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30일 윤석열 국민의힘 입당 후 갈등과 봉합 되풀이[더팩트ㅣ이새롬 기자] 또 손을 맞잡았다. 벌써 두 번째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갈등과 봉합을 반복해오다 대표 퇴진 문제로까지 불거진 국민의힘 내홍이 6일 극적으로 봉합됐다.
두 사람간 갈등의 시작은 지난해 7월 3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부터다. 당시 윤 후보의 입당은 지방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이준석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없는 상황에서 갑작스레 이뤄져 '이준석 패싱'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형식에 있어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다"며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그로부터 161일이 흘렀다. 그동안 두 사람은 두 차례나 결별 위기의 극심한 내홍을 겪다 극적으로 화해했다.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유권자들의 바람을 뒤로 하고 '밀당'을 거듭한 '애증의 동반자'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지난 161일을 '포토기획'으로 조명한다.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 두 사람은 의기투합 하는 듯 해 보였다. 그러나 선대위를 꾸리는 과정에서 인선 문제 등으로 계속 부딪혔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선대위로 영입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는 김 전 위원장에게 전권을 줘야한다고 했지만,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의 영입에 난항을 겪자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내세워 선대위로 출범시켰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의 선대위 합류도 이 대표가 반대하던 사안이었다.
선대위 일정마저 이 대표에게 공유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터지며 '이준석 패싱' 논란은 재점화됐다. 이 대표는 11월 29일 개인 SNS에 "^^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말을 남긴 뒤, 모든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잠행에 들어갔다.
12월 3일 윤 후보가 지방을 돌며 잠행하던 이 대표가 있는 울산으로 직접 내려가, 화해의 술잔을 기울이고 원팀 결의를 다지며 두 사람의 갈등은 1차 봉합됐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섭외하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였다. 장고 중인 김 전 비대위원장도 이날 위원장직을 수락했다.
김종인 위원장이 합류하긴 했으나, 윤 후보의 속내는 '김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이후 윤 후보는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과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를 각각 상임 선거대책위원장, 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12월 20일 국회 본청에서 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준석 대표와 조수진 전 선대위 공보단장 사이에 말다툼이 생겨 고성이 오갔다.
당시 이 대표는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 허위 학·경력 의혹 관련 언론 보도에 불만을 표하며 "잘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는데, 조 전 단장은 "나는 후보 말만 듣는다"고 맞받아치며 갈등이 증폭됐다.
이후 이 대표는 선대위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이때다 싶어 솟아 나와서 양비론으로 한 마디 던지는 윤핵관을 보면 비통한 생각이 든다"며 장제원 의원을 비판하기도 했다.
새해가 되면서 지지율 급락으로 위기를 맞은 윤 후보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배제한 선대위 쇄신을 단행했다. 윤 후보는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해온 것과 다른 모습으로 다시 시작하겠다"며 "오늘부로 선대위를 해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매머드라 불렸고, 민심을 제대로 파악 못한 지금까지 선거 캠페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바로잡겠다. 가까운 분들이 선대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국민 우려도 잘 안다"면서 "앞으로 그런 걱정 끼치지 않겠다. 국회의원 자리 나누기가 아닌 실무형 선대본부를 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위원장도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며 "뜻이 안 맞으면 헤어질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며 "윤 후보의 당선을 위해 선대위 개편을 하자는 거였는데, '쿠데타'를 했다느니 '상왕'이라느니 하는 윤 후보 주변인들이 쏟아내는 말을 봐라"라며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
윤 후보의 선대위 전면 재편과 '윤핵관'으로 지목됐던 권성동·윤한홍 의원이 당직과 선대위 직책을 모두 내려놓음으로써 내홍 봉합 가능성은 커지는 분위기였다.
6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중앙선거대책본부장 겸 사무총장에 4선 중진 권영세 의원을, 전략기획부총장에 재선 이철규 의원을 각각 선임했다. 정책본부장에는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선대본 부본부장 겸 상황실장에는 3선 윤재옥 의원을 임명했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와 이 대표는 다시 충돌했다. 윤 후보는 이 대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이 의원의 부총장 임명을 강행했다. 쇄신안을 두고 두 사람이 기싸움을 벌이며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의원총회를 열고 최근 윤 후보 지지율 급락과 당 내홍이 이어진 것에 대한 수습책과 당내 갈등 원인 제공과 당직 인선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 대표 사퇴 결의를 논의했다.
이 대표는 오전 의총에 불참 의사를 전했지만 김 원내대표의 요청에 오후 의총에 참석했다.
당내 사퇴 압박에 몸을 낮춘 이 대표는 의총 자리에서 최근 당내 갈등 상황에 대해 의원들에게 사과했다. 그러면서 "이준석의 복귀를 명령하신다면 지정해 주신 어떤 직위에도 복귀하겠다"며 "모든 혼란에 대해 당 대표에게 서운하신 점이 있다면 많은 질책을 가해 달라"며 선대위 복귀를 시사했다.
그 와중에 윤 후보가 의총장을 예고 없이 찾아 "죄송하다, 모든 게 제 탓"이라며 "각자 미흡한 점이 있을 것이다. 선거 승리 대의를 위해서잖나, 오해했는지 여부는 다 잊어버리자"며 "이준석 대표, 우리가 뽑았잖나. 모두 힘을 합쳐서 3월 대선을 승리로 이끌자"고 했다.
이후 이 대표와 윤석열 후보는 화해의 뜻으로 포옹한 뒤, 양손을 잡고 만세 삼창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일어나 "파이팅", "윤석열" 등 구호를 연호했다. 이렇게 벼랑끝으로 몰린 두 사람의 갈등은 극적 봉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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