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7월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한 치킨집에서 회동을 하며 건배하고 있다. /윤석열 캠프 제공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11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국회=이선화 기자 |
[더팩트|이선화 기자] 대선을 불과 3개월 남겨놓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갈등이 폭발했다.
지난달 30일부터 모든 연락을 끊고 당무를 거부한 채 잠행에 나선 이 대표는 부산을 거쳐 제주까지 단독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두 사람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 후보는 공식 대선 출마 선언을 하기 전부터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놓고 이 대표와 눈치싸움을 펼쳤다.
윤 후보는 보수층 지지 세력을 기반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보니, 국민의힘 입당과 무소속 출마를 놓고 긴 시간 동안 고민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직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만난 윤석열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
무소속 출마냐, 국민의힘 입당이냐. 고민의 종지부를 찍은 '이 대표와의 치맥 회동' /윤석열 캠프 제공 |
회동 후 이 대표는 "대동소이 했다"라며 이날 만남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윤석열 캠프 제공 |
윤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닷새 전인 7월 25일,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서울 광진구 맛의거리에 위치한 한 치킨집에서 깜짝 회동했다.
두 사람은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 연대'에 공감하며 100분간 만남을 이어갔고, 이후 2030 청년들과 소통을 하며 함께 거리를 걷기도 했다.
회동 후 이 대표는 "(오늘 회동을)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대동소이’"라고 언급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공통으로 이루고자 하는 바를 위해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윤 후보의 공식 입당은 7월 30일에 이뤄졌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기습 방문해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에게 입당원서를 제출했다.
애석하게도 이 대표는 전남 여수 일정으로 입당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 대표의 지방 일정은 며칠 전부터 잡혀있었기 때문에, '윤 후보는 왜 하필, 이 대표가 없는 날에 입당했나'라는 의문과 함께 '패싱 입당' 논란이 생기기도 했다.
이에 이 대표는 "아쉽다"라는 반응 외에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지방 일정에서 돌아온 8월 2일, 이 대표가 윤 후보의 가슴에 배지를 직접 달아주며 패싱 소란을 잠재웠다.
공식 입당을 위해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찾은 윤 후보. 애석하게도 당시 이 대표는 지방 일정 순회 중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선화 기자 |
이날 윤 후보는 권영서 대외협력위원장에게 입당 원서를 제출했다. 당시에도 '입당 패싱' 논란이 있었지만, 이 대표는 "아쉽다"는 반응 외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선화 기자 |
지방 일정에서 돌아온 이 대표는 8월 2일, 윤 후보의 가슴에 직접 배지를 달아주며 패싱 논란을 잠재웠다. /국회=이선화 기자 |
8월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원희룡 전 지사가 "이 대표가 내게 '윤 후보는 금방 정리된다'라고 말했다"라고 주장하며, 이 대표와 윤 후보의 불편한 분위기를 재점화시켰다.
이 대표는 논란의 발언에 대해 즉각 해명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원 전 지사와의 통화 녹취 일부를 공개하며 '윤 후보와 당내 다른 대선 경선 주자들 사이의 갈등이 정리된다고 표현한 것'이라고 일축하면서도 17일, 19일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별로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말을 아꼈다.
원희룡 전 지사의 '금방 정리된다' 발언으로, 이 대표와 윤 후보의 '불편한 분위기'는 다시 시작됐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녹취록을 공개하면서도 "별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국회=남윤호 기자 |
이후 윤 후보의 고발사주 의혹이 터지면서 두 사람은 취재진 앞에서 손을 맞잡고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남윤호 기자 |
당시 이 대표는, 고발사주 의혹과 말실수로 구설수에 휩싸인 윤 후보에게 "궁금하신 점이나 현재 정치권 전반에 돌아가는 것을 공유하는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국회=남윤호 기자 |
윤 후보의 '고발사주 의혹'이 터지면서 불편한 분위기는 사라지는 듯 보였다.
9월 6일 국회에서 비공개로 만난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취재진이 모인 앞에서 손을 맞잡고 의기투합의 모습을 보였다. 당시 윤 후보는 고발사주 의혹 외에도 말실수 등 여러 가지 구설수가 연달아 터지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이 대표는 정치 초년생 윤 후보를 향해 "경선 진행 과정 중에서 입당하신 지 갓 한 달이 됐기 때문에 당에 대해서 궁금하신 점이나 현재 정치권 전반에 돌아가는 것을 공유하는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전당대회 후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윤 후보는 다음날 서울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이 대표와 오찬을 했다. /이새롬 기자 |
윤 후보는 지난달 11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거쳐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윤 후보는 첫 행보로 서울 송파구의 가락시장을 찾아 밑바닥 민심을 살핀 후 곧장 이 대표와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방향과 '당무 우선권' 등을 놓고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방향과 '당무 우선권' 등을 놓고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새롬 기자 |
선대위 구성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11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선후보가 선대위 인선안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이선화 기자 |
선대위 구성은 두 사람의 의견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원팀을 강조했지만 경선 후보였던 홍준표 의원이 선대위 합류 제안을 거절했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영입도 불발됐다.
윤 후보는 "선거운동을 더 지체하기 곤란하고, 1분 1초까지 아껴서 뛰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을 원톱으로 내세운 인선안을 발표했다.
인선안 발표 후 중앙선거대책회의에 참석한 윤 후보(가운데)와 이 대표(왼쪽), 김병준 위원장. 이 대표는 김 위원장의 기자회견 일정을 사전에 몰랐다고 밝혔다. /이선화 기자 |
직후 김병준 상임위원장의 기자회견부터 청년위원회 설치, 2박 3일 충청지역 일정을 공개하면서 이 대표와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11월 29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충청 일정에 대해 사전에 전달받지 못했으며, 언론을 통해 알았다고 밝혔다.
김병준 위원장의 기자회견 일정 역시 "사전에 전혀 상의한 바 없다"고 지적하며 '대표 패싱' 논란을 제기했다.
또한 '윤 후보의 2박 3일 충청 일정' 역시 언론에 공개된 자료를 통해 알게 되었음을 알리면서, '패싱'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
같은 날 저녁, 페이스북을 통해 "^^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 "^_^p"라는 문장을 남긴 이 대표는 이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잠행에 돌입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윤 후보는 예정된 충청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지난 1일 천안 독립기념관을 방문한 윤 후보는 이 대표의 잠행과 관련 질의에 "무리하게 연락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면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이 대표는 이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잠행에 돌입했고, 11월 30일 충청 일정을 소화하던 윤 후보는 패싱 관련 질의에 "잘 모른다"라고 답했다. /윤석열 캠프 제공 |
다음날에는 '이 대표에게 연락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의에 "무리하게 연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윤석열 캠프 제공 |
두 사람의 갈등은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을 거쳐 제주로 잠행에 나선 이 대표는 당분간 서울로 올라올 생각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남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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