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장기화 영향으로 소상공인들의 휴·폐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21일 서울시 중구 황학동 중고시장에 집기들이 쌓여가고 있다. /남용희 기자 |
자영업자 '줄폐업'으로 중고 용품 '홍수'...사려는 사람은 없어 '적막'
[더팩트ㅣ남용희 기자] 물건은 쌓이는데 사려는 사람이 없다. 한국 자영업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서울 중구 황학동 중고시장이 코로나19 장기화로 기능을 멈추고 얼어붙었다. 불황을 견디다 못 한 소상공인들의 '줄폐업'이 이어지면서 각종 집기들이 황학동 중고시장으로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어 물건만 산처럼 쌓여가고 있다.
21일 취재진이 찾은 황학동 중고시장의 한 가게 앞에는 매장 안에 다 두지 못해 쌓인 중고상품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중고시장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적었으며 상품을 보고 가격을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내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상인들도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다시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인파로 북적여야 할 황학동 시장. |
오전부터 오후까지 한산하다 못해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
매장 안에 다 두지 못해 쌓여있는 집기들. |
매장 밖에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
'고가매입, 저가판매' 안내문도 매장 여러 군데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
방문자 수도 줄고 행인들 역시 바라보기만 할 뿐 관심을 갖는 이는 드물었다. |
황학동 중고시장은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의 설레는 발걸음과 폐업을 하는 이들의 무거운 마음이 공존하는 곳으로, 창업-폐업-중고물건 거래 등 대한민국 외식업의 순환 구조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폐업 점포에서 수거한 각종 용품들을 손본 뒤 개업하려는 창업자들에게 되파는 만큼 물건이 많으면 많을수록 폐업하는 매장이 많아지고 개업하는 이가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주방용품부터 의자, 식기 등 각종 집기들이 쌓여있는 시장. |
골목골목마다 |
사람 키보다 높이 |
매장 밖을 넘어 옥상까지 점점 쌓이고 있다. |
시장 상인들 역시 휴·폐업하는 소상공인만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어서인지 신경이 곤두서 있다.
"코로나19로 개업보단 폐업하는 가게가 많아져 황학동 시장도 힘들다는데 상황이 어떠냐"고 묻자 듣고도 말 없이 모른 척하는 상인부터 "모르겠다. 할 말 없다", "상황 알면서 뭘 물어보냐"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보이거나 "지금 보는 대로"라며 긴 한숨으로 답을 대신했다.
지난 16일, 눈을 막기 위해 쳐놓은 천막이 채 닫지 않는 곳에 있던 업소용 화구에 눈이 소복이 쌓여있다. |
눈이 와도 분주하게 일하는 상인들. |
행여 손님이 방문할까, 안전사고 예방 차 매장 앞 눈을 치워보고 |
상품도 깨끗하게 닦아보지만 |
오는 건 손님이 아닌 새로운 집기뿐. |
황학동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 |
하지만 더 안타까운 현실은 코로나로 인한 지금의 상황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아직까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덧 세 번째 대유행이 반복됐고, 근래 감소세가 보이는가 싶었지만 또다시 산발적 감염이 잇따르며 증가세로 돌아선 양상이다.
신촌, 이대, 홍대 등 젊음의 거리라 불리며 유동인구가 많은 주요 상권을 둘러봐도 휴업과 폐업한 가게들이 셀 수 없이 많았고, 고개만 돌려봐도 '임대문의'를 알리며 과거 흔적만 남아있는 매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유명 프랜차이즈들 역시 폐업의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흔적만 남은 이대 앞 매장들. |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
임대문의 안내문. |
건물에 있던 모든 매장이 빠지자 건물 전층임대를 내놓은 상가. |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프랜차이즈 역시 코로나로 인한 폐업의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
이에 정부는 지난 3차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으로 집합 금지 업종에 300만 원, 영업 제한 업종에 200만 원, 그 밖의 소득감소 일반 업종에 100만 원을 지급했지만, 소상공인들은 이 지원금으로는 임차료도 내기 힘든 현실이라 말한다.
코로나의 확산세가 거세지고 지속될수록 소상공인들의 휴·폐업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중고시장엔 계속 물건이 쌓여갈 것이다. 코로나라는 악재에 얼어붙어버린 황학동 중고시장. 하루빨리 따뜻한 봄이 와 모든 이들이 웃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쏟아지는 집기에 |
쌓여가는 황학동 시장. |
잇단 악재에 얼어붙은 중고시장에 |
즐거움이 있는 봄이 하루빨리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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