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버스터미널 잇따른 '폐업', 코로나19 직격타로 '휘청' [TF포토기획]
입력: 2022.04.30 12:42 / 수정: 2022.04.30 15:23
15일 폐업한 전북 남원 고속버스터미널 내부가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81년 처음 만들어진 이 터미널은 지방 인구 감소와 장기화된 코로나 영향으로 약 41년 만인 지난 4월 1일 폐업했다. /남원=이새롬 기자
15일 폐업한 전북 남원 고속버스터미널 내부가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81년 처음 만들어진 이 터미널은 지방 인구 감소와 장기화된 코로나 영향으로 약 41년 만인 지난 4월 1일 폐업했다. /남원=이새롬 기자

충북 영동시외버스공용터미널 건물이 스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 1일부로 폐업한 이 터미널 일대는 버스대기소와 하차장 등으로 쓰이고 있다. /충북=이새롬 기자
충북 영동시외버스공용터미널 건물이 스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 1일부로 폐업한 이 터미널 일대는 버스대기소와 하차장 등으로 쓰이고 있다. /충북=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이새롬 기자] 교통 소외지역의 ‘허브’ 역할을 하던 지역 버스터미널이 지방 인구 감소와 장기화된 코로나19 영향으로 잇따라 휴·폐업하고 있다.

지난 1일 전북 남원 고속버스터미널이 폐업했다. 1981년 처음 만들어진 지 약 41년 만이다.

폐업 보름째인 15일 남원 고속버스터미널을 찾았다. 완연한 봄 날씨에도 적막함이 감돌았다. 굳게 닫힌 출입문 너머로 보이는 대합실은 어둠에 싸여 공허했다.

대합실 한켠에는 관광도시임을 알리는 ‘대한민국 대표 문화도시 남원’이라는 대형 알림판과 추어탕·우무채·무청시래기·막걸리 등 특산품 모형을 전시해 둔 유리 장식장만 덩그러니 남았다.

지난 4월 1일 폐업한 전북 남원 고속버스터미널 일대가 텅 비어 있다.
지난 4월 1일 폐업한 전북 남원 고속버스터미널 일대가 텅 비어 있다.

터미널 유리 너머 보이는 대합실 한켠에는 대한민국 대표 문화도시 남원이라는 대형 알림판과 추어탕·우무채·무청시래기·막걸리 등 특산품 모형을 전시해 둔 유리 장식장만 덩그러니 남았다.
터미널 유리 너머 보이는 대합실 한켠에는 '대한민국 대표 문화도시 남원'이라는 대형 알림판과 추어탕·우무채·무청시래기·막걸리 등 특산품 모형을 전시해 둔 유리 장식장만 덩그러니 남았다.

터미널이 닫히며 자연스레 주변 상권도 시들해졌다. 터미널 바로 옆 백반집 ‘고속식당’은 점심이 임박한 시간인데도 텅 비어 있었다.

폐업 터미널에서 아직 영업 중인 편의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해당 편의점주는 "(상황이) 많이 안 좋다"며 "터미널 건물이 완전히 정리되면 편의점도 (본사에서) 조치가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남원 고속버스터미널 앞 택시승강장에 오지 않는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 한 대가 정차해 있다.
남원 고속버스터미널 앞 택시승강장에 오지 않는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 한 대가 정차해 있다.

과거 이 터미널은 지리산 등산객들과 지역 축제인 춘향제 등을 찾는 이용객들의 관문이었다.

그러나 지방 인구 감소와 코로나 사태로 2년째 축제가 취소되는 등 이용객이 줄어들며 계속된 적자에 터미널은 결국 문을 닫았다.

이 터미널에서 운행되던 남원~서울 고속도로 노선은 이달부터 2km 정도 떨어진 남원 시외버스터미널로 통합해 운영되고 있다.

남원 고속버스터미널 옆 백반집 ‘고속식당’이 점심 시간이 임박한 시간에도 텅 비어 있다. 윤양례 (75세) 사장은 KTX 생긴 뒤로 사람이 줄긴 했지만 코로나 없을 때는 그래도 괜찮았지라며 운을 뗐다. 코로나 이후 손님이 아예 없는 날도 있다는 윤 씨는 그렇다고 장사를 그만 둘 수 있나. 고속버스를 따라(다른 터미널로) 갈 수도 없고... 할 수 없지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남원 고속버스터미널 옆 백반집 ‘고속식당’이 점심 시간이 임박한 시간에도 텅 비어 있다. 윤양례 (75세) 사장은 "KTX 생긴 뒤로 사람이 줄긴 했지만 코로나 없을 때는 그래도 괜찮았지"라며 운을 뗐다. 코로나 이후 손님이 아예 없는 날도 있다는 윤 씨는 "그렇다고 장사를 그만 둘 수 있나. 고속버스를 따라(다른 터미널로) 갈 수도 없고... 할 수 없지"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날 윤양례 사장이 모처럼 반가운 5인 예약 소식에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이날 윤양례 사장이 모처럼 반가운 5인 예약 소식에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폐업된 터미널은 남원만이 아니다. 경북 성주시외버스터미널은 2020년 6월, 충북 영동시외버스공용터미널은 지난해 1월 1일부로 문을 닫았다.

경기 성남종합버스터미널도 지난해 12월 1년간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가 성남시와 협의를 거쳐 휴업을 철회한 바 있다.

터미널이 폐업한 자리에는 임시 정류장이 생겨 일부 노선을 다니는 시외버스를 자체 운영하거나 터미널 터만 남아 스산했다.

그나마도 여전히 운영 중인 지역 터미널들은 계속되는 경영난에 매표원을 없애고 무인발권기(키오스크)를 설치하기도 했다.

KTX와 같은 대체 교통수단이 늘고, 시설 노후화로 이용객이 꾸준히 줄어가던 상황에서 코로나19 직격탄까지 맞으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북 영동시외버스공용터미널 건물 입구에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충북 영동시외버스공용터미널 건물 입구에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터미널 건물에는 여전히 낡고 색이 바랜 버스 승강장 흔적이 남아 있다.
터미널 건물에는 여전히 낡고 색이 바랜 버스 승강장 흔적이 남아 있다.

이 터미널은 지난해 1월 1일부로 폐업해 지금은 버스대기소와 하차장 등으로 쓰이고 있다.
이 터미널은 지난해 1월 1일부로 폐업해 지금은 버스대기소와 하차장 등으로 쓰이고 있다.

대전 서남부터미널은 코로나 이후 계속된 적자에 허덕이다 2020년 11월부터 유인 매표소를 폐지, 무인화로 운영하고 있다.

22일 금요일 오전 시간대에 찾은 터미널은 황량함 그 자체였다.

썰렁한 터미널 내 편의점과 식당 등 점포들은 모두 문을 굳게 닫았고, 어르신 몇몇이 무인발권기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때마침 등장한 젊은 이용객이 어르신들의 차표 발권을 도왔다.

또 다른 어르신이 취재진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병원 진료를 위해 대전을 찾았다는 80대 김 모 어르신은 "무인발권기에서 헤매다 11시 50분 차를 놓쳐버렸어. (다음 차가)1시야? 환장하겄네"라면서도 고마움을 표했다.

일면식 없는 중년 어른들이 무인발권기 앞에서 서로 도움을 받으며 같은 행선지에 말동무가 되는 정겨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터미널 좀 어떻게 해달라" "(무인발권이) 너무 어렵다. 그래도 안내해주는 사람이 있어야지"라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대전 서남부터미널 내 식당 입구에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대전 서남부터미널 내 식당 입구에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터미널 내부 가게들이 모두 문을 닫았고, 곳곳에는 폐업 안내문이 붙었다.
터미널 내부 가게들이 모두 문을 닫았고, 곳곳에는 폐업 안내문이 붙었다.

터미널 대합실 앞에는 터미널무인화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터미널 대합실 앞에는 터미널무인화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젊은 이용객이 어르신들의 발권을 돕고 있다. 대전에서 직장을 다닌다는 20대 이 모 씨는 젊은층은 (무인발권기) 사용이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어르신들은 쓰시기 어려울테니 도와드렸다며 코로나 이후 (터미널이) 썰렁해졌다. 차편도 많이 줄었다고 들었다고 했다.
젊은 이용객이 어르신들의 발권을 돕고 있다. 대전에서 직장을 다닌다는 20대 이 모 씨는 "젊은층은 (무인발권기) 사용이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어르신들은 쓰시기 어려울테니 도와드렸다"며 "코로나 이후 (터미널이) 썰렁해졌다. 차편도 많이 줄었다고 들었다"고 했다.

일면식 없는 지역민들이 무인발권기 앞에서 차표 발권을 돕고 있다. 같은 행선지에 말동무가 되는 정겨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너무 어렵다 그래도 안내해주는 사람이 있어야지라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일면식 없는 지역민들이 무인발권기 앞에서 차표 발권을 돕고 있다. 같은 행선지에 말동무가 되는 정겨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너무 어렵다" "그래도 안내해주는 사람이 있어야지"라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논산고속버스터미널 내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논산고속버스터미널 내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터미널 내 유인 매표소는 더 이상 운영하지 않으며, 대신 무인발권기(키오스크)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터미널 내 유인 매표소는 더 이상 운영하지 않으며, 대신 무인발권기(키오스크)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경북 의성군 금성면의 버스터미널은 김재도 대표 (85)가 1954년부터 67년간 계속 운영하고 있다. 1970년대 이곳에는 대구·안동은 물론 청송 주왕산, 경주, 부산, 울산까지 가는 버스가 하루 스무 차례 이상 드나들 만큼 승객이 넘쳤다.

현재 터미널에는 하루 6회 버스 운행하며, 이용객은 20명 안팎이다. 이용객 감소로 터미널은 정상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의성군 지원금에 수도광열비와 공과금은 김 대표의 자식들이 주는 용돈으로 해결하는 형편이지만, 주민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 경영을 유지해오고 있다.

2018년부터 대합실을 갤러리로 활용해 여행객과 지역민들의 볼거리 제공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지만, 터미널의 순기능이 퇴색된 지 오래다.

경북 의성군 금성면의 버스터미널. 1954년부터 67년간 계속 운영 중인 이 정류장은 현재 하루 6회 버스 운행한다.
경북 의성군 금성면의 버스터미널. 1954년부터 67년간 계속 운영 중인 이 정류장은 현재 하루 6회 버스 운행한다.

대합실 내부에는 인적이 없이 썰렁하다.
대합실 내부에는 인적이 없이 썰렁하다.

매표소 앞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버스 요금표가 붙어 있다. 과거 호황을 누리던 터미널의 흔적은 칠판에 빼곡히 적힌 목적지로 남았다.
매표소 앞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버스 요금표가 붙어 있다. 과거 호황을 누리던 터미널의 흔적은 칠판에 빼곡히 적힌 목적지로 남았다.

현재 터미널은 대구와 춘산행 버스 6회만 운행하고 있다.
현재 터미널은 대구와 춘산행 버스 6회만 운행하고 있다.

지역 인구 감소와 코로나 영향에 터미널의 순기능은 퇴색된 지 오래다. 2018년부터 대합실을 갤러리로 운영, 지역민들의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역 인구 감소와 코로나 영향에 터미널의 순기능은 퇴색된 지 오래다. 2018년부터 대합실을 갤러리로 운영, 지역민들의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이 지난해 7월 발간한 2020년도 버스통계편람에 따르면 전국 시외·고속버스 이용객 수(수송인원)는 총 1억 809만 명으로,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2억 2896만 명)보다 52%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터미널협회가 밝힌 전국 터미널사업자(전체 304개 터미널 중 티머니 전산망 177개 및 98개 고속 터미널 기준) 1일 평균 매표 수입액은 2019년 (3억 2710만 원)에 비해 2020년(1억 7005만 원), 2021년(1억 4990만 원)은 19년 대비 48%, 54%로 점점 감소했다.

터미널의 모든 수입원은 버스 수요와 직결되는 만큼 이용객 감소는 수입 감소로 이어지며 터미널내 상권마저 무너지는 이중고가 발생한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2022년 4월 현재까지 협회에 터미널 휴업 입장을 밝힌 터미널은 36개소이다.

김정훈 전국터미널협회 사무차장은 "이달 안에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및 국회 여야 정당에 여객터미널 실정을 중심으로 한 여객터미널 지원 정책 수립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여객터미널의 경영심각성 완화를 위해 각 지자체에 추경 예산을 통한 긴급 재정 지원이 집행되도록 건의하겠다고 했다.

또한 정부(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및 지자체 건의 후에도 전과 같이 별다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6월 ~ 7월초 사이에 여객터미널 휴업을 추진하겠다는 강경한 입장도 내비쳤다.

지역 버스터미널의 폐업으로 철도나 지하철이 닿지 않는 소외지역 거주민들의 발이 묶일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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