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먼 이동권!"...장애인 투쟁 속의 현실 [TF포토기획]
입력: 2022.04.20 14:32 / 수정: 2022.04.20 14:32

20일 장애인의 날 특집 기획 '장애인 이동권 투쟁' 조명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 이동권 보장을 위한 출근선전전을 갖고 있다. 전장연 회원들은 20일까지 이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삭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동률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 이동권 보장을 위한 출근선전전을 갖고 있다. 전장연 회원들은 20일까지 이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삭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동률 기자

장애인 단체의 이동권 보장 투쟁의 역사는 2001년 1월 22일 오이도역에서 리프트를 이용하다가 장애인 노부부가 사망한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들이 장애인이동권연대를 결성해 지하철역사 엘레베이터 설치, 저상버스 도입, 특별교통수단 도입등을 요구하며 이동권 보장 투쟁을 이어가게 된다.
장애인 단체의 '이동권 보장' 투쟁의 역사는 2001년 1월 22일 오이도역에서 리프트를 이용하다가 장애인 노부부가 사망한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들이 '장애인이동권연대'를 결성해 지하철역사 엘레베이터 설치, 저상버스 도입, 특별교통수단 도입등을 요구하며 이동권 보장 투쟁을 이어가게 된다.

[더팩트ㅣ이동률 기자]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최근 다시 화두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를 비롯한 장애인 단체들이 이동권 보장을 위한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장연의 시위는 '바쁜 출근시간대에 시민을 볼모로 잡은 무리한 시위'라는 비판과 함께 '가장 기본적 권리인 이동권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엇갈리며 논란이 격화됐다.

특히 이를 두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고 시위를 한다"며 비판의 글을 올려 장애인단체와 대립각을 세우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가운데)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2차 삭발 투쟁 결의식에 참석해 삭발을 진행하고 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가운데)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2차 삭발 투쟁 결의식에 참석해 삭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12일 경복궁역에서 혜화역으로 이동하는 지하철에서 출근선전전을 갖고 있다.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12일 경복궁역에서 혜화역으로 이동하는 지하철에서 출근선전전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의 대다수 국민들은 예전에 비해 장애인 이동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도 지하철을 비롯한 장애인 콜택시 등 장애인을 위한 대중교통 수단은 완전하지 못하다.

특히 지하철의 경우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힘든 부분이 더러 있다. 엘레베이터가 대부분의 지하철역에 설치 됐어도 목적지까지 한 번에 갈 수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경복궁역에서 혜화역으로 이동하는 장애인들이 엘레베이터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경복궁역에서 혜화역으로 이동하려면 우선 경복궁역에서 충무로역으로 이동해 4호선으로 환승한 뒤 반대 방향인 명동역으로 이동해서 다시 한성대입구 방면 열차를 타고 혜화역으로 가야한다.
경복궁역에서 혜화역으로 이동하는 장애인들이 엘레베이터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경복궁역에서 혜화역으로 이동하려면 우선 경복궁역에서 충무로역으로 이동해 4호선으로 환승한 뒤 반대 방향인 명동역으로 이동해서 다시 한성대입구 방면 열차를 타고 혜화역으로 가야한다.

한 장애인이 엘레베이터를 놓치자 난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하철 엘레베이터는 일반 시민과 함께 이용하기 때문에 평균 5~7분 정도 기다린 뒤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이 많이 몰리는 경우에는 30분 넘게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한 장애인이 엘레베이터를 놓치자 난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하철 엘레베이터는 일반 시민과 함께 이용하기 때문에 평균 5~7분 정도 기다린 뒤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이 많이 몰리는 경우에는 30분 넘게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일부 지하철역은 지하철 승강장까지는 엘레베이터가 설치가 되질 않아 승강장에서 엘레베이터가 설치된 다른 역까지 이동해서 환승을 하는 이른바 '엘레베이터 환승'을 해야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

게다가 역마다 한 대씩 있는 엘레베이터가 고장이라도 나면 엘레베이터가 작동하는 다른 역으로 이동해 이동 경로를 다시 생각해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많은 장애인들이 지하철역 엘레베이터 설치와 더불어 '1역사 1동선'완비를 요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하철역 엘레베이터에는 2대의 휠체어가 탑승이 가능했다.
대부분의 지하철역 엘레베이터에는 2대의 휠체어가 탑승이 가능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 한 장애인.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 한 장애인.

취재 중 만난 장애인 A씨는 "신설 노선은 그래도 괜찮지만 완공된 지 20년이 넘은 일부 노선들은 공사 당시 장애인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이런 구조적인 결함이 생긴것 같다" 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 "장애인을 위해 다시 엘레베이터를 승강장에 설치를 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것으로 예상되니 그 전에 엘레베이터의 위치라도 잘 나타낼 수 있는 표지판을 좀 더 설치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개선 부분을 덧붙였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을 위한 이동식 안전발판의 모습.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을 위한 이동식 안전발판의 모습.

안전발판이 없으면 휠체어의 바퀴가 열차와 승강장 사이의 틈에 끼여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때문에 안전발판을 이용해야한다.
안전발판이 없으면 휠체어의 바퀴가 열차와 승강장 사이의 틈에 끼여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때문에 안전발판을 이용해야한다.

지하철역에는 장애인들이 엘레베이터를 이용하기 힘든 상황에 대비해 계단에 휠체어용 리프트가 설치돼 있다. 그렇다면 지하철역 엘레베이터 대신 계단에 설치된 리프트는 장애인들이 많이 이용할까?

이에 대한 질문에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근무중인 최용기 소장은 리프트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위험한 기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엘레베이터 대신 리프트를 이용하려면 장애인들은 목숨을 걸고 타야합니다. 리프트가 설치된 곳은 대부분 경사가 심하기 때문에 넘어지기라도 하면 그자리에서 바로 죽는다고 봐야한다"고 리프트의 위험성에 대해 말했다.

많은 장애인들이 출근길이 아닌 시간에는 무리 없이 이동이 가능하지만 혼잡한 시간에는 이용이 어려울때가 많다고 이야기 한다.
많은 장애인들이 출근길이 아닌 시간에는 무리 없이 이동이 가능하지만 혼잡한 시간에는 이용이 어려울때가 많다고 이야기 한다.

명동역에서 하차한 뒤 다시 혜화역 방면 열차를 이용하기 위해 이동하는 이형숙 회장.
명동역에서 하차한 뒤 다시 혜화역 방면 열차를 이용하기 위해 이동하는 이형숙 회장.

많은 장애인들이 리프트를 타는 것은 목숨을 건 '공중곡예'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 차라리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으면 않았지 리프트를 탈 생각이 없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실제로 서울시가 지하철역에 휠체어용 리프트 설치를 시작한 1988년부터 지금까지 많은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장애인 이동권 시위가 본격화된 것도 오이도역 리프트 사망 사고때문이다.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용기 소장의 활동보조사가 이용할 장애인 콜택시를 호출하고 있다. 대부분 장애인 콜택시의 경우 출 퇴근시간에는 대기시간이 오래걸리고 이용인원에 따라 배차 시간이 1시간은 우습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용기 소장의 활동보조사가 이용할 장애인 콜택시를 호출하고 있다. 대부분 장애인 콜택시의 경우 출 퇴근시간에는 대기시간이 오래걸리고 이용인원에 따라 배차 시간이 1시간은 우습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여의도에 있는 추모제 참석을 위해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는 최 소장.
여의도에 있는 추모제 참석을 위해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는 최 소장.

실제로 최용기 소장은 집과 직장 바로 앞에 지하철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찔한 경사도를 자랑하는 계단에 설치된 리프트 때문에 지하철 대신 장애인 콜택시만을 주로 이용한다고 밝혔다.

많은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장애인 콜택시는 기본 요금이 1500원으로 일반 시내버스 요금의 3배가 넘지 않는 가격으로 이용이 가능해 장거리 이동에도 요금적인 부담이 일반 택시에 비하면 덜한 편이다. 특히 지하철보다는 유동적으로 이용이 가능하고 위험성도 훨씬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장애인 콜택시 기사의 도움으로 탑승이 이뤄지고 있다.
장애인 콜택시 기사의 도움으로 탑승이 이뤄지고 있다.

장애인 콜택시는 기본 요금이 1500원으로 일반 시내버스 요금의 3배가 넘지 않는 가격으로 이용이 가능해 장거리 이동에도 요금적인 부담이 일반 택시에 비하면 덜한 편이다.
장애인 콜택시는 기본 요금이 1500원으로 일반 시내버스 요금의 3배가 넘지 않는 가격으로 이용이 가능해 장거리 이동에도 요금적인 부담이 일반 택시에 비하면 덜한 편이다.

추모제에 참석하기 전 마사지를 받는 최 소장.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장애인들의 경우에는 주기적으로 마사지나 자세 변경을 하며 욕창을 예방하고자 한다.
추모제에 참석하기 전 마사지를 받는 최 소장.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장애인들의 경우에는 주기적으로 마사지나 자세 변경을 하며 욕창을 예방하고자 한다.

그러나 배차 시간이 정확하지 않고 출퇴근 시간대와 같은 특정 시간대에는 이용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어 개선이 필요한 상태다. 최 소장은 지난 15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리는 추모제에 참석하기 위해 은평센터에서 여의도까지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해 이동했다.

추모제는 오후 4시에 열리지만 최 소장은 오후 2시 10분 경에 콜택시를 호출했다. 배차 시간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콜택시는 50분이 지난 오후 3시에나 배차가 됐다.

이날 추모제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기로 했던 최 소장.
이날 추모제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기로 했던 최 소장.

그러나 최 소장은 장애인콜택시 배차 시간때문에 어쩔수 없이 마무리 발언을 하지 못한채 돌아가야했다. 최 소장은 한번 배차를 놓치면 몇시간을 기다려야하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계획보다 일찍 택시가 오면 일정을 취소하고 이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나 최 소장은 장애인콜택시 배차 시간때문에 어쩔수 없이 마무리 발언을 하지 못한채 돌아가야했다. 최 소장은 "한번 배차를 놓치면 몇시간을 기다려야하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계획보다 일찍 택시가 오면 일정을 취소하고 이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이 정도 배차 간격은 무난한 편이다. 최 소장은 "출 퇴근 시간에는 1~2시간이 우습게 넘어가는 경우도 많아요. 가끔 배차를 빨리 받아 약속시간보다 한참 전에 도착하는 경우도 있지만 늦게 도착하는 것보다는 빨리 배차되는 게 훨씬 좋습니다"라고 이야기 했다.

이날 최 소장은 추모제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기로 예정됐었지만 예상보다 콜택시가 빨리 배차되는 바람에 마무리 발언을 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다시 은평 사무실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배차된 콜택시를 타지 않는다면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최 소장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묵묵히 추모제 현장을 떠나야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에서 열린 제2차 삭발 투쟁 결의식에 참석해 눈물을 보이고 있는 한 장애인.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에서 열린 제2차 삭발 투쟁 결의식에 참석해 눈물을 보이고 있는 한 장애인.

20년 가까이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해온 최 소장은 "세월이 흐르면서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인식과 여건이 과거보다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개선해야할 부분이 많다"고 이야기 했다.

최 소장은 "과거 2001년 일본에 갔을 때 대중교통을 이용할 기회가 있었는데 일본에서는 장애인이 언제 탑승했으며 몇 호차에 탔는지 세세하게 관리를 해 우리나라와 차이를 많이 느꼈다. 시민들 역시 장애인을 위한 엘레베이터가 당연하다고 생각을 했던 점이 부러웠다"고 해외 사례를 덧붙여 이야기했다.

서울에는 수많은 지하철역이 있으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온전히 이용할수 있는 역은 아직까지도 부족하다.
서울에는 수많은 지하철역이 있으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온전히 이용할수 있는 역은 아직까지도 부족하다.

장애인 이동권은 과거에 비하면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도 개선해야할 부분이 존재한다. 새로운 정권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적극 반영돼 장애인들의 이동권 문제가 해소되길 기원해본다.
장애인 이동권은 과거에 비하면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도 개선해야할 부분이 존재한다. 새로운 정권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적극 반영돼 장애인들의 이동권 문제가 해소되길 기원해본다.

윤석열 정부 출범이 한 달도 남지 않은 20일 현재 많은 장애인들은 그동안 투쟁해온 이동권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길 기대하고 있다. 한 장애인은 "대한민국이 문화강국, 경제강국이 된만큼 장애인 문제에 대해서도 선진국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개인적인 소망을 나타내기도 했다.

19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현재 장애인 여러분이 가장 많이 요청하는 조치가 지하철 출구에서부터 승강장까지 안전하게 엘리베이터로 이동할 수 있는 '1역사 1동선' 완비"라며 "서울의 320여 개 지하철역 중 94% 가까이 1역사 1동선이 확보됐고, 2024년까지 100% 설치할 예정"이라고 현재의 불편한 시스템을 개선할 의지를 내비쳤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새로운 정부 출범도 얼마 남지 않았다. 투쟁을 계속 이어온 장애인들과 새 정부가 빠른 시일 안에 원만한 협의를 통해 더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인 '장애인 이동권' 으로 고통을 받지 않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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