라스틱 용기, 생분해 봉투, 농작물 재배시에 경작지의 표면을 덮어주는 멀칭(mulching)필름 등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수거 문제가 해결된다면 여러번 재활용이 가능하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임재준 피엘에이코리아 대표가 지난달 21일 경기 안양의 사무실에서 친환경 PLA 소재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용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안양=임영무 기자
임재준 피엘에이코리아 대표가 지난달 21일 경기 안양의 사무실에서 친환경 PLA 소재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용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안양=임영무 기자

임재준 피엘에이코리아 대표와 직원들이 지난달 21일 경기 안양의 사무실에서 PLA원료로 만들어진 제품들을 펼치고 회의를 하고 있다. /안양=임영무 기자
임재준 피엘에이코리아 대표와 직원들이 지난달 21일 경기 안양의 사무실에서 PLA원료로 만들어진 제품들을 펼치고 회의를 하고 있다. /안양=임영무 기자

임재준 피엘에이코리아 대표는 "기존 폐현수막의 심각한 환경오염을 두고만 볼 수 없어 생분해 원료에서 원단을 생산하기 시작했다"며 "생분해 현수막 원단을 사용하면 리사이클링을 넘어 업사이클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번 쓰고 버려지는 현수막이 자원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70년 넘게 사용한 현수막 사용 관행을 디지털 시대에 맞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수막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소재의 현수막을 만들어 환경을 지키는 대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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