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나 작가가 13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진행된 '간척지, 뉴락, 들개와 새, 정원의 소리로부터' 전시에서 '뉴락(New Rock)'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
썩지 않는 플라스틱의 유의미한 변화를 작품으로 기록
[더팩트ㅣ남용희 기자] "환경 문제를 주제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어요. 제 작품이 널리 알려져 사람들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목표죠."
최근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음식 배달과 택배 서비스 이용 등 '비대면 소비'가 자리 잡으며 플라스틱 쓰레기 급증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한나(33) 작가는 플라스틱 쓰레기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뉴락(New Rock)'이라는 작품으로 대중들의 경각심과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뉴락'이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새로운 바위라는 뜻으로 자연물처럼 보이지만 돌처럼 변한 인공물을 말한다. 실제 돌이나 바위가 아니라 버려진 플라스틱에 자연물이 퇴적되거나 생명체가 붙으며 생겨난, 인공물과 자연물 중간에 있는 물질을 일컫는 말이다.
뉴락을 찾기 위해 강화도 인근 해변을 둘러보는 장한나 작가. |
"암석화 됐다는 게 애매하지만 자연과 섞일 수 없던 플라스틱이 자연의 일부가 되고 있어요. 자연물과 인공물 사이의 경계를 보여주는 존재가 뉴락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하는 장 작가. 취재진을 만난 7월 중순에도 장 작가는 '뉴락'을 찾기 위해 강화도 인근 해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실제 자연물처럼 크기도 모양도 천차만별인 뉴락. 자세히 보지 않으면 구별하기 힘들다. |
뉴락 발견에 사진으로 기록하는 장 작가. "다음 중 뉴락은 무엇일까요?" |
뉴락을 살펴보는 장 작가. |
언뜻 보기엔 일반 돌처럼 보이지만, 자연에서 깎여 마모되고 이끼가 낀 스티로폼이다. |
장 작가와 뉴락의 첫 만남은 우연이었다. 5년 전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주제로 한 미술 작업을 위해 경북 울진에 있는 바다를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특이한 돌을 만났다. 관광지로 개발된 곳이 아니어서 관리가 잘 되지 않은 바닷가엔 온갖 쓰레기가 있었고, 그 중 돌인데 돌이 아닌 '뉴락'을 처음 발견했다.
장 작가는 "당시엔 이걸로 뭘 해야겠다는 생각이 아닌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이후에 해변의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됐고, 어떻게 인상적으로 전달할까 고민하다 '뉴락'을 모으기 시작했어요"라고 작품화 계기를 설명했다.
뉴락을 수집하기 위해 전국을 헤매는 장 작가. 뉴락이 잘 만들어지는 조건이 있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플라스틱 쓰레기는 이미 전 세계 모든 바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문제가 됐기 때문에"라고 덧붙였다. |
발견한 뉴락의 종류를 알아보기 위해 냄새도 맡아보고, |
생각보다 큰 크기에 줄자를 이용해 크기를 재는 장 작가. |
강화와 인천을 오가며 약 한나절 동안 모은 뉴락. |
수집한 뉴락을 들어보이는 장 작가. |
뉴락을 수집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를 묻자 장 작가는 SNS와 동료들을 통해 제보받은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전남 신안군에 있는 분이 쓰레기가 많이 쌓여있는 바닷가 사진을 보내며 플라스틱 폐기물도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방문했다"라며 운을 뗐다.
"그런데 도착 며칠 전 쓰레기를 모두 수거해 깨끗이 정리된 후였고, 깨끗이 정리된 건 좋지만 뉴락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복잡미묘한 감정으로 해안가를 거닐었다. 그러던 중 플라스틱이 눈에 띄었는데 너무 자연물처럼 생겨서 미처 치우지 않은 것 같았고 이게 진정한 뉴락이란 생각이 드는 귀중한 경험이었다."
작업실을 콘셉트로 한 전시실. 장 작가가 수집한 뉴락이 전시돼 있다. |
수집한 뉴락을 살펴보고, |
독특한 뉴락은 그림으로도 기록한다. |
뉴락을 전시하는 장 작가. |
'수석 콘셉트의 뉴락' |
수집한 뉴락은 수석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수석은 특이한 무늬나 형태를 띄는 돌로, 돌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이에 장 작가는 뉴락에도 자연의 힘과 인간의 힘이 절묘하게 녹아있다고 생각해 수석을 전시하듯 뉴락을 전시했다.
장 작가는 "현대 사회인들이 과도한 플라스틱 제품 사용의 편리함에 젖어 자연을 어떤 식으로 유지할 것인지, 생태계를 어떻게 보호할 건지는 우선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
하지만 이런 썩지 않는 플라스틱마저 변화시키는 자연.. |
뉴락은 우리가 관심 두지 않았던 플라스틱(인공물)들이 자연 어딘가에서 조금씩 쌓여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
마지막으로 장 작가는 "뉴락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이 단순히 해양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에 포커스 맞춰지는 건 원치 않아요"라며 "뉴락을 보고 신기한데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고, 플라스틱에 대해 큰 시각으로 고민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강조했다.
일상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플라스틱 제품들. 일상의 편리함을 위해 환경 오염이라는 기회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면 언젠가는 인간에게 반드시 해를 끼치게 된다는 것을 '뉴락'은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환경문제가 심각해진 요즘, 개개인이 플라스틱 및 일회용품으로 인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바로 잡으려는 인식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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